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통한 평화, 유네스코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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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평화구축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평화구축을 소홀히 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좋지 않은 결과를 치유할 수 있다. 요즘 정세를 보면 ‘전쟁과 평화’라는 고전 영화가 떠오른다. ‘고교얄개’라는 영화가 유행이던 70년대 중후반, 고등학생이던 나는 극장에서 ‘전쟁과 평화’를 선택했다. 하지만 스펙터클한 전쟁영화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영화는 지루했다.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만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훗날 아내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한 날에 ‘오드리 헵번이 울고 가겠네’라며 아내를 기분 좋게 하는데 써먹었다. <전쟁의 사회학>에 나오는 말도 떠오른다. 인류 역사에 있어 평화는 예외였고, 전쟁이 규칙이었다는 말이다. ‘피로 물든 팔레스타인’이라는 오늘 신문 기사 제목을 보며, 여전히 평화는 인류의 숙원임을 절감한다. 전쟁과 평화는 정말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는 전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변란에 대비해 너나없이 생존배낭을 준비했다. 하지만 4월 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이에 5월 14일 <뉴욕 타임스>는 ‘북한과 트럼프: 적에서 친구로'(Trump on North Korea: From Foe to Friend)라는 비디오 클립을 선보였다. 해당 비디오는 ‘그때(then)와 지금(now)’ 을 대비시켜 최근 몇 달간의 상황을 담아 코미디 같은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다. 지금 전 세계는 세기의 정상회담이 될 북미 회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평화’가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이런 때일수록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류가 얻은 교훈이자 기념비인 유네스코의 존재 의의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유엔 헌장> 제1장 1조에 담긴 유엔의 창립 목적은 “국제 평화 및 안전을 유지하며”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러한 유엔의 창립 목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설립된 전문기구인 유네스코 역시, <유네스코 헌장>에 다음과 같은 창설 취지를 담고 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 (중략) 문화의 광범한 보급과 정의, 자유, 평화를 위한 인류의 교육은 인간의 존엄에 불가결한 것이다. (중략) 이 기구의 목적은 (중략) 교육, 과학, 문화를 통한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평화와 안전에 공헌하는 것이다.” 교육, 과학, 문화, 정보·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촉진하여 세계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유네스코의 사명을 우리의 마음에 다시금 새겨본다. 2년 전에 열렸던 한국평생교육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학술대회는 주제로 ‘평화, 공존, 그리고 학습’을 내걸었다. 당시 일부 회원들은 ‘갑자기 웬 평화냐’며 다소 생뚱맞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던 차에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평화’라는 영문 단어를 중심으로 한 그림 한 점을 찾았고, 우리는 이것을 당시 학술대회 포스터로 활용했다. 이 그림은 서로 다른 문화 간의 대화, 문화적 다양성, 비폭력, 관용, 표현의 자유, 상호 이해 등 우리 인간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간 활동들이 모두 평화와 관련되어 있음을 웅변한다. 평화가 삶의 중심이라는 이야기다. 이 내용을 회원들에게 전달하자 설득이 되었다. 당시 “평화와 공존을 위한 평생교육과 학습”으로 주제 강연을 맡았던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은 “지구촌과 한반도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할 때 평생교육은 무엇보다도 ‘평화와 공존’을 주요 내용으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자연, 그리고 북한과도 평화 공존하는 평생교육을 주문했다. 평생교육 또한 유네스코의 중요한 주제다. 해당 강의를 들으며 그간 평생교육 분야가 평화교육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연과 공존하는 평생학습 본연의 모습으로서 지속가능발전목표 16번(SDG 16)과 교육의 역할을 되새겨 본다. SDG 16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사회 증진을 목표로 하는 평화, 정의, 제도를 근간으로 한다. 여기서 교육은 평화와 관용, 건강한 시민사회 건설의 선도자 역할을 한다. 평화는 SDG의 5대 강령인 사람(people), 지구(planet), 번영(prosperity), 평화(peace), 파트너십(partnership) 중 유난히 돋보이는 단어다. 여기서 평화란 정치 참여, 정의에 대한 접근을 말한다. 교육은 평화 구축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평화 구축을 소홀히 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좋지 않은 결과를 치유할 수 있다. 유네스코의 창립 목적인 ‘교육을 통한 평화’를 구축할 때 그 평화는 지속가능하다. 평화가 무르익어가는 오늘, 유네스코의 평생교육과 평화교육은 세계평화를 향한 길을 함께 가는 길동무임을 확인한다. 이희수 중앙대학교 대학원장·교육학과 교수 이희수 교수는 평생학습과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과 연구를 펼치며 <각국의 평생교육정 책>, <한국의 문해교육> 등을 펴낸 교육학자다.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교육 분야 정책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제 1회 유엔 지속가능발전 교육목표 이행(SDG4-교육 2030) 포럼’에서 기조 […]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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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협약 돋보기 2 문화재는 한 국가나 공동체의 정체성이 오롯이 담겨있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선조들이 남겨둔 문화재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엿보고, 현재를 고민하며, 미래에 대한 교훈을 얻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렇듯 소중한 문화재가 해당 국가나 공동체의 손이 아닌 전혀 엉뚱한 곳에 가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과거 전쟁과 피탈의 역사 속에서 불법적으로 반출입된 문화재입니다. 하지만 […]
시험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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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시험 점수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당장 시험을 없애자’라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한다. 그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시험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떤 명암을 갖고 있을까. 아시아 각국의 ‘시험 문화’를 비교 분석한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의 보고서를 한국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
사본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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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유산 ‘오해와 진실’ 16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사업은 전쟁, 테러, 재난 등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파괴되어가는 중요한 기록물을 보호하기 위해 1992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세계기록유산의 주요 등재 조건 중 하나로 유산의 ‘진정성’(authenticity)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는 해당 유산이 ‘진품이며 원본에서 손상되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인류의 중요한 역사적 기록물의 원본이 유실되고, 그 사본만 […]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나눔의 씨앗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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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구촌 교육나눔 사업을 후원하는 여러 학교에서 나눔 참여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교수학습자료)를 개발했다. 이 자료는 학생들이 자신과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유네스코의 주요 가치를 배우는 한편, 나눔의 취지에 공감하고 봉사를 실천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교수‧학습 모델을 제시한다. 학교 현장에서 나눔과 기부, 세계시민교육을 치열하게 고민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자료를 만든 선생님들로부터 […]
제1회 세계 빛의 날 기념행사 및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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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하고 한국광학회가 주관한 ‘제1회 세계 빛의 날’ 기념 행사 및 세미나가 5월 14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세계 빛의 날은 1960년 5월 16일, 미국의 물리학자 시어도어 메이먼(Theodore Maiman)이 세계 최초로 레이저를 작동시킨 날을 기념하여 지난해 유네스코가 선포한 세계 기념일이다.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올해 처음 지정된 세계 빛의 날을 기념하는 한편, 빛을 이용한 양자정보통신 기술 등 우리나라 광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논의하는 세미나도 열렸다.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기념 메시지에서 “빛은 개도국의 삶을 질을 향상시키고 광섬유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시민을 연결한다”며,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있어 빛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가 바로 세상을 잇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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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 공식 프로젝트 <27> 아이브릿지는 지속가능발전과 사회 혁신을 추구하는 NGO 단체다. 특히 국제개발협력, 교육과 세미나, 네트 워크, 정책자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국제협력 및 형평성을 추구하는 한편, 인권에 기반한 개발협력 접근을 중시하고 있다. 유엔 회원국이 합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총 17개로 구성돼 있다. 아이브릿지는 그 중 7번 목표인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에너지 […]
‘선한 시민의식’의 씨앗 가꾸는 조직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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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만 6년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집행위원을 역임한 박흥순 선문대학교 국제·유엔학 명예교수. 학창시절부터 시작된 유네스코와의 인연이 바탕이 되어 국제정치학에서 비교적 ‘비주류’라 할 수 있는 국제기구를 연구하게 되었다는 박 교수는 6년간 맡은 집행위원직 역시 그 ‘특별한 인연’의 일부라고 회상했다. 그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한위, 더 나아가 유네스코의 비전과 역할에 대한 조언을 <유네스코뉴스>가 청해 들었다. 2012년부터 6년간 집행위원 활동을 하셨습니다. 임기를 마친 소회가 어떠하신지요. 개인적으로 명예롭고 보람있는 기간이었습니다. 그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는 역동적인 변화를 추구했고 많은 양적 및 질적인 변모가 있었다고 봅니다. 유네스코 본부와 한국정부 및 시민사회와의 관계에서 유네스코의 이상과 목적을 실현하는 한위의 역할이 잘 이루어지도록 기여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저 역시 많이 배우고 귀중한 경험도 얻었습니다. 6년간 여러 방면에서 유네스코의 활동에 참여하셨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례적인 분과 및 집행위 회의는 물론, 한위 창설 60주년 행사를 비롯하여 여러 대내외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마침 2016년 ‘한일교사대화 프로그램’ 단장으로 약 100여 명의 교사들과 함께 일본 교육 정책의 내용과 다양한 각급학교 교육현장을 관찰하고 일본교사 및 관계자들과 대화한 것은 한일문화교류와 비교교육의 차원에서 매우 유익했습니다. 또한 유네스코 총회에 참석하여 유네스코 정책 및 사업의 실제 논의와 기구의 작동에 대하여 직접 살펴본 것도 국제기구를 전공하는 학자로서 의미가 컸습니다. 당시 한위 스태프들이 각자 전문성을 발휘하며 활동하고 다른 회원국 대표와 교류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하던 모습이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박은경 부위원장은 유네스코 집행위원들과의 인연을 ‘유네스코 프렌즈’라는 모임으로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29대, 30대 집행위원들의 유네스코에 대한 애정은 각별해 보입니다. 박 교수님께서도 학창 시절부터 이어진 유네스코와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곤 하셨습니다. 29대, 30대 집행위원들이 특별한 ‘동지의식’을 갖게된 것은 한위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열심히 회의에 참석하고 활동하는 과정에서 생겼다고 봅니다. 특히, 박은경 부위원장의 원만하고 훌륭한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습 니다. 박 부위원장님의 제안으로 지난 3년간 집행위원회 회의를 가급적 유네스코 문화유산도시나 지역에서 개최하며 함께 여행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얻었고, 이것이 긴밀한 동지애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 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OB 위원들은 친교뿐만 아니라 그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서 한위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기꺼이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1970년대 대학 1학년 당시 KUSA(유네스코학생회) 회원으로 가입하며 유네스코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KUSA 동아리는 학술, 문화, 친교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모범적이고 대표적인 학생동아리였습니다. 이천 훈련원(현 유네스코평화센터)에서의 MT, 하계 방학 농촌봉사, 전국연합회 체육대회, 그리고 명동 유네스코 빌딩에서의 모임 등, 당시 활동했던 내용이 아직까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또한 대학 졸업 후 미국 유학을 준비할 때 한위에서 ‘유네스코 쿠폰’을 구입해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피자 레스토랑이 있던 명동회관에서 친구가 사준 ‘이상한’ 피자를 처음 맛본 추억도 있습니다. 우연이겠지만 제가 국제정치학의 비주류 분야이던 국제기구를 전공한 학자가 되고, 또한 한위 집행위원으로서 활동하면서 정년을 맞이한 이 특별한 인연은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유네스코뿐만 아니라 주요 국제기구들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일방통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네스코와 한위는 어떤 전략으로 비전을 실행해 나가야 할까요? 유네스코는 유엔 조직 중 매우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성격과 구조, 그리고 내부 역학을 가진 국제기구입니다. 동시에 다른 기구들처럼 정부간 국제기구로서 그 활동 및 사업이 국제정치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1국 1표 주의’와 ‘주권평등’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주요 재정분담국 및 강대국의 파워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한 국제기구의 정체성 및 자율성과 국익을 내세운 회원국 사이의 갈등과 마찰은 영원한 딜레마입니다. 최근 미국이 보여준 일방주의 행태는 분명 유감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도 다자주의로 서서히 복귀할 것으로 봅니다. 개별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기후변화, 테러, 난민, 인종갈등, 종교분쟁 등 전지구적인 난제는 국제사회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이러한 협력은 문화, 교육 등의 활동에서 전문성 및 역량과 권위를 가진 국제기구의 장치와 수단에 의해서 촉진될 수 있음을 미국도 새삼 인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유네스코는 무엇보다도 집행부를 중심으로 능률성과 투명성, 그리고 전문성을 갖춘 국제기구로서의 신뢰와 권위를 구축하는 개혁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임 사무총장의 취임에 따라 새로운 개혁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의례적인 개혁 이상의 성과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세계적 저명인사로 개혁자문위원회 등을 구성·운영하고, 회원국 전문가에게 의견을 수렴해 독립적인 개혁구상을 발굴·추진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유네스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고 국제사회의 참여를 촉진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유네스코에 상당한 분담금을 내고 있는 우리나라와 한위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내부의 개혁 추진과 함께, 유네스코의 활성화와 국제적 기여에 관심을 갖고 있는 회원국들, 특히 중견국들을 중심으로 연대를 구성하고 공동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네스코는 매우 유용한 국제사회의 다자 외교의 틀이기에 동지국가들의 연대는 큰 힘을 발휘할수 있습니다. 한국은 국제사회는 물론 유네스코에서 충실하고 모범적인 중견국의 위상을 자임하고 있고, 실제로 인정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도 유네스코는 그 어느 국제기구보다 많은 실적과 신뢰를 쌓은 일종의 ‘선점기구’입니다. 외부 요인으로 유네스코에서 리더십의 불안정성이 생기는 이 때, 중견국으로서 중재 및 가교 역할(bridging role) 혹은 틈새 역할(nicheing role)을 찾아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한위는 그동안의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네스코의 취약점을 식별하고 미래지향적 개혁방안을 모색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지적(intellectual)이고 경영가적(entrepreneurial)인 리더십을 촉진하는 기능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함께 다른 회원국 및 국가위원회와 연대를 구축하고, 동시에 한위 위원은 물론 국내외 학계, 연구소, 시민단체등과 협력하여 체계적인 유네스코 발전 전략을 수립할 것을 제안합니다. 집행위원으로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라는 조직의 국내외 활동을 지켜보고, 주요 사안의 의결에도 참여하셨습니다. 비전을 실행에 옮기는 조직으로서, 앞으로 한위가 개선하거나 좀 더 힘써야 할 측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위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교육, 과학, 문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많은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인원, 조직, 재정, 업무 분야에서 과제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조직 활동의 요체는 결국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서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위의 발전을 위한 몇가지 제언을 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정책적 측면에서 국가 및 사회 변화 속에서 유네스코 한위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어떻게 설정하고 그 존재가치를 가질 것인지를 검토하고 ‘도전적 발상’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과연 어떠한 사업 및 활동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펼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가령 조직의 투입 비용 및 인원 대비 성과 및 효과에 대한 검토, 그리고 비슷하거나 중복된 사업을 하는 타 기관이나 NGO의 역할을 비교 검토하여 과감히 새로운 설정을 하는 것 등입니다. 둘째, 유네스코 현직 위원은 물론 각 분야별로 사회의 다양한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한위의 전문 인력풀을 확대·가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관장을 비롯한 각 기관위원이나 국회의원 등, 한위에 참여하는 위원들의 적극적인 기여를 촉구해야 합니다. 더불어 한위 OB 그룹을 비롯해 전문가와 학계,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연구, 정책개발, 사례연구를 하는 한편 공개포럼, 토크 콘서트 등을 통해 유네스코 관련 지식과 담론을 국민들에게 더욱 확산시킬 것을 제안합니다. 셋째, 정부 및 관련 부처가 보다 체계적이고 과감하게 대 유네스코 정책을 개발하고 가이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한위가 촉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성숙한 중견국가로서 유네스코를 통한 소프트 파워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쌍방향 협력, 즉 정부의 ‘하향식’(topdown)과 한위 주도의 ‘상달식’(bottom-up) 소통 협력을 결합해 체계적이고 적절한 유네스코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러한 국가적 정책 및 전략 개발과정에서 한위의 축적된 역량과 네트워크, 그리고 광범위한 인력 풀이 함께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한위가 가진 국제적 위상이나 축적된 성과에 대해 한위 구성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자신감 있게 업무에 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사무총장님을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 간의 자유로운 소통이 필요하며, 스태프 각자가 전문가라는 입장에서 한위 위원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는 것이 한위 발전에 긴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분위기와 기회가 많이 이루어지도록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평화를 만들어 가는 세계시민의 일원으로서, 한위와 〈유네스코뉴스〉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분야의 전문가이자 교육자로서 젊은 세대가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갖는 것이 우리의 중차대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글로벌 시민교육은 유네스코의 이상과 목적에 부합하는 매우 중요한 교육 과정이기에, 한위가 주도하여 국내에 이 교육을 확산 하는 것은 국가 사회적으로 의미가 큽니다. 사실 글로벌 시민교육의 다양한 내용은 단순히 세계화되고 다원화된 세상의 문제에 대한 지식을 이해하거나 혹은 도덕적 측면에서 배우는 교육이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동시에 자기 스스로를 깨우치는 교육이라고 봅니다. 한국처럼 선진국을 지향하는 국가에서는 선진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소양으로서 글로벌 시민 교육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유네스코의 전반적인 이상과 목표가 결국 글로벌 시대의 ‘선한 시민의식’(good citizenship)을 배양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한위가 평화로운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활동에 사명감을 갖고 더 많은 발전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유네스코뉴스> 독자들도 보다 큰 애정을 가지고 유네스코 활동에 참여하고 성원해주시기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새 리더십이 쏘아올린 개혁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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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4월 9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204차 집행이사회에서 전격적인 혁신 조치를 예고했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개회 연설에서 ‘시대의 도전에 유네스코의 사업을 맞추는 것이 전환의 핵심’이라고 설명하며, 자신의 개혁안이 단기적 개혁(reform)이 아닌 전략적 전환(transformation)이라 명명하며 프레임을 제시했다. 개혁안과 함께 시험대에 오른 아줄레 리더십 사업전략 우선주의, 윤리원칙 강화, 건물 개방과 조직의 현대화 등, 신임 사무총장이 제시한 개혁 총론은 한국을 포함한 58개 이사국으로부터 대체로 지지를 받았다. 다만 이사국은 개혁 착수 예산(약 23억원) 승인 과정에서 절차의 구체성과 투명성에 질문을 쏟아내며 사무국이 ‘독주’하는 개혁은 견제했다. 사실 지난 10년간 유네스코가 ‘개혁’을 천명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0년에 외부독립평가를 의뢰 했고, 미국의 정규분담금 미납이 현실화된 2012년에는 개혁로드맵이 등장했다. 2017년에 나온 ‘거버넌스 개선 권고’는「유네스코 헌장」의 개정이 필요할 만큼 방대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또 어떤 개혁인가. 아직 아줄레 사무총장의 안은 계획에 불과하다. 내년 11 월 제40차 유네스코 총회 보고가 목표인 이번 계획안은 앞으로 남은 1년 6개월간 어떤 내용을 내놓을까. 국제 정치가 엮인 고차방정식 전환의 명분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에 따른 사업의 전략적 초점에 맞춰 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 총장이 2030 개발 의제에 맞춰 유엔 시스템을 재편(reposition)하는 개념과 궤를 같이한다. 아줄레 사무총장의 딜레마는 정작 자신의 첫 임기(2017—2021) 중에 사업을 변경할 수 없다는 데 있다. 8년 중기전략 (2014—2021)과 4년 사업계획(2018—2021)이 이미 확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개혁안은 차기 중기 전략(2022—2029)과 사업계획(2022—2025)을 겨눌 전망이다. 상당폭의 중기전략 변화를 통해 기존사업의 일몰과 신규사업 생성을 촉발하고, 유엔 재편의 회오리 속에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53개 지역사무소 개혁도 가능하다. 요체는 과정이 아닌 결과물이다. 유네스코 개별 사업에는 회원국의 이해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전임 보코바 사무총장은 재선 직후 사업 섹터를 3개로 통합하는 구조개혁에 착수했다가 회원국의 강력한 반대로 실패하면서 위상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문화부 장관 출신으로 프랑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아줄레 사무총장은 주요 관심 분야가 마크롱의 정책과 겹 친다. 이에 프랑스 정부 역시 이번 개혁안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그 뒤를 받치고 있다. 여전한 숙제, 탈정치화 전환과 함께 또 다른 키워드는 유네스코의 탈정치화(depoliticization)와 중재역(facilitator)이다. 정부 간 기구인 유네스코가 국제정치를 다루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화와 협력, 평화의 대명사인 유네스코의 과도한 정치화는 조직의 명분을 훼손한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이번 집행이사회에서 극한 대결로 치달았던 중동 이슈를 중재하여 표결 없는 전원합의를 이끌었다. 대화와 다자주의를 내건 첫 중재는 일단 성공이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크림반도 충돌이나 기록유산 갈등 등, 첨예한 안보와 역사가 얽힌 문제들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는 12월 탈퇴가 예정된 미국과 반대로 중국은 유네스코에서 한 발짝 더 영향력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유네스코의 ‘2인자’ 직위인 사무차장(DDG)에 싱츄 주벨기에 중국대사를 앉혔다. ‘중국판 나토’라 불리는 상하이협력기구와 유네스코 간 협정을 체결했고, 하이난에 설립될 유네스코학교 국제센터(카테고리2)도 승인받았다. 회원국 간 역학관계와 강대국의 입김 등, 앞으로 아줄레 사무총장이 넘어야 할 산은 한둘이 아니다. 이복잡한 방정식의 해답은 어디 있을까. 마침 이번 회기 집행이사회 의장을 맡은 이는 한국의 이병현 대사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꽉 묶인 유네스코의 문제를, 한국의 리더십과 다자주의 협상이 어떤 식으로 담대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강상규 국제협력팀장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개인과 기술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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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회에서 개인별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2018 세계정보사회정상회의(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 WSIS) 포럼은 3월 중순 청명한 제네바에서 일주일간 진행되었다. 세계정보사회정상회의라는 이름에 걸맞게 2018 WSIS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참여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매일 쉴틈 없이 진행되는 다양한 세션에 참여, 정보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고 고민을 함께했다. 올해 WSIS의 내용을 돌아보면, 회의의 기저를 이룬 주요 테마는 테크놀로지 기반 지식정보 사회의 정보격차와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있다. 회의 참가자들은 4차 산업혁명 이후 일상화될 인공지능 기반 사회에서 기존의 디지털 격차가 지금보다 심화될 위험이 있으며, 개인별로 디지털 격차가 더욱 커질 위험이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에 이번 회의에서는 디지털 격차 극복을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사회와 기업, 국가와 개인, 국제기구와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어떠한 지원 및 활동을 통해 지식정보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와 아이디어가 오갔다.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매우 다양한 각도에서 그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회의에 참여한 여러 국가와 국제기구에서는 정보 인프라 구축과 지속적 관리, 빠르게 변화하는 테크놀로지에 적합한 콘텐츠 및 서비스 개발을 통해 디지털 격차 극복 방안을 제시하는 사례가 많았다. 반면 북유럽과 아프리카의 협업 프로젝트 등은 모든 사람들이 테크놀로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발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하는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정보사회에서 테크놀로지와 정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되었다. 이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STEM—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약자—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이에 부합하는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미래사회 환경을 구축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동시에 정보사회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도 고민했다.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청소년 단체와 국제기구, 사기업들이 의견과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도 마련됐다. 미래 사회의 주역인 청소년을 위해 올해 WSIS에 서는 정보사회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주된 주체로 청소년을 상정하고, 18~35세 사이의 청소년 및 청년을 대상으로 한 테마 중심 워크숍을 마련했다. 이 워크숍에 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하여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청소년들이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사기업과 국가 단위의 지원으로 이를 확산시키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WSIS에 참여하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며 이 시대의 개인은 정보화 사회를 향유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가 살아나갈 환경을 주체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적극적 주체임을 실감했다. 테크놀로지 역시 사회와 별도로 발전하는 가치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 사회의 필요와 지향을 반영하는 유연한 환경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회의가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