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기백기 인터뷰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브릿지팀 김계신 전문관
이번달 청.기.백.기(청년 기자단의 백 가지 기록)에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3년째를 맞는 브릿지팀의 김계신 전문관을 만나 보았습니다.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먼저 브릿지팀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브릿지팀은 ‘브릿지 프로그램’을 맡아서 하고 있고, 브릿지 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의 교육소외계층, 즉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에요. 공교육에서조차 소외된 사람에게까지도 교육 기회를 지원하는 것까지 여기에 포함되죠. 브릿지 프로그램은 크게 ‘브릿지 2단계 사업’과 ‘브릿지 세종 사업’으로 나눌 수 있어요. 브릿지 2단계 사업은 유네스코 국가위원회들 간의 사업으로, 우리 위원회가 정부 지원과 국민 후원금을 받아 협력국 유네스코 국가위원회와 협업해서 학교 밖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배움의 때를 놓친 성인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 기회를 제공합니다. 학교가 멀어서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각 지역의 지역학습센터를 중심으로 학력 인정 프로그램, 글을 읽고 쓰는 문해교육, 소득창출을 할 수 있는 기초교육훈련 등을 제공하고 있어요. 지금은 동티모르, 라오스, 말라위, 부탄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브릿지 세종사업은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Sejong Prize)을 수상한 기관들의 사업을 지원해요. 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는 여성분들, 그리고 교정 시설에 수감중인 재소자 중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문해교육, 교재 보급, 직업교육 훈련 등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업무를 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나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학생들이 모이는 게 어려워져서 저희가 ‘특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역학습센터를 거점으로 한 코로나19 대응교육과 필요 물품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했어요. 외진 지역의 주민들은 보건위생품을 보급받는 게 어려웠는데 이 사업을 통해 보건위생교육과 필요한 물품을 받으면서 만족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들었어요. 다들 힘든 와중에도 소외계층의 교육이 끊기지 않도록 모두 함께 협력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코로나19가 브릿지 사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 같아요.
코로나19 때문에 공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교육소외계층의 교육여건은 더욱 악화됐어요. 정규교육의 공백을 채우기도 바쁜 실정이기 때문에 학교 밖에 있는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성인들에 대한 지원은 더욱 적어질 수밖에 없었죠.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개발도상국에 있는 여성들은 가사나 돌봄 시간이 더 길어졌고, 기존에 문해교육이나 글쓰기 교육을 받던 분들도 참여가 어려워졌습니다. 다시 학교 문이 열리면 학교 교육은 이어서 받을 수 있겠지만 학교 밖 교육은 한번 끊어지면 그것이 어쩌면 이 분들 인생에서 마지막 교육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거죠. 다행히 산간지역이나 외진 지역은 코로나19 확산이 심하지 않아 사업을 계속 이어 나가고는 있지만, 소외계층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그 어느때보다도 크게 와닿고 있어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그리고 브릿지팀에서 어떻게 일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어릴 때부터 ‘사람’에 관심이 많았고, 신체적으로, 지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온전한 나 자신이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과정은 보통 교육을 통해 완성되는데, 세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보니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이 마땅한 교육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에요. 그 누구도 자신이 태어난 국적이나 가정환경을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선택권이 다르게 주어진다는 게 굉장히 불공평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아프리카에 있는 교육 관련 NGO에서도 잠깐 일했어요. 그런데 국제사회에서 교육을 이야기할 때 유네스코를 빼놓을 수 없다보니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입사하고 싶었고, 또한 현장성 있는 교육 관련 업무를 해 보고 싶어서 브릿지팀에 오게 되었어요.
브릿지팀 업무에 특히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브릿지팀에서는 ‘현장경험’이 큰 도움이 돼요. 현장 출장을 자주 갈 수 있는 게 아니라서 현장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되죠. 교육학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이 역시 현장과 사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사실 이런 것들도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파트너 국가들을 도와준다’라는 시혜적인 태도는 지양하고, ‘함께 만들어간다’는 상호존중의 태도가 말이에요. 우리가 갖고 있는 태도가 업무에서도 드러나기 때문에, ‘우리가 당신들을 도와주고 있다’라는 생각보다는 ‘지속가능발전 4번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협업하는 유네스코 패밀리 한 팀!’이라고 생각하는 태도, 그리고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정한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