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9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개최
원래 3월 말 개최 예정이었던 제209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3개월 연기 끝에 드디어 6월 30일부터 열흘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된 가운데, 교육과 과학, 문화, 커뮤니케이션 등 유네스코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이사국들의 논의는 여전히 뜨거웠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인류의 일상을 바꾼 것처럼, 유네스코 역시 새로운 환경에 거버넌스의 방식을 적응시키기 위해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주재국인 프랑스의 방역 지침에 따라 드디어 제209차 집행이사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집행이사회로는 처음으로 사무국 내에서 가장 큰 회의실인 ‘룸(Room)1’에서 열린 회의에는 58개 이사국이 참석하여 유네스코의 주요 이슈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쳤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영향을 받은 유네스코 활동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였습니다.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학교폐쇄 및 디지털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 심화, 과학적 정보와 지식의 공유를 위한 오픈 사이언스 확대, 허위 정보의 위험성과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의 중요성, 문화시설 폐쇄와 공연 취소에 따른 문화 분야 전반의 위축 등을 언급하고, 특히 차별과 혐오 문제에 대응하여 유네스코가 국제공동체의 공공재인 교육, 과학, 문화,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를 더욱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이사국들도 이에 동의하며 다자주의에 기반한 국제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협력과 연대가 모든 주제에서 이루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유네스코 내 지역 간, 국가 간 긴장관계에 따른 대립으로 자정을 넘어서까지 회의가 진행된 적도 두 차례나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문화재 반환 촉구 문제였습니다. ‘아프리카 우선순위’라는 의제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1970년 협약) 이행 강화와 불법소유 문화재 반환 촉진을 위한 정부간위원회(ICPRCP) 역할 증대를 요구하면서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은 그 반대편에 섰는데, 특히 프랑스는 과거사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식민지 시기 문화재 반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수 문제를 유네스코 무대로 가져와 국제법적으로 또는 다자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했습니다. 문화재 ‘송환(repatriation)’, ‘도난(stolen)’ 등의 법적 용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61개 회원국이 공동 제안한 의제인 만큼 일부 국가들이 계속 반대를 밀어붙이기란 역부족이었던 관계로 결국 원안이 수정없이 관철되었습니다.
유네스코 국제교육국(IBE)을 둘러싼 이사국 간 신경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2018년 주재국인 스위스가 재정 지원 중단을 통보한 이래 유네스코 회원국들은 IBE의 미래를 두고 사무국 업무 이관, 새로운 유치국 모색, 스위스 잔류 등의 세 가지 선택지를 논의해 왔습니다. 워킹그룹이 구성되어 여러 차례 협의회를 열었고, 처음부터 유치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중국은 상하이에 IBE를 설치하는 안을 제안하고 재정지원까지 약속했지만 회원국들의 반대에 부딪혀 워킹그룹을 탈퇴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워킹그룹은 IBE의 스위스 잔류, 그리고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임무 설정안을 집행이사회에 제출했습니다. 스위스가 앞으로 4년 더 재정 지원을 약속하면서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여러 이사국들이 환영을 표했지만, 중국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1기관 2개소(제네바 및 상하이) 병행안 검토를 강력히 요청하자 태국,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동조하기도 했습니다. 두 차례 비공식 협의 끝에 중국의 제안을 검토하기 위한 워킹그룹을 다시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IBE의 미래는 아직도 불투명해 보입니다.
열흘간의 대장정의 마지막 날, 폐회식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가 깜짝 공연을 열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가수이자 문화부 장관 출신인 호세 안토니오 로드리게즈(José Antonio Rodriguez) 대사는 유네스코 합창단과 함께 등장해 멋진 기타 연주와 노래로 참가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어렵게 개최된 집행이사회가 무사히 끝난 것에 모두들 행복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본국에서 파견된 출장단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모든 세션을 인터넷으로 중계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집행이사회를 볼 수 있었습니다. 기술이 허락하여 본국에서도 화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다음 집행이사회는 11월에 열리는데, 그때는 부디 모든 대표단이 모여 온전한 집행이사회를 개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지현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