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이슈 라운드테이블
‘트로이카(troica)’라는 단어는 본래 말 세 마리가 끄는 삼두마차를 뜻하지만, 세 사람 혹은 세 개의 개체가 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현상을 의미하는 뜻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유네스코의 운영과 활동 역시 일종의 트로이카 체제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 세 주체는 각각 무엇이며, 이들이 균형을 이루며 조직을 잘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질문에 대한 답부터 먼저 말하자면, 유네스코를 이끌어 가는 세 주체는 바로 유네스코 회원국과 사무국, 그리고 국가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유네스코의 실질적인 ‘주인’은 다른 여느 국제기구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 분포한 회원국이다. 회원국은 유네스코의 운영을 위한 정규 분담금과 자발적인 비정규 예산을 내면서, 총회를 통해 기구의 주요 전략과 정책 및 활동 내용을 결정한다. 트로이카의 두 번째 구성 요소는 사무국이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사무국은 유네스코라는 다자기구의 행정 거점으로서 기구의 사업과 행·재정적인 실무 운영을 맡아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회원국에 보고한다. 트로이카의 마지막 주인공은 바로 국가위원회다. 유네스코 국가위원회는 각 회원국 내 관련 기관, 학계, 시민사회 등을 유네스코와 연결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 층위의 정보와 전문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세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각 주체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한편, 서로 호흡과 보조를 맞추며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유네스코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유네스코가 교육·과학·문화·정보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채택한 ‘규범’의 전 세계적인 이행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유네스코 회원국, 사무국, 그리고 국가위원회 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삼각 협력’ 또는 ‘트로이카의 효율적인 운용’을 촉진하기 위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우리나라 외교부, 유네스코 사무국과 함께 유네스코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인 ‘인공지능 윤리’와 ‘사이버 공간에서의 혐오·차별 대응’을 주제로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외교부, 유네스코 사무국이 작년 11월 16일 온라인 방식으로 공동주최한 ‘유네스코 이슈 라운드 테이블(Round Table on the Ethics of AI and Cyberspace)’은 2021년 유네스코 「인공지능 윤리 권고」가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후 회원국의 이행이 필요하고,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상 차별과 혐오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네스코가 효과적인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세 주체가 보다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열렸다. 온라인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 각국의 해당 분야 전문가와 유네스코 사무국 및 국가위원회 직원은 두 주제에 대한 여러 이슈와 협의 사항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인공지능 윤리’ 세션에서 참가자들은 유네스코 「인공지능 윤리 권고」가 채택되기까지의 내부 준비 과정과 해당 권고의 주요 내용 및 특징을 공유하며,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 기준은 첨단기술의 발전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직 정비되지 않은 첨단기술의 발전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고 조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혐오와 차별 대응’을 논하는 세션에서는 알고리즘과 같은 과학기술만으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차별과 혐오의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고, 따라서 첨단기술을 이용하는 기술적인 방법 외에도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추가적인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은 회원국과 사무국, 그리고 국가위원회가 같은 방향으로 효과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긴밀한 소통과 협의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전 세계 참석자들 역시 이번 라운드 테이블이 오늘날 유네스코의 핵심 이슈를 시의적절하게 다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23년 새해에도 유네스코 각 주체들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칠 예정이다.
백영연
국제협력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