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린 켈로그(Kathryn Kellogg)는 뮤지컬 학교에서 연기를 배워 전업 배우가 됐지만, 꿈꾸는 바대로 연기만으로는 자신의 생계를 해결할 순 없었어요. 주머니에 있는 마지막 한 푼까지 아껴써야 했고, 학생 시절부터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여러 질환을 갖고 있던 그는 생활비 절감과 체질 개선을 위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흥미롭게도 그렇게 시작된 제로 웨이스트의 삶은 그녀의 건강과 통장 잔고뿐만 아니라 삶의 궤적까지 바꾸어 놓았어요.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한 여러 가지 팁들을 공유하고 책도 쓰게 되면서 캐스린은 이제 세계적인 제로 웨이스트 인플루언서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제로플라스틱 대변인, 원 모먼트(One Moment) 사의 CSO(지속가능성 책임자) 등 직함도 다양한 그는 지난 10월에 유네스코 그린 시티즌즈(Green Citizens) 이니셔티브에도 합류해 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의미 있는 행동방안들을 함께 살펴보고 실천해 나가기로 했어요. 캐스린이 운영하고 있는 goingzerowaste.com에는 제로 웨이스트를 비롯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수많은 팁들이 올라와 있는데요. 지속가능성은 ‘남의 일’이나 다름 없었던 그가 어떤 생각과 행동들을 통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해요. 그리고 제로 웨이스트의 삶에 관심이 조금 생기게 된 분들을 위해, 그 마음가짐과 행동을 계속 이어가게 해 줄 5가지 팁을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뽑아 봤어요.
알쓸U잡 돋보기 | UNESCO Green Citizens란?
유네스코 그린 시티즌스란 기후변화에 맞서 행동하길 원하는 청년들을 유네스코의 과학지식 및 지역사회 문제 해결방안과 연결시키고자 전 지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동 과제예요. 과학적으로 확인된 글로벌 도전과제들을 세계 시민들이 인식하고, 지역 차원에서 그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 대응 행동을 확산시키는 것을 유네스코가 돕고자 하는 체계죠. 이를 위해 유네스코는 아이디어와 혁신과 모범 사례를 만들어 온 대상을 찾아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 지역 행동가들이 더 많이 주목받으면서 더 나은 지구를 만들기 위한 교육 아이디어와 행동들이 널리 퍼져나가도록 만들고 있어요. 현재 전 세계 65개국에서 150개가 넘는 지역 단위의 그린 시티즌즈 이니셔티브가 만들어져 활동 중이에요. 이 프로젝트들을 한번 훑어보면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 정말 다양하다는 걸,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 제로 웨이스트? 너무 거창한 목표라고 두려워 말기
제로 웨이스트란 이름 그대로 내가 일상을 영위하면서 아무런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것을 뜻해요. 음식물을 꼭 필요한 만큼만 사고 만들어 남기지 않도록 하고,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것 등이 제로 웨이스트를 달성하는 주요 방법들이죠. 하지만 현대인이 살아가면서 쓰레기를 단 하나도 배출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에 제로 웨이스트란 명칭을 다른 걸로 바꾸자는 의견도 적지 않아요.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대신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는 거죠. 캐스린도 그런 목소리를 잘 알고 있지만 이보다 더 적절하면서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을 아직 찾진 못했다고도 해요. 게다가 단지 달성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쓸모 없는 목표일까요? 캐스린은 자신의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하자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요. 비록 자신이 블로그에 올린 방안들도 완벽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긍정적인 생각이 깃든 매우 현실적인 방안들을 실천해 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서의 의미가 충분히 있어요. 결국, 우린 완벽하든 완벽하지 않든 지구상에서 최선을 다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니까요.
+ 나만의 ‘왜?’를 찾아보기
여러분은 어쩌다 지속가능한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캐스린은 경제적인 이유, 그리고 체질 개선을 위해 아껴쓰고, 나눠쓰고, 또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플라스틱 제품과 결별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처음 내린 결심 속에 ‘지구’는 없었지만 그 결과 지금은 누구보다 지구를 위한 삶을 실천하게 된 거죠. 이처럼 지금까지 익숙한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동기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왜 이걸 하려는 거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는 거죠. 누군가에겐 그 대답이 생태계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겐 기후위기나 나와 가족의 건강일 수도 있죠. 캐스린은 그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한번 어딘가에 써 보기를 권해요. 이렇게 써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결심은 더 단단해지고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면서요.
+ 내 결심도 ‘지속가능’한지 살펴보기
누구에게나 결심이 흔들리는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결심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지속가능성을 위한 자신의 행동이 너무 많은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하는 일이라면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쉽게 포기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캐스린은 내 행동이 그 자체로도 지속가능한지를 늘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요. 스스로를 “주방에서 한 시간 이상 서있을 수 없고, 빨래는 너무 너무 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인간”이라 칭하는 캐스린은 그래서 자신의 취향과 성향, 게으름의 정도를 감안해 환경을 위한 내 행동이 과연 지속가능할지를 판별해 줄 자신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쓴다고 해요. 여러분도 이를 응용해서 자기 행동의 지속가능성을 판별하는 지수를 만들어 보세요.
- 넉넉히 만들어 보관할 수 있는가? 다듬은 채소, 수프, 빵, 각종 소스나 음식 등 얼릴 수 있는 것들은 한 번에 충분히 만들어 냉동실에 두어요. 이것들은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간편조리 식품과 배달 음식의 유혹으로부터 여러분을 지켜줄 거예요.
- 내가 감내할 수 있는 시간을 넘지 않는가? 캐스린이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방안들은 대부분 그 일을 하는 데 한 시간 미만이 소요되는 것들이라고 해요. 자신의 경우 그것이 무엇이든 한 시간 이상 소요되는 일이라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래요.
- 멀티태스킹 가능한가? 2번 항목과 관련해서, 한 번에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일을 하면 더 지속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요리 하면서 설거지 하기, 양치질 하면서 식탁 정리하기 등등이 그 예죠.
-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가? 뭔가를 직접 만들거나(DIY)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자 할 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걸 또 반복해야 한다면 그 결정을 고민해 본다고 해요. 캐스린의 경우는 한 번 만들어서 6개월은 쓸 수 있어야 직접 만든다고 해요.
- 날 너무 힘들게 하진 않는가? 어떤 행동이든 그것을 하는 일이 너무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요리든 재활용이든 DIY든, 즐길 수 있는 것과 고통스러운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세요.
+ 주변 사람들이 함께해주지 않는다고 속상해하지 않기
내가 우리와 지구를 위해 이렇게나 노력하는데, 내 가족 혹은 파트너가 협조해주지 않는다면 누구든 속이 상할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게 자신과 같은 행동을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에요. 캐스린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동참을 이끌어낼 열쇠로 시간, 인내심, 그리고 친절을 꼽아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남들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대신, 자신이 꾸준히 모범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캐스린의 남편도 처음에는 지속가능성에는 무관심한 사람이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캐스린이 묵묵히 일상에서 실천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어느 순간 ‘저렇게 하는 것도 일리가 있구나(It just makes sense!)’하고 생각했고, 자신도 차츰 동참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렇게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상대방도 바뀌게 된다면 정말 좋은 일인데요.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존중해 주세요! 이 행동은 결국 ‘나의 선택’이고, 다른 이들에게 나의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 내 목소리가 가진 힘 믿기
다른 이에게 나와 같은 행동을 강요할 순 없지만, 지구를 아끼는 나의 생각이 내가 사는 곳, 나아가 내 나라와 세상 전체로 퍼져나가도록 하기 위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은 정말로 중요해요. 그렇게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시스템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이 같은 행동에 나서는 일도 지금보다 더 쉬워질 테니까요. 우리 동네에 더 많은 전기차 충전소가 필요한가요? 거리를 굴러다니는 쓰레기가 보기 싫나요? 분리수거가 좀 더 잘 되면 좋겠나요? 그렇다면 전화, 청원, 혹은 환경을 위한 행사나 거리 행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내 목소리가 더 잘 들릴 수 있도록 용감하게 나서 보세요!
알쓸U잡 더보기 | 우리 실정에 맞는 지속가능발전교육 사례가 궁금할 땐? ESD공식프로젝트!
학창시절에 지속가능발전에 대해 배웠던 분? 🙋 ‘저요’ 하고 손을 들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인류가 지구에서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속가능성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하는 일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요. 그래서 유네스코는 모두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과도한 자원 사용 등 중요한 도전 과제에 적절히 대응할 지식과 기술을 갖추도록 돕는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을 교육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서 강조하고 있어요. 이러한 교육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지식과 기술들을 지역적 맥락에서 탐구하고 실천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국내 환경에서 ESD 실천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2011년부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 인증제’를 시행해 오고 있어요. 매 2년마다 유네스코 ESD한국위원회 위원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평가단이 국내의 모범적인 프로젝트를 선정하는데, 현재까지 누적 175개 프로젝트가 인증받았고, 그중 82개 프로젝트가 공식프로젝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 담당자분들이 한자리에 모여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ESD 한마당’이 지난 11월 14일 유네스코회관에서 개최되었는데요. 가장 최근에 인증된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양한 모범 프로젝트들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ESD 홈페이지에서 살펴보세요.
<유네스코 뉴스레터>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