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준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1990년대 이후부터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는 국제 교류와 해외 교육지원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제15대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공여국으로서의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한국 최초의 유네스코 카테고리2 센터인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 설립을 이끌었던 권태준 사무총장을 지난해 12월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만났다.
재임 당시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 설립과 주한 외국인과의 교류프로그램 등을 활발히 추진하셨습니다. 교육 및 교류 활동에 특별히 관심을 쏟은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재임 당시 총회 등의 국제회의에서 살펴본 유네스코 회원국들의 활동이라는 것이 대개 대표를 유네스코에 파견해서 발언권을 행사하고, 전문가들에국한된 회의에 참여하는 데 머물러 있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담론에 그치는 회의 중심 활동보다는, 보통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고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유네스코 활동이 필요하다는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유네스코 교육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룬 개념 중 하나가 국제이해교육(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이었는데, 이 개념을 실질적인 활동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부, 청와대, 경제기획원까지 뛰어다니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실이 바로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sia-Pacific Centre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APCEIU, 이하 아태교육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 다른 회원국들로부터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큰 힘이 되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태교육원이 이제는 재정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독립된 기구로서 많이 성장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한편, 점점 많은 외국인 인구가 유입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실질적인 문화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외국인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한국어 교실을 열고, 한국인과 외국인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인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교실’(Cross-Cultural Awareness Programme)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유네스코의 개혁은 재임 당시에도 이미 큰 화두였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유네스코 총회 개혁 운영위원회 활동도 하셨는데요.
유네스코 총회에서 각 회원국들이 각국의 발언권 행사에만 치중하고 실질적인 교육,과학, 문화, 국제교류 등의 활동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당시 페데리코 마요르 사무총장과도 몇 차례 만나 유네스코 본래의 설립 취지와 맞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당시 본부의 프로그램 분야 국장 이하 담당자들도 회원국에서 이렇게 나서주는 것에 대해 상당히 고마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이 유네스코가 설립 취지에 걸맞는 영향력을 세상에 미칠 수 있는 조직이 되도록 유네스코의 사업 활동과 구조, 관행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유네스코에 가입한 지 올해로 70년이 되었습니다. 유네스코의 70년과 앞으로 우리 한위의 70년을 위한 조언이 있으신지요?
2차대전 이후 국제기구가 많이 생겼는데, 아무래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대중의 관심을 받은 분야는 경제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반 세기가 넘게 흐른 지금, 세계적으로 전반적인 경제 여건은 나아졌음에도 평화 구축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따라서 유네스코 헌장에도 나와 있듯이 정치경제에만 치중되는 외교가 아니라, 교육·과학·문화를 통한 외교라는 측면에서 유네스코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봅니다. 유엔 차원에서도 유네스코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네스코의 활동이 실질적으로 각국에 뿌리를 내리고 활성화되도록 국가위원회의 역할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한위는 규모나 활동 면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위원회라고 볼 수 있는데, 다른 회원국의 국가위원회도 인력이나 재정 면에서 좀 더 활성화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끝으로 한국의 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을 맞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 정부가 가입한 최초의 국제기구가 바로 유네스코입니다. 한국은 유네스코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유네스코와 함께 많은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한국의 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을 맞아 더 많은 국민들이 유네스코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김귀배 과학문화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