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홍수 시달리는 아시아 저개발국서 이는 변화의 바람
기후변화 대응 위한 교육 및 기술 지원,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
‘기후변화로 10년마다 작물 수확량이 최대 2%씩 감소할 것이다.’ 최근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다. 하지만 지구촌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 등 심각한 재해를 입으면서도 무지와 가난 때문에 거의 대처하지 못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가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Asian RICE Project)가 새삼 지구촌의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 기후변화 현상에 취약한 아시아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교육 및 기술을 지원하는 활동이다(상자 기사 참고). 올해부터 한위는 이 프로젝트를 ‘유네스코 브릿지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로 개편, 시행할 예정이다. 그간 펼쳐온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 중 우수 사례를 시리즈로 소개해 지난 3년간의 값진 경험을 되돌아보고 향후 프로젝트 시행을 위한 초석으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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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줄만 알던 주민들 처음으로 나무 심으며 보호
네팔 최서단에 위치한 피네콧 지역은 오랜 세월 나무를 베어 난방과 취사에 이용하면서 기후변화현상이 심화돼 고통 받는 지역 중 하나. 하지만 심각해 지는 기후변화가 왜 자신들의 삶을 위협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교육 수준과 생활환경 면에서 낙후돼 있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네팔위원회와 협력하여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를 이 지역 거점 학교 중 하나인 사라스와티 중학교에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한위의 도움을 받게 된 사라스와티 중학교의 나라얀 사우드(Narayan Saud) 교장(36)은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 첫 번째가 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푸른 숲을 계속 지켜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는 것.
유네스코협동학교(ASPnet) 중 하나인 이 학교는 다행이 교내 학교관리위원회와 학부모-교사 간 협력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학교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유리했다. 사우드 교장은 학생 150명과 교사 10명, 주민 80명 등 약 240명의 지역 구성원과 함께 소매를 걷어붙였다. 삼림녹화와 토양 유실 방지를 위해 피네콧 지역의 기후 조건에 심기 적합한 망고나 바라밀(jack fruit) 등 작물 800여 그루를 심고 함께 가꾸었다. 이뿐만 아니라 150그루의 수목을 주면 세 개 학교에 나누어주고 심을 수 있게 했다. 또한 지역사회 150여 가구에도 250그루의 수목을 나누어줘 집 주변에 심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2013년 한 해 동안 학교를 비롯하여 지역사회에 약 1200그루의 나무가 새롭게 뿌리를 내렸다. 나무를 베어 쓸 줄만 알았던 지역사회 주민들의 예전 모습에 비추어보면 이는 놀라운 변화의 시작이었다.
사우드 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무를 땔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함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농사 이외의 별다른 돈벌이가 없는 이 지역에 효율이 좋은 값비싼 연료를 사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주민들과 함께 이 집 저 집을 찾아다니면서 기존의 가정용 조리시설을 수리하여 나무보다는 나뭇잎이나 동물의 분뇨로도 취사와 난방이 가능하도록 지원하였다. 이를 통해 40여 가구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조리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학생 및 지역 주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항상 인지하고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퀴즈대회, 사생대회를 개최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불렀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자체가 전무하던 이 지역에 1년 만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이제 이 지역 주민들은 적어도 잦아진 산사태와 가뭄 등이 단지 대자연이 주는 시련이 아니라 인간의 무분별한 활동에 기인한 인재(人災)라는 점을 분명히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이 변화 덕분에 사우드 교장은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소개할 때에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앞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는 캠페인을 실시하려고 합니다. 2013년 11월에 있었던 태국 종합연수 때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인 스리랑카의 사례를 보고 착안하였습니다. 또한 재원이 마련된다면 갈수기에 대비할 수 있는 저수용 물탱크를 학교 주변에 설치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동안 해오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위한 여러 활동들을 함께 병행하면서 말이죠.”
"우리 삶 변화시킨 ‘RICE 프로젝트’, 정말 고마워요”
“우리 학교의 이번 프로젝트 활동은 기후변화가 무엇이고 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던 소중하면서도 중요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이전에는 저뿐만 아니라 제 친구들, 심지어 선생님들도 기후변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거든요. 우리는 기후변화가 무엇인지를 먼저 이해한 후 우리 주변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참여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 활동에 직접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어요. 우리 손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는 한 편, 주변 학교에도 심을 수 있는 나무를 전달해주었고 위생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어요. 지역주민들이 함께 하는 기후변화 인식 개선 프로그램들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이제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학교에서, 시장에서, 그리고 집에서 항상 ‘환경보전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길 바라고, 이 자리를 빌려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와 대응 기회를 제공해준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에 감사드립니다." ■ 과학팀 이동현
오늘날 지구촌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인 기후변화는 지역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각각 다르다. 특히 아시아 지역 개도국의 경우엔 일교차와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 현상으로 인해 농업 생산성이 민감하게 변하고 있다.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는 아시아 지역 개도국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응 활동에 동참하는 등 스스로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 2011년부터 유엔개발계획(UNDP), 에너지관리공단(KEMCO)과 협력해 각 지역에서 선정된 프로젝트에 대해 활동비(미화 1000달러)와 함께 현장교육용 교보재 및 기술을 지원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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