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유네스코 세계교육현황보고서
유네스코는 매년 세계교육현황보고서(Global Education Monitoring Report: GEMR)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에 국문본으로도 번역·발간된 『2020 유네스코 세계교육현황보고서』는 교육 격차와 배제를 논하면서 포용적 교육을 저해하는 요인을 분석하고 국가별 실태와 도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취약성이 더욱 심화된 점을 부각하고, 배경, 정체성 및 능력을 포함하여 전 세계 교육시스템에서 학습자를 배제하는 핵심 요소에 대한 심층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학생 인구의 90% 이상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교육 불평등의 확대 심화는 향후 수십 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보고서는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의 부유한 20 % 가구의 청소년들이 빈곤한 가구의 청소년들보다 중학교 졸업률은 3배, 졸업 후 기초독해력과 수학능력을 갖출 가능성은 2배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격차 및 디지털 격차는 취약계층 청소년이 학습 손실과 중퇴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보고서의 핵심 권고사항은 모든 교육 행위자가 ‘포용적 교육(inclusive education)’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도와 맥락에 의해 어디서든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불이익은 사람들의 요구가 고려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시킴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정책 사례를 바탕으로 더 포용적인 공공 정책 개발을 추동해가는 역할도 기대된다.
‘모두는 모든 이를 의미한다(all means all)’라는 접근방식을 통해 교육소외 아동과 특수교육요구 아동에게 붙여진 낙인(stigma)의 꼬리표를 떼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아동들이 일반교육 상황에서 배제되지 않고 잠재력을 제한받는 경우를 최소화하고, 모든 아동들이 다양한 학습 접근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국가의 정책기조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표방하면서 계층 간 이동, 교육 격차 해소, 교육 안전망 구축을 국가의 책임으로 점검하고 논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활발해졌다(양정실 외, 2018; 더불어민주당 교육강령정책, 2020).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사회이동성이 저하되고, 이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재선발과 배치를 저해하고 기형적인 실업 확산, 경제성장 부진 등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서영인 외, 2017). 따라서 학습 불평등을 완화하는 기제로서 교육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양정실 외, 2018).
학교마다, 지역마다 교육콘텐츠의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가정에서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하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 학업결손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정부도 이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교육부, 2020). 그간 국내 교육격차 연구의 주요 쟁점을 살펴보면, 지역간 교육격차, 다문화 및 한부모가정, 혹은 북한이탈주민 학생과 같은 교육취약계층을 위한 교육격차해소법 필요성 등이 있다(박혜경, 2017).
교육소외나 교육격차를 겪고 있는 학교교육 테두리를 벗어난 ‘학교 밖 청소년’은 학령기 인구의 약 5%에 달한다. 그에 반해 이들을 위한 대한 대책은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방임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청소년 범죄자’라는 낙인만 있을 뿐, 근본적인 지원은 매우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다루지 못하는 영역과 전생애주기적 입장에서 지역사회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을 인정하고, 지역사회 네트워크나 마을교육공동체 등과 연계하는 방안 마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이선경 외, 2014, 최돈민, 2013).
취약계층이나 사회경제적인 환경 차이에 따른 학습성과 격차에 대한 쟁점 외에도 학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지적장애 학생은 교육에 있어 가장 극단의 취약계층이라 볼 수 있다. 이에 정부도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정부 차원에서 원격교육 환경에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임을 발표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04.01.). 그러나 지적장애 학생의 실질적인 교육권 확보를 위해서는 인적 지원을 포함한 국가와 학교의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어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격차와 배제를 줄이고,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고 모두를 포용하는 세계로의 이동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교육에서의 포용은 종점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다. 그러니 그 여정 중에, 교사의 몸짓에서, 학교 관리자들이 학습 환경을 위해 조성하는 학교 풍토에서, 학부모가 참여하는 방식에서,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가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세계교육현황보고서』(2020)
· 양정실, 서영석, 강경숙, 정광훈, 김경애(2018) 「미래 유초중등교육의 방향과 국가교육 정책 과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 서영인, 홍영란, 김미란, 이선호, 장덕호, 주영효(2017) 「교육개혁 전망과 과제(Ⅱ): 고등교육 영역」 한국교육개발원
· 『입법평가연구』 11 (2017) 93-132p 박혜경 「’교육격차해소를 위한 법률안’의 사전적 입법평가」
· 『환경교육』 (2014) 27(30) 399-415p 이선경, 김남수, 정소여, 서현숙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위한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에 대한 한국과 일본 교사들의 인식과 실행」
· 『교육종합연구』 (2013) 11(4), 269-291p 최돈민 「학교와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구축 방안」
강경숙 원광대학교 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분과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