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면 벌써 5월! 노동절에서부터 어린이날 대체공휴일까지, 길게는 엿새에 달하는 5월 초 연휴를 여러분은 어떻게 보낼 예정이신가요? 청명하고 선선한 이 계절엔 역시 국내 여행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텐데요. 그렇다면 《유네스코 뉴스레터》에서 딱 네 곳만 추천드려 볼게요. 바로 한국인의 영원한 1순위 국내 여행 후보지 제주도, ‘단양팔경’으로 유명한 산과 호수의 고장 단양, 울진 성류굴과 포항 호미곶이 있는 경북 동해안, 그리고 전국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있는 휴양림(숲)이에요. 그럼 이 장소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번 달에 새로 이름을 올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과 세계지질공원과도 관계가 있는 장소라는 사실이에요.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문득문득 가슴아픈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면 그건 아마 제주4·3과 얽힌 이야기일 텐데요. 그 아픔과 진실 찾기, 그리고 화해와 용서의 역사를 담은 ‘제주4·3 기록물’이 이번에 세계기록유산이 되었답니다. 한반도의 다양하고도 특별한 지질구조와 그 변천상을 담고 있는 ‘단양’과 ‘경북동해안’은 세계지질공원에 새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고요. 뿐만 아니라 고개를 들면 어디서나 보이는 푸른 우리 산! 그 산의 울창한 나무들이 수십 년 전 우리 국민들이 손수 심은 것들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세계기록유산이 된 ‘산림녹화 기록물’을 통해 알 수 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들 하잖아요? 이들 세계기록유산과 세계지질공원의 이야기를 조금 알고 여행길에 오른다면, 분명 그 여행은 더 특별하고 재밌어질 거예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푸른 푸른 우리 산, 그 배경이 궁금해 – 산림녹화 기록물 🌳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에 오른 ‘산림녹화 기록물(Korean Republic Forest Restoration Records)’은 식민지 수탈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황폐해진 국토를 복구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전 국민이 참여한 산림녹화사업의 과정을 담은 자료예요. 이 사업과 관련된 법령과 공문서, 사진, 필름 등 9619건의 기록물이 포함돼 있어요.
- 1973년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에 참여한 국민들의 노력은 대단했어요. 민둥산에 개미처럼 모여 열심히 나무를 심은 그 노력 덕분에, 1960년대에 1헥타르(1만 ㎡)당 5.6 ㎥에 불과하던 숲 면적이 2020년에는 165㎥로 무려 30배 가까이 늘어났어요.
- 눈부신 한국의 경제발전이 ‘정부의 계획 수립과 국민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었듯, 우리나라 산림청은 산림녹화사업 역시 한국 특유의 ‘민·관 거버넌스’가 성공적으로 작동한 형태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거죠.
- 뿐만 아니라 건강한 숲은 기후변화 대응과 사막화 방지, 생태계 보존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림녹화 기록물은 다양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국제교육·훈련 프로그램 등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거예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이곳에서 마주칠 것들은 바람, 돌, 그리고 ‘진실’ – 제주4·3 기록물 🕊️
- ‘진실을 밝히다: 제주4·3 기록물(Revealing Truth: Jeju 4·3 Archives)’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에 오르게 된 제주4·3 기록물에는 사건 당시부터 정부의 공식 진상 조사 보고서가 발간된 2003년까지 제주4·3에 대한 억압된 기억과 화해, 그리고 상생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 담긴 기록물들이 포함되어 있어요. 문서 13,976건, 책 19권, 엽서 25건, 소책자 20건, 비문 1건, 영상 538건, 오디오 94건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들이 망라되어 있고, 그중 희생자와 유족들의 증언 기록이 14,601건으로 가장 많아요.
- 지난 주 뉴스레터에서 소개되었듯, 제주4·3 기록물은 단지 폭력과 학살에 대한 사실만이 아니라, 역사적 진실을 밝혀내고 나아가 용서와 화해, 상생에 이르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커요. 더불어 피해자와 도민들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도 더 큰 감동을 주고 있어요.
- “죽은 이는 부디 눈을 감고 산 자들은 서로 손을 잡으라”는 영모원 비문의 아름다운 문구처럼, 부디 이번 등재가 제주4·3의 아픔을 완전히 치유하고, 모두 함께 “지극한 화해의 말”을 나누면서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요.
알쓸U잡 돋보기 🔍 | 세계기록유산, 등재 경쟁을 넘어 함께 나아가기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UNESCO Memory of the World)사업은 다양한 원인으로 점점 사라져가는 세계의 기록유산을 보존하고, 누구든지 이들 기록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1992년부터 시행해 온 사업이에요.
- 이번 제221차 집행이사회를 통해 신규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은 한국의 두 건을 포함해 모두 74건이에요. 이로써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은 총 570건이 되었어요.
- 한국은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 20건을 보유한 ‘다등재국’으로, 아태지역 국가 중 가장 많은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기록유산 강국으로서 쌓아온 역량을 전 세계와 나누기 위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15년 넘게 ‘세계기록유산 역량강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어요. 자국의 기록유산 보존과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 필요한 지식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죠. 2025년도 워크숍은 오는 7월에 파나마에서 개최될 예정이니, 그 결과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세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10억 년 넘는 시간이 서로 만난 흔적 – 단양 세계지질공원 ⛰️
-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단양 세계지질공원은 충청북도 단양군 전체를 포함하는 781.06㎢의 면적을 아우르는 지역으로 43개소의 지질명소가 있어요. 그중 12곳은 2020년 7월에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장소예요.
- 이 지질공원은 약 18-19억년의 연령을 갖는 아주 오래된 변성암과, 4-5억년 전부터 바다에서 형성된 석회암 사암 및 역암 등 퇴적암, 그리고 여러 지질시대 동안 형성된 화강암이 골고루 분포하여 좁은 지역에서 지질다양성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지질학적 가치가 있어요.
- 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카르스트 지형(석회암과 같이 용해성 암석이 물에 의해 오랜 시간 침식되어 형성된 독특한 지형)을 갖고 있기도 해요. ‘단양팔경’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도담삼봉이 바로 석회암의 침식으로 형성된 대표적 지형이죠. 여기에 전 세계에서 단양에서만 관찰되는 ‘동굴옆새우’와 같은 희귀 동굴 생물, 지구 기후변화 양상의 기록을 담고 있는 동굴 생성물(영춘 오사리 에덴동굴), 지구 역사상 주요 생물 멸종의 증거지(영춘면 하리)도 포함돼 있어 ‘지질학 박물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곳이 바로 단양 세계지질공원이에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땅이 솟고 바다가 갈라지던 자리 – 경북동해안 세계지질공원 🌋
-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경북동해안 세계지질공원이에요. 2017년 9월에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이곳은 경상북도 동해안에 인접해 있는 포항, 경주, 영덕, 울진의 29개 지질명소들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여러 지자체들을 아우르는 만큼 그 면적이 총 2,693.69㎢(육상 2,430.26㎢, 해상 263.43㎢)에 달해요.
- 포항 7곳, 경주 4곳, 영덕 11곳, 울진 7곳의 지질명소에서는 각기 다른 지질시대의 암석들을 관찰할 수 있어요. 여기에 울진의 ‘생태’, 영덕의 ‘해안’, 포항의 ‘근대문화’, 경주의 ‘역사문화’와 같이 각 시군별로도 다른 주제를 각각의 지질적 특성과 연계함으로써 보다 다양하고 색다른 지질체험을 제공한다고 해요.
- 동해안에 이처럼 다양한 지질학적 변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이유는 바로 동해 바다가 과거 한반도와 붙어 있던 일본이 분리되면서 형성된 곳이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지각이 활발히 움직이면서 화산활동도 활발해졌고, 그 결과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 포항 호미곶, 구룡소 등이 생겼죠. 우리나라의 대표적 화산 지형 하면 한라산이 있는 제주도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바로 이곳 동해안 역시 화산 지형 연구의 ‘숨은 강자’랍니다.
- 지형 변화가 활발했기에 이곳에 사는 생물들 역시 그 여파를 피할 수 없었는데요. 화산 분출, 거친 파도 등으로 인해 생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퇴적물 사이에 파묻히게 되었고, 덕분에 경북동해안은 한반도 최대의 신생대 화석산지이기도 해요.
알쓸U잡 돋보기 🔍 | 환영해요! 북한의 백두산 세계지질공원
-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은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명소와 경관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며 관리하기 위해 만든 사업이에요. 유네스코가 인증하고, 2004년에 만들어진 세계지질공원네트워크(Global Geoparks Network, GGN)를 통해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지식 공유와 상호 교류를 하고 있어요.
- 이번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는 모두 16건(개소)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고, 이로써 전 세계 세계지질공원은 모두 50개국에 229개소가 되었어요. 우리나라에는 이번에 인증받은 두 곳(단양, 경북동해안)을 포함해 제주도(2010년 인증), 청송(2017), 무등산권(2018), 한탄강(2020), 전북서해안권(2023) 등 7곳이 있어요.
- 올해 새로 세계지질공원 멤버가 된 국가 중 특히 반가운 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북한이에요. 그간 아랍 지역에는 세계지질공원이 한 곳도 없었는데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으로 2건을 인증받았고, 북한도 드디어 백두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음으로써 처음으로 세계지질공원을 갖게 되었어요.
- 특히 백두산의 경우 작년에 중국이 백두산의 자국 영토 부분을 ‘창바이산(長白山·장백산)’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지질공원에 올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주목했었는데요. 사실 북한은 이미 중국보다 앞서 2019년에 북한쪽 백두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 신청했었어요. 하지만 코로나19로 국경을 걸어잠그면서 현장 실사를 실시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마침내 모든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어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심사한 세계지질공원 이사회는 백두산에 대해 “화산 폭발로 형성된 장엄한 경관이 특징”이라며 “빙하침식(빙하가 이동하면서 지표를 침식하는 현상)으로 형성된 권곡(圈谷·빙하침식으로 만들어진 오목한 골짜기) 등 빙하지형이 발달한 지역이기도 하다”는 평가를 남겼어요. 이로써 백두산은 산 전체가 중국과 북한의 세계지질공원이 되었다는 사실!
<유네스코 뉴스레터>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