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의 쓰레기 경감 캠페인 후기
학생들이 마련하는 유네스코학교 관련 활동 중 환경 분야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활동이다. 하지만 막연히 교내에서, 학교 주변에서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것만으로는 학생들이 널리 그 의미를 공유하며 각자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 선생님의 지도와 자료 연구를 통해 직접 그 과정을 밟아나간 대구 정동고 학생이 활동 후기를 전해왔다.
쓰레기 수거 캠페인을 계획하는 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유네스코가 지난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전 세계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레기 문제를 교육하고 그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적게 버리기 캠페인’(Litter Less Campaign)이었다. 이 캠페인은 유네스코의 ‘FEE 프로젝트’(Foundation for Environmental Education) 중 하나로, 2011년 처음 시행한 이래 전 세계 35개국에서 6000개 이상의 학교와 460만 명 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해 활동했다. 이 캠페인의 목표는 학생들의 쓰레기와 폐기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지역사회 내 쓰레기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는 것이다. 각국의 다른 학교와 협력해 좋은 사례를 전파하고 직접 행동에 나서도록 격려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편, 모범 사례에 대한 문서를 만들어 소셜미디어와 웹 사이트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 이에 이번에 학생들과 함께 조사한 지역 내 쓰레기 문제를 영문 기사로 작성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능동적인 시민의식과 리더십을 높이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처음에는 쓰레기 문제를 기사화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막상 세부적인 주제와 활동 내용을 정하려고 하니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고, 먼저 학교 안에서 소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말씀을 듣고 학교 급식 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 문제와 교내에서 발생하는 일반 쓰레기 문제로 나누어 기사를 쓰기로 했고, 그 중에서 나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 문제를 조사하기로 했다.
직접 확인해 본 음식물 쓰레기는 생각보다 훨씬 놀랄만한 양이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결코 적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구체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비용과 노력이 드는지 궁금해 학교 영양사 선생님을 인터뷰했다. 영양사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우리 학교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은 1kg당 약 1만3000원이다. 급식실에서는 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보지만 비용보다는 환경 문제가 걱정이며, 음식물 쓰레기는 학생들이 남기는 음식에서도 많이 발생하지만 조리실이나 식당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생기는 양이 더 많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 경감 방안으로는 조리실에서는 식재료를 최대한 정량에 맞춰 입고하고, 학생들이 보다 선호하는 메뉴를 조사해 반영함으로써 잔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 모인 음식물 쓰레기는 담당 회사가 각 학교에서 이를 수거해 소각하거나 퇴비를 만들어 재활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적합하지 않은 달걀 껍데기와 뼈 같은 이물질도 많이 나온다고 하며, 따라서 음식물을 버릴 때 이러한 물질들은 일반 쓰레기로 구분해 버리는 시민의식도 필요하다고 한다. 애초에 음식물을 일반쓰레기와 구분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음식물 쓰레기로 알고있는 것 중에서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을 골라내는 일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막연하게 느껴지는 기사 쓰기도 이렇게 차근차근 생각해 보고 직접 행동하면서 어느덧 술술 써내려갈 수 있었다.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평소 우리가 쓰레기 문제에 생각보다 더 무관심했다는 사실을 느꼈고, 그 실태를 알고 나면 우리가 먼저 참여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평상시 배달 음식을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 우선 여기서 쓰는 일회용품도 줄여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렇게 문제의식을 갖고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을 해 나간다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문제에 미리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앞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쓰레기와 폐기물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까지의 내 습관을 반성하고 이를 친구와 가족 및 주변 지인들에게도 알리고 있다. 나아가 나중에 어른이 된 이후에도 내 다음 세대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 교육하는 한편, 함께 더 좋은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다짐도 해 보았다.
한민서 대구 정동고등학교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