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식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위원장
지난 7월에 열린 제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됐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등재) 이후 한국의 두 번째 자연유산인 갯벌의 등재 과정을 이끈 우경식 위원장을 만나 소감을 들어 보았다.
— 먼저 등재추진위원장으로서 ‘한국의 갯벌’의 등재를 이끌어내신 데 대해 축하드립니다. 우리나라의 갯벌이 지닌 어떤 특별한 가치가 인정을 받아 등재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환경을 가진 갯벌입니다. 얕은 바다에 밀물과 썰물의 조차가 심하고 이것이 6시간마다 바뀌기 때문에 굉장히 넓은 지역에 퇴적물이 쌓이게 됩니다. 이 갯벌 퇴적물이 유기물이 많은 펄(진흙)이다보니 그 안에 다양한 저서생물들이 살고, 그것을 먹으러 오는 철새도 굉장히 많습니다. 황해는 유럽의 와덴 해(Wadden Sea)와 더불어 세계적인 철새의 중간기착지일 뿐만 아니라, 그곳을 능가하는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자랑합니다. 다만 세계유산의 등재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 측면에서 우리가 신청서에서 제시한 지질학적·생태학적 가치(등재기준 8-10번) 중에 10번 항목, 즉 철새 이동로의 핵심적인 중간 기착지로서 세계적 멸종위기종의 서식처가 되며 풍부한 생물종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점만 인정받았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게 생각합니다.
— 등재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떠한 점이 기억에 남으시는지요.
갯벌에 대한 지질학적 차원에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있었고, 특히 새만금 간척사업 때문에 갯벌의 대규모 매립이 이루어지면서 철새가 갈 곳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렇게 훼손된 갯벌이 과연 세계유산으로서의 자격이 있는가 하는 부분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갯벌에 대한 더 이상의 대량 매립이 없을 것이고, 이 지역을 지금이라도 세계유산으로 지정함으로써 인근의 여러 갯벌들이 함께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국제적인 협조를 요청했고, 많은 NGO들도 적극적인 지지 표명 등의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단계에서 그분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 세계유산에서는 소위 ‘5C’* 중의 하나로 커뮤니티(Community), 즉 공동체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갯벌의 경우에도 지역 주민의 지지와 참여가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우리 신청서에서도 언급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지질다양성이 생물다양성에, 또 생물다양성이 문화다양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가령 신안의 전통방식의 염전에서 소금을 만드는 일이라든지, 보성 여자만에서 큰 나무로 만든 납작한 뻘배를 타고 꼬막을 캐러 나가는 것과 같이 갯벌의 생태계와 공존하는 전통어업 방식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생태와 공존을 이루는 지역사회의 문화를 잘 활성화시키면서 그것을 활용한 소득 증대의 방법도 잘 모색해 본다면, 주민들도 유산으로서의 갯벌의 가치에 더욱 자부심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큰 성과이지만, 한편으로 ‘개발’을 원하는 지역주민들과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유산을 둘러싼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세계유산 사업의 궁극적 목표 역시 뛰어난 유산을 보전하는 동시에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임을 유산지역의 지자체와 주민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주민들 입장에서는 유산으로 지정되는 것을 무조건적인 개발 규제로 받아들이고, 지자체 역시 유산 보전 활동의 방향을 개발제한으로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어떻게 모색하느냐에 따라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전북 고창의 갯벌 체험장에서는 관광객들이 큰 차를 타고 함께 갯벌에 들어가서 조개를 캐 보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는 관광상품인 동시에 생태교육이자 환경교육입니다. 이와 같은 지속가능한 관광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 관리자가 세계유산이나 보호지역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하는 만큼, 지자체에서 기존 행정인력 이외의 전문가를 뽑아서 활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 끝으로 이번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어떤 부분이 기대되는지, 앞으로 남아있는 과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런지요?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국민들이 갯벌의 소중한 가치를 알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하고, 앞으로 갯벌을 비롯한 보호지역에 대한 관리나 관광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의 과제라면 그저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홍보를 통해서 주민들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갯벌의 가치를 알고 보전해 나가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C: 세계유산의 5가지 전략목표인 신뢰도(Credibility), 보전(Conservation), 역량강화(Capacity-building), 소통(Communication), 지역사회(Community)를 통틀어 일컫는 말.
*편집자 주: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등재 결정과 함께 2025년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전까지 유산 지역의 추가 등재, 통합 보존 관리 등을 권고했다. 우리 정부는 우리 유산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지속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지방 정부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것임을 밝혔다.
인터뷰 진행 과학청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