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업들이 자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기부 등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에요. 그러한 기업들에게 지적 협력과 도덕적 연대를 바탕으로 평화를 추구해 온 유네스코는 언제나 매력적인 파트너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돈만 낼게 알아서 해 줘”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의지가 있는 파트너라면 유네스코와 손을 잡을 기회를 놓치지 않는답니다. 오늘은 유네스코와 손을 잡은 여러 파트너들 중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활동을 펼쳐 온 기업들을 여러분께 소개해요.
+ 로레알X유네스코 = 과학엔 ‘우먼파워’가 꼭 필요해요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L’Oreal)은 1998년부터 유네스코와 함께 로레알-유네스코 여성 과학자상을 시상해 오고 있습니다. 로레알은 과학 연구, 포용적 아름다움, 기후 행동 등 세 가지 분야에 초점을 맞춰 여성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유네스코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해요. 그렇게 만들어진 로레알-유네스코 여성 과학자상은 이제 유네스코의 과학 및 성평등 분야에서도 돋보이는 사업 중 하나로 자리잡았어요.
지금까지 과학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공로로 이 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는 127명에 이르고, 그중 7명은 노벨상까지 수상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의 유명희 박사와 서울대학교 김빛내리 교수가 각각 1998년과 2008년에 수상한 바 있고, 2020년에는 신미경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2022년에는 최소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조교수가 전도유망한 신진 여성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인터내셔널 라이징 탤런트상’을 받기도 했어요. 이 파트너십은 단순히 상을 주는 것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116개 이상의 국가에서 3,900명 이상의 여성 과학자들을 지원하면서 과학 분야의 진로를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는데요. 여성 과학자들은 과학계가 신기술의 가속화와 인구 고령화, 생물다양성 위협과 같은 전 세계적인 도전에 대응하는 데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더욱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도 큰 힘이 될 겁니다. 더욱 다양한 시각, 더욱 포용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과학계에 넘쳐 흐를 수 있도록, 오늘도 연구실에서 땀을 흘리는 전 세계의 여성 과학자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세요!
+ LVMHX유네스코 = 모두 함께 가꾸어야 할 생물권, 그리고 인간
루이비통, 디올, 불가리, 모엣샹동 등의 브랜드들을 거느린 세계 최대의 종합 명품 기업 LVMH는 2019년부터 유네스코의 ‘인간과 생물권(Man and Biosphere, MAB)’ 프로그램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 지구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그중 하나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방지를 위한 브라질의 NGO인 FAS(Fight against deforestation)와 함께하는 ‘아마존 생물권보전지역 프로젝트’예요. ‘지구의 허파’라는 별명에 걸맞게 아마존 유역에는 볼리비아, 브라질, 에콰도르, 페루 등 4개국에 걸쳐 모두 8곳의 생물권보전지역이 있는데요. 나날이 줄어드는 아마존의 삼림 지역은 이곳에 사는 원주민을 포함한 13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2021년부터 유네스코와 LVMH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멸종 위협에 처한 생물종을 보존하고 이곳의 생태 환경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모색할 역량을 갖춘 젊은 지도자들을 길러내는 등의 42개 이니셔티브를 지원했어요. LVMH 산하의 화장품 브랜드 겔랑(Guerlain)을 통해 운영하는 ‘벌을 지키는 여성(Women for Bees)’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해요. 이 프로그램은 불가리아, 캄보디아, 중국, 에티오피아, 르완다 등 세계 곳곳에 있는 생물권보전지역 내에서 환경적·경제적인 이유로 경작지를 갖지 못한 여성들이 양봉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고, 동시에 토종벌과 생태계 보전에도 힘쓰도록 돕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꿀벌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것도 벌써 몇 년 전의 일인데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네스코는 2025년까지 전 세계 25개 생물권보전지역 내에 토종벌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새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알쓸U잡 키워드 | 인간과 생물권(MAB)프로그램이란?
MAB(Man and Biosphere) 프로그램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1971년부터 시작된 정부 간 과학 프로그램이에요. 단순한 자연 보전만이 아닌,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인간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겠다는 신선한 접근법을 채택한 MAB는 사회적·문화적·생태적 가치를 존중하는 개발을 특히 강조하고 있어요. 그에 따라 현재 전 세계에는 700곳이 넘는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이 지정돼 있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2억 6천만 명의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모델을 실천에 옮기고 있어요. 한국에도 설악산(1982), 제주도(2002), 신안다도해(2009), 광릉숲(2010), 고창(2013), 순천(2018), 강원생태평화(2019), 연천 임진강(2019), 완도(2021) 등
9곳의 생물권보전지역이 있답니다. 흥미가 생긴다면 지난 2021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MAB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영상도 함께 감상해 보세요.
+ 프라다X유네스코 = 푸른 바다 저 멀리 넘실거리는 미래
고급 패션 기업 프라다(PRADA)는 2019년부터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와 함께 젊은 세대에게 해양 문해력(ocean literacy)을 보급하고 그들로부터 바다 보존을 위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시 비욘드(SEA BEYOND)’를 운영해 오고 있어요.\
2023년부터는 교육 분야를 넘어 과학 연구 보급과 인도주의적 프로젝트 지원이라는 두 가지 새로운 분야에 초점을 맞춰 활동 범위를 더욱 넓히기로 했는데요. 여기에는 정보 접근성과 교육, 문화 보급 비영리단체인 ‘국경 없는 도서관(Bibliothèques Sans Frontières)’도 새 파트너로 참여키로 했어요. 이번 합의를 통해 프라다는 자사의 나일론 재활용 브랜드인 리-나일론 콜렉션(Re-Nylon Collection)의 수익 1%를 시 비욘드 프로그램에 투입할 예정이고, 올해에만 56개국 184개 중·고등학교에서 34,385명의 학생들이 해양과 기후의 상호 관계 및 관련 환경 문제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받게 된다고 해요. ‘우리가 원하는 바다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과학(The Science We Need for the Ocean We Want)’을 비전으로 삼고 지속가능한 해양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가 간 과학 연구 협력을 모색하는 유네스코-IOC에게, 넓고 푸른 바다를 가슴에 품은 미래세대의 지식과 참여는 정말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알쓸U잡 더보기 | ESD? ESG? 그리고 그린워싱
예전에는 기업의 환경 및 사회공헌 활동이 주로 회장님들의 ‘통큰 기부’로 갈음되었다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진 21세기 들어서는 기업들의 그러한 활동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큰 소비자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단순한 기부나 캠페인이 아닌, 기업 활동 전반에 대해 도의적·윤리적 책임을 인식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았고, 최근에는 환경과 지배구조에 이르기까지 이를 더욱 확장시킨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가 기업의 대표적인 비재무적 지표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렇게 ESG가 유명세를 타다 보니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가끔 ESD와 ESG를 혼동하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접하기도 하는데요.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뜻하는 ESD는 ESG와 다르다는 사실을 이 기회를 빌려 알려드립니다😊. 물론 ESD를 통해 행동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실천하는 친구들이 많아진다면, 더 많은 기업이 ESG를 무시하지 못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ESD는 ESG 확산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뿐만 아니라 ESD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환경 소비자들의 지갑만 노리는 일부 기업의 ‘그린워싱(green washing;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을 날카롭게 분별해 내는 힘도 길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