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평생 배움’을 그리며
87세의 나이에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고 말한 미켈란젤로와 “지적 성장은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어, 오직 죽음에 이를 때에만 멈추어야 한다”고 말한 아인슈타인.
이 천재들의 말은 모두 전 생애에 걸친 배움, 즉 평생학습의 의미와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한 개인이 삶을 마감할 때까지 지적인 성장을 거듭하도록 돕는 평생학습의 기회를 우리는 얼마나 충분히 누리고 있을까. 유네스코 평생학습원(UIL)은 3년마다 『세계성인학습 및 교육 보고서』를 발간하며 회원국들의 성인학습 및 교육 이행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2019년 유네스코 평생학습원(UIL)이 콜롬비아 메데진 시와 함께 개최한 제4차 학습도시 세계회의(ICLC)의 주제는 ‘포용: 평생학습과 지속가능한 도시의 원칙’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UIL이 발간한 『제4차 세계 성인학습 및 교육 보고서』(GRALE 4)의 주제도 바로 ‘참여, 형평 및 포용으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이다. 이처럼 ‘형평과 포용’은 교육 관련 지속가능발전목표 4번(SDG4)의 주된 화두로,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UIL은 2030 유엔 지속가능발전 의제의 틀 안에서 회원국들의 성인학습 및 교육 이행 현황을 모니터링하고자 3년 단위로 『세계 성인학습 및 교육 보고서』(Global Report on Adult Learning and Education, GRALE)를 발간해 왔다. 보고서 별로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이전 보고서 내용이 다음 보고서의 내용을 구성하는 토대가 됨으로써 모니터링과 평가가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차수가 거듭할수록 모니터링과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 응답률이 증가(GRALE 3에서는 71%, GRALE 4에서는 80%의 유네스코 회원국이 참여)함으로써 보고서의 신뢰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GRALE의 요약본을 계속 번역·발간해 오고 있었는데, 이번 GRALE 4는 국제 성인학습 및 교육 현황을 국내에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대한민국평생교육진흥재단이 공동으로 보고서 전문의 한국어판을 처음으로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의 주요 수단으로서 성인학습 및 교육 참여를 다루는 한편, 2009년 브라질 벨렘에서 열린 제6차 세계성인교육회의의 결과물인 「벨렘 행동강령」(BFA)과 2015년에 채택된 「성인학습 및 교육 권고」(RALE)를 2가지 핵심 축으로 삼아 성인학습 및 교육 현황을 면밀히 분석했다. 보고서 제1부에서는 BFA와 RALE에서 도출한 5가지 영역인 ▲정책 ▲거버넌스 ▲ 재정 ▲교육의 질 ▲참여, 포용 및 형평을 중심으로 GRALE 3 이후 국제 성인학습 및 교육의 진전 상황을 살펴보았다. 제2부에서는 참여, 포용 및 형평과 관련해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폭넓은 시사점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보고서 곳곳에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회원국들의 다양한 관련 사례들이 제시되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보고서의 각 장별로 제시되는 다양한 분석 결과 및 제언들은 몇 가지 공통된 메시지를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전 세계적으로 성인학습 및 교육 관련 정책 및 거버넌스에 있어서 고무적인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 외의 영역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불균등한 참여율과 교육의 질, 관련 자료의 부족 또는 부재, 불충분한 예산 등 관련 영역 전반에 걸쳐 문제점이 지적되었으며, 이는 개발도상국과 여성을 포함한 취약·소외 계층에서 그 편차가 더욱 큰 것으로 드러났다. 형평과 포용에 기반한 SDG4 달성이 여전히 쉽지 않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이번 보고서는 조사 대상국가에서 RALE이 제시한 세 번째 영역인 ‘교양·대중·지역사회 교육’(능동적 시민 역량)이 도외시되는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교육의 질 측면에서도 3번째 영역은 관련 기준항목별로 매우 미미한 진전율을 보였는데, 예컨대 시민교육 과정에 대한 질 관련 기준 개발에 있어 111개 응답국 중에서 불과 2%만이 진전이 있었다고 응답했다(표 1). 시민교육이 자유, 평등, 민주주의, 인권, 관용, 연대의 촉진 및 수호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성인학습 및 교육 참여도 역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민교육 참여율에 대해 ‘잘 모름’(27%)이라고 답한 국가들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 3번째 영역 관련 참여 현황 파악을 위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드러났다(표 2).
RALE의 3번째 영역은 지속가능발전교육(ESD)과 인권, 성평등, 평화, 세계시민의식을 다루는 SDG 세부목표 4.7과 관련된 것으로, 성인학습 및 교육 분야에서 관련 활동이 저조하다는 점을 감안해 향후 회원국들의 정책 우선 순위가 적절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성인학습 및 교육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문제를 마주할 때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발간 예정인 제5차 보고서(GRALE 5)의 주제가 ‘성인 학습자 대상 시민 교육’이라는 점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같은 해 개최되는 제7차 세계성인교육회의를 기획·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이번 보고서는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혜재 교육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