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브릿지 2단계 동티모르 사업 출장
산길에서 낙석을 만나고, 갑작스런 정전이 발생하고, 차가 도중에 서 버리고⋯. 마치 어드벤처 영화를 보는 것 같지만, 모두가 이번 동티모르 출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12월임에도 무더위와 폭우를 뚫고 가야만 했던 출장길은 그토록 만만치가 않았는데, 그럼에도 저희 출장단의 마음에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어째서였을까요?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박환보 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 노지원 홍보팀장, 그리고 국제협력사업실의 브릿지 동티모르 사업 담당자인 필자로 구성된 이번 출장단은 지난해 12월 10일에 인천공항을 떠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동티모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2020년부터 시작된 브릿지 2단계 동티모르 사업은 벌써 5개년 중 4년을 마치고 올해로 마지막 해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번 출장에서는 사업 모니터링뿐 아니라 해당 사업이 잘 이행되어 동티모르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을 주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외부 전문가인 박 교수가 주도하는 종료평가도 수행했습니다. 더불어 유네스코동티모르위원회가 제안한 후속사업(2025-2029년)에 대한 타당성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동티모르에 도착한 출장단은 주동티모르 대한민국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동티모르 사무소, 동티모르 교육부를 방문해 현지 상황과 여타 교육개발협력 사업들의 현황 및 브릿지 사업에 대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동티모르에서 한국어의 인기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동티모르는 우리나라의 고용허가제 대상 국가 중 하나로, 한국어 시험과 기술 시험을 통과한 동티모르 국민은 한국으로 와서 노동자로 근무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약 1만 3000명의 동티모르 국민이 고용허가 취득을 위한 한국어 시험에 응시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동티모르 전체 인구의 약 1%에 해당합니다. 이를 경제활동인구로 추산하면 우리나라에서 매년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인구 비율과 비슷한 정도입니다. 정말 많은 동티모르 국민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고, 한국어 교육 수요도 많다는 뜻이지요.
이러한 동티모르의 상황을 반영해 브릿지 사업의 지역학습센터에서도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면을 통해 몇 차례 소개했던 것처럼 브릿지 2단계 동티모르 사업은 2020년부터 5년 동안 동티모르의 13개 주(Municipality)에 지역학습센터 15개소를 짓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3개 센터가 신축 혹은 리모델링이 완료되었고, 올해에는 2개 센터가 지어질 예정입니다. 건물 공사뿐만 아니라 새 센터에서 나이와 인종, 출신 배경에 관계 없이 누구든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컴퓨터 수업, 한국어 수업, 재봉 수업, 영어 수업 등 다양한 생활기술교육 수업이 있고, 학교에서 중도 탈락한 학습자를 위한 학력인정교육도 진행합니다.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테툼어 문해교육도 있습니다. 다만, 테툼어 문해교육은 점차 그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생활기술교육이 갈수록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출장 동안 쿠다 울룬(Kuda Ulun) 지역학습센터와 마눌레우(Manuleu) 지역학습센터를 방문하고, 마우메타(Maumeta) 지역학습센터의 개소식에 참석했습니다. 한위와 함께 교육의 미래를 위한 ‘고잉 투게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케이팝 그룹 세븐틴의 소속사인 플레디스(PLEDIS)도 이곳에서 2개 지역학습센터와 5개 컴퓨터 교실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그중 현재 복원이 진행되고 있는 마나투토(Manututo) 지역학습센터도 방문해 보았습니다. 방문지마다 학습자와 교사, 관리자들과 면담을 하며 사업의 잘 된 점과 어려운 점, 향후 계획 등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쿠다 울룬 센터에는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습자가 150명이나 됐고, 마눌레우 센터에서는 어린이들이 방과 후에 센터에 모여 영어 수업을 들으며 미래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마우메타 센터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많이 모여 센터의 신축을 축하해 주었고, 동티모르 현지 방송사와 언론사도 이 자리를 찾았습니다. 주민들은 앞으로 이 센터를 통해 삶의 새로운 배움들을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부와 후원자들의 관심과 격려 덕분에 브릿지 2단계 동티모르 사업은 잘 마무리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쿠다 울룬 센터 학습자의 한국어 노트에 적힌 빼곡한 글씨처럼, 브릿지 사업을 통해 동티모르의 학습자들도 교육을 통한 삶의 기회와 꿈을 살뜰히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후원자 여러분의 마음이 바다 건너 작은 섬나라 동티모르에서 교실을 만들고, 교사를 채용하고, 알찬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재건되고 있는 나라, 그래서 여전히 꿈을 꾸는 나라. 동티모르의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위한 브릿지 동티모르 사업에 앞으로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김계신 국제협력사업실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