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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호] 주재관 서신 / 다시 생각해보는 ‘최고의 직업’ 국제기구 공무원
등록일 2017-03-28

[730] 주재관 서신

다시 생각해보는 최고의 직업국제기구 공무원

 

 

좋은 직업이란 무엇일까? 전문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직업, 일하며 보람까지 챙길 수 있는 직업, 일에 대한 보상이 탄탄한 직업. 이런 조건을 동시에 갖춘 일이라면 ‘최고의 직업’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이곳 유네스코 본부 직원들의 모습을 엿보며 느끼건데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직업’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할 만한 듯하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일상의 긴장감, 전 세계를 무대로 하며 부딪치게 되는 복잡하고 다양한 난관들, 끊임없이 전문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자기성장에 대한 과제…. 국제기구 직원들이 토로하는 공통된 하소연이 있지만, 이 분야에서는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의 높이, 인류의 공영을 위해 일하며 얻는 보람의 깊이에 견주면, 그 어려움의 크기는 작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국제기구 직원들의 보수와 각종 혜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고의 직업’이라는 타이틀은 더 힘을 받는다.

 

학사 이상 자격이 요구되는 가장 낮은 전문직인 P-1급이 첫해 받는 실수령 기본급은 연 3 6000달러( 4125만 원), 10년 이상 경력의 과장급 전문직 P-5급은 8 4700달러( 9706만 원)를 받는다. 거주지 생활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어디든 지역조정금이 추가로 지급된다(기본급 대비뉴욕 66%, 파리 38%, 서울 71%). 여기에 각종 수당이 붙고 보조금이 따라간다. 자녀 1인당 연 2900달러( 332만 원)의 가족수당, 직급에 따라 최대 1 7000달러(1948만 원)에서 2 3000달러( 2636만원)까지 받게 되는 근무환경수당, 임대료의 40%까지 지원하는 주택보조금, 기숙사비·교통비·과외비까지 포함된 25세까지 자녀의 교육비 75% 지원 등등.

 

 

보수만 놓고 보면 잘나가는 민간 기업에 비해 크게 나을 게 없다지만, 일하며 누릴 수 있는 혜택과 보장은 조금 더 특별하다. 쉬어야 일할 수 있다는 문화가 자리 잡은 유엔. 30일의 유급 휴가는 쌓아서 다음해로 넘길 수도 있다. 2년마다 모국에 가서 쉴 수 있는 귀국휴가, 매년 타국에 사는 부양가족을 만나러 가는 가족휴가가 주어지고, 이때 가족들의 항공료는 유엔 부담이다. 노후를 위한 남부럽지 않은 보장도 빼놓지 않는다. 불입액의 ⅔를 직장이 부담하는 연금은 5년만 근무하면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사실 하나. 국제기구 직원들의 처우를 위한 예산은 어디서 나오는가?

 

회원국은 국가재정으로 분담금과 각종예산을 국제기구에 지원하고, 국제기구는 그 돈으로 사람을 쓰고 사업을 한다. 우리가 나라에 내는 세금이 분담금으로, 그 분담금이 국제기구 직원들의 보수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라 살림을 꼼꼼히 살피는 만큼 국제기구가 제대로 일을 하고 알뜰히 쓰는지도 눈여겨봐야 하지 않을까?

 

좋은 인재를 들이기 위해 좋은 조건을n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무게는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게 맞다. 유네스코를 보더라도, 방만한 운영으로 직원의료혜택기금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 예산 부족이 비정규인력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그리고 정규예산의 ⅔가 인건비로 나가고 있다면…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닐까?

 

유엔기구 전체에 굳건히 자리 잡은 직원 처우 제도를 움직이기는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안다. 하지만 유엔이 지속가능한 ‘최고의 직장’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나보다 우리를 먼저 보는 ‘좋은 직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국제기구 공무원들의 처우가 무엇인지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선경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은 2년 임기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파견하며, 담당분야 대표부 외교업무수행, 유네스코와 대표부, 한국위원회 간의 연락 및 유네스코 활동 동향 및 정보 파악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사업 분야의 조사, 연구, 정책개발 등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