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인도 2020 사업 결과 보고
교육으로부터 소외당하며 오랜 억압에 시달렸던 인도 여성들에게 문해를 통해 희망을 주고, 코로나19로 차질을 빚은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2020년도 브릿지 인도 사업의 결과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브릿지 인도 사업은 특히 여성의 권익 증진에 집중하는 프로젝트로, 문해교실(Functional Literacy Centre; FLC)에서 이루어지는 문해교육과 생활기술교육을 핵심으로 합니다. 이러한 교육활동은 나아가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를 강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성들이 자립적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자신이 가진 사회적 권리를 깨닫는 것을 돕기 위해 구성된 문해교실의 수업에는 2020년을 기준으로 무려 600명에 달하는 학습자들이 참여해 삶의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지역 언어와 힌디어를 배우는 기초문해교육을 비롯해 디지털 및 금융 관련 문해교육, 젠더와 보건, 법 등 다양한 필수 생활기술교육이 이들 여성들에게 제공됐습니다.
교육의 힘을 통해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삶의 고난에 맞서게 해 줄 기반이 되는 문해교실을 수적·질적으로 확대한 것도 2020 사업의 큰 성과 중 하나입니다. 14개 마을을 대상으로 새로운 문해교실을 만들어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학습자료 및 교재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을 프로젝터와 스피커 등 스마트 기기를 갖춘 스마트 문해교실로 보수하기도 했습니다. 사업 수행에 있어 교육 수혜자 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교육의 질 역시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급변하는 교육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와 같은 변화는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이외에도 강사 역량강화 심화연수 등을 동반하며 인도의 문해교실들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글과 생활기술을 가르치는 것 자체도 여성의 자립 능력을 기르고 권익을 증진하는 것에 도움이 되지만, 다른 나라의 브릿지 사업과 구분되는 인도 사업만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여성의 권리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부가적으로 함께 진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해교실을 통해 성장한 여성들은 나아가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다할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문해교실에서는 캠페인, 지역사회 모임 등으로 지역사회 내 여성의 역할 증진을 위한 활동을 펼치는 한편, 지역자치정부와 협업해 보건 및 위생, 가족계획에 관련한 월례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사회적 권한을 깨닫고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교육의 가치를 실감하게 된 것은 사업장과 지역사회에 불어온 희망의 바람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여성협의체 활동을 통해 보건 정보를 공유하고 여아교육의 중요성 등에 관한 홍보 활동을 하거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열린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사업장의 여성들은 문해교실을 넘어 지역사회와 세계 앞으로 당당하게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성의 권익 증진 활동 외에도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부분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교육의 힘이었습니다. 방역 및 백신 접종에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건 사업의 수행을 방해하는 미신을 바로잡는 등 현장의 생명들을 수호하는 보건교육의 힘은 어려운 시기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을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에 협조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 실무진의 큰 고충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오랜 설득과 시행착오를 거쳐 개인위생과 방역지침에 대한 규칙들을 안착시킨 노력은 실무자와 학습자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값진 대가로 되돌아왔습니다.
브릿지 사업과 문해교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된 교육 불평등과 교육 중단 사태에 대응하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공교육의 운영이 어려워져 학습이 중단되거나 그로 인해 노동, 조혼 등을 강요받는 아동들의 문제를 실감하고, 현장 사업장에서는 아동 정규과정 보충수업을 지원함으로써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운영을 중지한 공립학교를 대신해 오후 보충수업에 등록한 아동들은 8개월간 사업장에서 못다한 배움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280명에 달하는 아동들이 해당 수업에 참여했으며,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수업에 사용했던 교자재가 기부되어 학습을 지속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이 지역에서 뿌리깊은 소외와 억압의 역사를 단지 글을 알고 기술을 가지게 되는 것만으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이야말로 그러한 상황에 맞설 힘과 용기를 가진 주역들을 길러내는 데 필수적입니다. 문해교실의 여성들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미래를 응원하고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승혜 브릿지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