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해 유네스코 본부 전략기획부서 전문관
이소해 전문관은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네덜란드에서 개발학 석사를 마친 후 유네스코에 입사해 현재 유네스코 파리 본부 전략기획부서에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파트너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간직한 청년이 지금의 자리에서 활약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청년기자단이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전문관님, 이렇게 화상으로나마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유네스코 전략기획부서(BSP)에서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유네스코에 대한 자발적 기여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해당 국가들의 유네스코 관련 계약, 필요한 자료 수합, 각국의 총리와 사무총장 간의 논의사항 등을 미리 조율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에서 근무한 지는 17년 정도 되었고, JPO(Junior Professional Officer)를 거쳐 2009년 YPP(Young Professional Program)를 통해 정규직원이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교육 섹터에서 일하시다가 작년에 부서를 옮기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항상 일이 한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겠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죠. 교육 분야에서 근무할 때 전략기획국 국장님께서 저를 인상 깊게 봐주셨습니다. 뵐 때마다 항상 BSP를 저에게 추천해주시기도 했고요. 저 또한 같은 곳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관심이 일었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타이밍 같아요. 작년에 마침 BSP에 공석이 나서 추천을 받고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타 부서장의 추천을 받으실 정도이셨다니, 전문관님의 교육 분야에서의 경험을 안 얘기해볼 수가 없는데요, 당시 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유네스코에서 교육 관련 일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전략을 기획하고 유네스코 총회와 집행이사회에 제안서를 내는 일을 오랫동안 했어요. 특히 2015년도에 고등교육과 관련된 협약(Global Convention under Recognition of Higher Education)을 범세계적인 규정으로 만들었던 작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각국은 큰 틀에서 반대는 없었지만 불과 2년 후인 다음 총회 때까지 진전을 만들어 내기엔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었어요. 마침 유네스코의 절차규칙을 정리한 ‘Basic texts’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저는 반드시 다음번 총회에 결론을 지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걸 파악해 먼저 2017년 총회 때 중간단계를 보고한 후 2019년에 최종 보고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절충안이 받아들여지면서 막혔던 회의가 뚫린 거 같았어요. 해당 규정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었기에 저는 주니어였음에도 당당히 말할 수 있었어요. 당시 많은 동료 및 회원국들이 그 제안을 높이 사주셨고, 저 또한 자랑스럽게 여기는 경험이에요. 왜 법조인들이 법조문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웃음)
가장 기반이 되는 규정에 대해 제대로 알고 계셨던 부분이 빛을 발했던 순간인 거 같습니다. 전문관님의 전반적인 유네스코 입사 과정도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뾰족한 길도 확실한 대답도 알지 못했죠. 대학 졸업 후 회사 일을 하던 중 우연히 JPO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국제이슈에 관한 관심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했고 『타임』 같은 잡지를 꾸준히 읽으며 지식을 쌓았어요. 차곡차곡 쌓은 지식 덕분에 JPO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YPP의 경우 JPO 당시 쌓았던 유네스코 네팔사무소의 현장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네팔사무소에서 제 실질적인 역량을 발휘한 사례들을 면접에서 많이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합격했다고 생각합니다.
JPO와 YPP를 모두 거쳐오셨다니 아마 모든 국제기구 진출 희망자들이 꿈꾸는 길일 것 같아요. 국제기구에 진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국제기구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여러 가지 종류의 역량이 있어야 하는 곳이기에 하나만 얘기하기엔 어렵네요. 언어 능력이나 문화 수용력은 당연한 역량 같아요. 이는 단순히 두루두루 어울리는 것을 넘어 각 문화권에 따라 알맞은 문화코드를 설정하는 것을 얘기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이냐, 포괄적인 지식이냐에 대해선 정해진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경영학을 공부하고 개발학 석사를 거쳤는데, 지금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스페셜리스트가 될지 제너럴리스트가 될지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해 해 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유엔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다면, 그 시작이 반드시 유엔일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민간 사회, NGO, 봉사 단체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선 국제사회에 나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방법으로든 다른 사람들과 생활하고, 현장에 나가 직접 경험해보고, 고민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일 것입니다. 이전 인터뷰에서 박종휘 박사님 하신 말씀처럼 “일단 뛰어나가라!”라는 말을 저도 다시 해주고 싶습니다. (웃음)
김예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