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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뉴스 입니다.
주재관 서신/ 유네스코의 올바른 거버넌스란
등록일 2018-02-27

유네스코의 올바른 거버넌스란

 

유네스코는 지식인들의 성찰을 밑거름으로 태어난, 남다른 ‘출생 배경’을 가진 국제기구다. 이런 배경으로 유네스코의 거버넌스에는 시민사회와 지식인을 대표하는 전통이 오래 이어져 왔다. 73년 전 설립 당시 유네스코의 의사결정기구인 집행이사회는 개인 자격의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됐다. 이후 집행이사회 구성원의 자격은 개인에서 국가를 대표해 뽑힌 개인으로 바뀌었다이어 1991년에 이사국 수를 현행 58개국으로 대폭 늘리면서 집행위원의 자격 역시 개인에서 정부 대표로 완전히 바뀌었다. 환경에 따라, 그리고 구성원이 대표하는 각국의 필요에 따라 유네스코의 거버넌스도 변화해온 것이다.

 

 

지난해 10월 30일부터 11월 17일까지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총회 모습 

 

 

유네스코는 거버넌스다

거버넌스(governance)란 전략을 제시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원을 할당하고, 사업을 감독하는 일 전반을 말한다. 유네스코를 움직이는 두 개의 거버닝 바디(governing body) 195개 회원국이 모두 참가하는총회와 58개 선출국 대표로 구성된 집행이사회다. 그 외에도 유네스코에는 49개의 크고 작은 거버닝 바디가 있다. 협약이나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정부간위원회, 카테고리 1센터의 이사회, 기금과 사업에 자문을 하는 각종 위원회가 여기 해당된다. 총회 산하 15개 정부간 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국의 합이 344, 별도 위원회를 운영하는 5개 협약에 참여하는 위원국의 합이 87개다. 유엔기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방대하고 복잡한 거버넌스 구조라 할 수 있다.

 

거버넌스를 위한 거버넌스

지난 2015년 실시된 외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2년간 유네스코의 거버넌스 회의를 개최하는 데 총 27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고, 직원들은 이들 회의를 준비하는데 총 10 6000시간을 쏟아 부었다. 세계유산위원회같이 회원국이 자국에 회의를 유치해 개최한 비용을 제외하고도 그렇다. 유네스코 전체 예산의 5%가 넘는 이 비용은, 인건비를 제외한 사업예산이 40%가 안 되는

유네스코의 살림에서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최고 책임자급인 사무총장보들이 20% 이상의 업무를 거버넌스 회의에 쏟는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재정 문제 때문에 가뜩이나 작아진 유네스코에게, 이토록 덩치 큰 거버넌스는 버거운 숙제다. 단지 비용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총회와 집행이사회와 각 사무국과의 관계도 계속 문제로 지목돼 왔다. 서로 기능이 모호하거나 중복된다는 지적이다. 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신뢰 관계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 보니, 큰 틀의 전략을 제시하기보다는 지엽적인 ‘마이크로매니

지먼트’(micromanagement)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각종 정부간위원회와 전문가위원회 역시 구성원의 수, 회의 주기, 사용언어가 다 제 각각이며, 정해진 기준 없이 각자의 사정과 개성에 맞게 운영하다 보니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늘 제기된다.

 

개혁이라는 어려운 과제

정당성, 투명성, 대표성, 효율성, 효과성. 유네스코 안에서 올바른 거버넌스를 위한 주문은 이미 수십 년간 계속됐다. 1995년부터 총회와 집행이사회의 기능을 바로 잡고 관계를 개선하고 구조를 정비하는 논의는, 느리지만 조금씩 유네스코의 거버넌스를 움직여 왔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유네스코가 다시 몰두하고 있는 이슈도 바로 거버넌스다.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는 일은 여러 위기를 맞은 유네스코가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2015년 유네스코 총회의 결의로 시작된 이번 거버넌스 작업은 유네스코 안에 있는 거버넌스 전체를 아울러 개선책을 마련하는, 과거보다 좀 더 총체적인 목표를 두고 진행되고 있다. 85개 회원국은 2년동안 밀도 있는 논의를 통해 134개 권고안을 만들었다. 단순하게는 ‘사용자 친화적인 문서를 마련하고 미리 자료를 배포하라’는 주문에서부터, 집행이사국의 연임을 제한하고 사무총장 임명에 총회의 권한을 더 부여하는 등의 중량감 있는 제안까지, 다양한 개선안이 여기에 들어있다. 지난 유네스코 총회에서 통과된 이 권고안은 이제 ‘어떻게’에 대한 문제를 회원국 모두에게 던졌다. 이제 우리는 개선사항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인지, 그리고 이를 현실

로 옮기는 과정이 그저 ‘실행을 위한 실행’이 아니라 초심을 되새기는 일이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유네스코에게 올바른 거버넌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찾아내야 한다. 


 

이선경 주 유네스코대한민국 대표부 주재관

*주 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파견하며, 외교업무수행, 유네스코와 대표부와 한국위원회 간의 연락, 유네스코 활동의 조사, 연구, 정책개발 등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