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 김웅서 원장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해양과학 10년(2021-2030)’이 시작되는 해를 맞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양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김웅서 원장을 만나 한국 해양과학기술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유네스코는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를 1960년대부터 시작했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현재 한국해양학위원회(KOC)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KIOST 원장이자 한국해양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해양과학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라는 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익숙한 이야기이지요. 실제로 우리나라는 그런 지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해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높은 가능성을 가진 나라입니다. 실제로 경제발전 초창기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수산업, 조선업, 해운 물류 등 해양 관련 산업이 있었고, 그 이면에는 바다를 통해 발전을 이끌어온 해양 관련 인재들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그 바다를 건너온 해양강국들 사이에서 침략과 수탈을 겪은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도 바다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해양 진출을 도모하는 중국이나 끊임없이 독도 도발을 일삼는 일본과 마주하고 있지요. 우리가 해양을 잘 알고, 이와 관련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해양과학은 우리가 과학적인 관측과 조사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명확한 논리에 따른 정책을 세우고, 또 주변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꼭 필요합니다.
—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 14번(SDG14, 해양 생태계 보전)의 실현 방안으로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유엔 해양과학 10년(2021-2030)’을 선언했습니다. 수산 자원 등을 위해 바다를 ‘활용’하는 것 못지않게 ‘보전’ 또한 중요한 때인 듯 싶습니다. 해양과학기술이 바다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수산자원은 점점 고갈되고 있고, 북태평양에 해류를 타고 흘러간 쓰레기들이 모여 섬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바다가 우리가 생각했던 무궁무진한 화수분이나 쓰레기처리장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우리가 지속가능하게 바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양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수산업을 예로 들면, 각 어종의 생태를 과학적으로 연구를 해야만 어느 정도의 어획량이 적절하고, 어떤 시기에 어획을 중단해야 이들의 개체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해양과학기술의 도움이 꼭 필요하지요. 쓰레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큰 문제로 떠오른 미세플라스틱을 예로 들면 KIOST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현재 얼마만큼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해양생태계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관리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바탕이 될 수 있겠습니다.
—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있어 해양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증진하고자 유네스코는 ‘해양 문해’(ocean literacy)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해양 문해는 어느 정도인지요? 그리고 해양 문해 향상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사람들이 흔히 “지구온난화라고 하는데 겨울에 더 추워지는 걸 보면 거짓말 아니냐”는 오해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에서 얼음이 녹으면 바닷물의 염분과 밀도가 낮아져 전세계 해류의 순환을 일으키는 힘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중위도의 걸프만에서 난류를 미는 힘이 약해져서 기존보다 오히려 추워지는 지역이 생기기도 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이렇듯 바다를 잘 몰라서 생기는 오해들이 많은데, 앞으로 바다가 인간 생활의 영역으로 더 깊숙히 들어오게 될터인만큼 바다를 더 잘 아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해양 선진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해양에 대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교재들도 많이 펴내고, 교과 과정에서 체계적인 해양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해양교육 환경은 상당히 열악한 실정이지요. 이에 KIOST는 『미래를 꿈꾸는 해양 문고』, 『과학으로 보는 바다』, 『해양과학총서』를 비롯한 해양 시리즈 책을 펴내고 있는데, 모쪼록 이 책들이 더 널리 읽히고 교재로도 적극 활용되어서 바다를 보며 꿈을 꾸는 아이들을 더 많이 키워내고, 우리 국민들이 바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우리나라의 해양 문해가 높아지면 우리는 바다를 더 잘,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SDG 14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를 돕고자 2019년에 『우리의 지속가능한 해양』 해설서를 발간하는 등 KOC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속적으로 협력해 왔습니다. 향후 국내 해양과학 활동 증진을 위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바라는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KOC와 한국해양학회를 비롯해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한국 해양학계에 뿌린 씨가 잘 자라서 좋은 파트너로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서로간의 협력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과학·문화 분야에서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있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해양분야 전문성과 콘텐츠를 갖고 있는 KIOST가 협력해서 해양과학이 대중에게 더 널리 알려지고 지지를 얻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우리나라 해양과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해양분야의 차세대 꿈나무를 육성하는 데 있어서도 양 기관이 적극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과학청년팀, 유네스코뉴스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