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프랑스 국제건축도시현장워크숍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및 훈련 활동을 증진하고 다양한 한국형 ESD 실천사례를 발굴하기 위해2011년부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 인증제’를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매년 유네스코 ESD한국위원회 위원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ESD 공식프로젝트’로 선정된 모범적인 프로그램들을 지면으로 소개합니다.
국제건축도시현장워크숍은 원도심 내 건축공간을 활용해 참가자들의 인문학적 능력을 키워 세대간 연결을 도모하고 전문건축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역 도시 내 원도심에서 지속가능발전을 모색해 보는 이 프로그램은 2020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ESD 공식프로젝트로 선정됐습니다.
프랑스 파리라빌레트 국립고등건축학교와 인도 바라티 비디야피쓰 건축학교는 2000년대 초부터 ‘인도 도시를 통해 배우기(Learning from Indian Cities)’로 유럽과 중근동 아시아를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와 문화유산을 통한 국제교류를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 초기부터 외부전문가로 참여해 오던 필자는 한국 내 지역건축문화유산을 활용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지역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2016년 남서울대학교와 함께 이 프로그램에 ‘한국의 도시로부터 배우기(learning from korean cities)‘를 추가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한국-인도-프랑스 국제건축도시현장워크숍은 매년 1월과 9월에 각각 인도와 한국의 원도심에서 2주간 열리고 있습니다. 워크숍에 참가하는 3국의 건축학교 학생들은 2주 동안 현지에 체류하면서 팀별로 원도심을 기록하며 그곳의 공간, 역사와 문화, 주민의 일상 활동과 연계된 지식을 만나게 됩니다. 학생들은 원도심 내 주거환경을 이루는 공간과 거주하는 사람의 삶을 이해하며 공간의 장점을 보존하고 단점을 개선·보완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기존 건축공간의 환경·형태와 구조 및 재료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각 원도심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으며, 더불어 이 도시에서 우리가 이어나가야 갈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연구자와 주민, 타전공 학생들을 포함해 인도와 한국의 원도심과 주민의 주거환경과 주거문화유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워크숍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만든 영상으로 건축영화제 수상을 하기도 한 작가와 사진가, 인도 전역의 원도심의 가치와 이해를 돕는 건축만화를 책으로 펴낸 작가 등이 참여해 참가자들이 다양한 기록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유네스코가 개발과 보존을 잘 조화시킨 세계문화유산정책을 내놓는 데 오랜 역할을 한 프랑스, 문화정책과 교류 사업에서 이제 첫발을 뗀 인도, 그리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해 이제 수여국으로서 공적원조개발 공여의 의무를 지닌 한국의 활동은 학생뿐 아니라 주민과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공합니다.
공간을 읽어낸다는 것은 공간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것이며,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가꾸고 이어가기 위한 노력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연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 가꿔 온 주민의 삶이 닮긴 공간과 건축, 도시에 대한 기록을 통해 사람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도록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 보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 국제건축현장워크숍의 가장 큰 가치입니다. 인도 라자스탄주의 도시 우다이푸르에서는 학생들이 만든 자료와 도시공간의 재활용 및 보존을 위한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실제 원도심 내 환경개선을 위한 정책에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나온 참신한 제안들이 실제 정책에 보다 잘 반영되기 위해서는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주체적인 지역주민의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이에 커커필드-동네문화유산도시건축연구소는 원도심 주민이 주도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주거문화유산을 기록할 수 있도록 지역 내 협업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먼저 전남 해남에 있는 ‘새들의 노래마을’과 함께 해남의 주거문화유산을 기록하는 프로그램 ‘조:우’를 만들었고, 이어서 ‘조우:해남’, ‘조우:제주’, ‘조우:인도’를 통해 각 지역의 ‘물성’(야생화, 차블랜딩, 재활용, 건축, 시노래 등)을 활용한 기록워크숍도 시도했습니다.
지난 2월 ‘조우:인도’ 워크숍 일정 중에는 인도 바라나시의 골목길에서 보행자와 상인 등 모든 골목 이용자를 위한 ‘no horn ring a bell(경적 대신 종을 울려요)’과 ‘tea ceremony to Mother Ganga(어머니 강(갠지스강)을 위한 차 의식)’을 마련해 주민에 의한, 주민의, 주민을 위한 문화적 교류를 선보였습니다. 각자의 관점을 이해하며 공생을 도모하는 이러한 시도는 각 지역 주민이 지역적 관점을 넘어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역량을 갖추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가 문화교류를 통해 협력과 공존을 모색해 보는 오늘날, 커커필드-동네문화유산도시건축연구소는 한국과 전 세계의 주민들이 더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의 도시를 가꿔 나가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국제건축도시현장워크숍을 계기로 실력과 경험을 갖춘 미래 건축전문인과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워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최영순 커커필드-동네문화유산도시건축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