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의 이야기 ‐ 박은경 전(前)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부위원장
박은경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은 누구보다 유네스코를 사랑하며 지속가능발전에 관심과 애정이 크다. 부위원장직을 떠나서도 유네스코와의 인연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는 박 전 부위원장으로부터 그러한 애정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안녕하세요. 저희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와의 남다른 인연을 갖고 계십니다. 처음 한위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단 ‘UNESCO’라는 명칭이 어딘가 안정감을 주는 것 같지 않나요? ‘U’와 ‘O’의 두 모음 사이에 나열된 영어 알파벳의 모양새가 그렇고, ‘유네스코’라고 읽히는 물 흐르는 듯한 받침 없는 한국어 발음도 한몫한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저만의 우스운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유니세프(UNICEF)나 유엔디피(UNDP) 등의 발음보다 유네스코는 부드러우면서 균형 잡힌 발음이라는 생각 덕에 더욱 친숙하게 느껴져요. 저는 1960년대 초에 학교 외의 과외활동이 거의 없던 시절에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친구 손에 이끌려 당시 ‘국제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YWCA의 ‘와이틴’(Y-Teen) 활동에 참여했고, 고3 때는 전국연맹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사회적 책임감과 통찰력이란 걸 생각해 본 계기가 이때였습니다. 8년 만에 미국 유학에서 돌아왔을 때는 명동에 YWCA의 이웃으로 자리한 유네스코 건물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습니다. 높은 건물 안에 어쩌다 들어가 보면 복도에는 국제적 행사 사진이 전시돼 있었고, 한위와 이천 평화센터에서 강의 등을 하면서 점차 유네스코와 인연이 깊어졌지요.
― 한위의 교육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요. 한국에서 유네스코의 교육적 지위와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72년의 세월에 걸쳐 한국의 교육, 과학, 문화 분야에서 유네스코가 기여한 바를 생각해 보면, 서울 한복판의 명동에 버젓이 자리한 유네스코회관만큼이나 굳건하고 우뚝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제적 지도력의 측면에서나 정치적인 측면에서 갈수록 다양화되고 다각화되는 현재와 미래에 유네스코와 한위가 어떠한 사회적·문화적·교육적 지위를 갖게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와 디지털화, 코로나19 등은 전 세계가 하나로 묶여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런 시점에 유네스코 국제미래교육위원회가 내놓은 ‘교육의 미래 보고서’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교육은 공동의 사회적 노력 및 공동재로서 구성원 모두가 평생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사회적 계약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한위는 교육권의 확장을 포함한 교육의 새로운 가치를 더욱 힘써 알려야 합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도 마찬가지입니다. 2009년에 한위는 정부를 대신해 ‘ESD 한국위원회’를 만든 바 있고, 유네스코 ESD 공식 프로잭트 인증제로 실천 사례도 발굴하고 있죠. 저 역시 초대 위원장으로서 매년 한위 총회에 ESD 활동을 보고했고, 한위가 세계가 품고 있는 문제를 한국에서 해결하는 길을 모색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 부위원장을 역임하시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위의 29대, 30대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각 위원들과 함께
6년간 각자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쏟으며 한위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관리하는 길을 모색했습니다. 위원장(교육부장관)을 대리해 집행위원회를 주재하면서 회의에 참석하는 교육부, 외교부, 문화관광부 등의 공무원들에게 되도록 발언할 기회를 주려고 애썼던 기억도 있는데요. 특히 정부와 공동작업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후반 3년 동안에는 전국의 유네스코 네트워크 가입 도시를 순방하며 각 지자체장들과 함께 집행위원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지방정부와 한위가 공동작업을 기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지요.
― 이제는 후원자로서 한위에 어떤 바람이나 제안사항이 있으신가요?
2018년 임기가 끝난 후, 6년의 시간과 공동의 관심사와 열정을 담은 모임인 ‘UFO’(UNESCO Friends Organization)가 엮어졌습니다. 저는 지금 ‘통영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의 이사장으로 있지만, 한위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을 위해 집행위원 동지들과 통영계도 조직하고 단톡방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나누었던 6년 동안의 한위 집행위원 시절을 기반으로, 유네스코에 대한 사랑과 기대를 키워가며 앞으로도 한위의 활동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