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유네스코 청년포럼
제42차 유네스코 총회가 열린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는 11월 13-15일까지 전 세계 청년들을 한 자리에 모아 지구와 인류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짚어보고 그 해결을 위한 청년의 목소리를 모으는 제13차 유네스코 청년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두 청년의 후기를 소개한다.
우리는, 회피하지 않는 청년이다 — 최혜령
8월부터 약 석 달간 온라인으로 만나오다가 11월 13일 드디어 서로 얼굴을 마주한 우리는 먼저 본격적인 포럼을 앞두고 상호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간 유튜브 채널에서만 보았던 파리 본부를 구경하고 그룹별 ‘아이스 브레이킹’ 활동을 한 뒤 저녁에는 보트를 타고 센 강 위에서 파리의 야경도 감상했다. 전 세계의 또래 친구들과 드디어 만났다는 반가움, 다음날부터 이어질 포럼에 대한 기대감, 파리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했던 날이었다.
14일 청년포럼 개회식에서는 청년 기후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청년의 목소리와 참여가 왜 중요한지, 유네스코는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이번 유네스코 청년포럼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우리 각자의 ‘이야기’의 힘이었다. 브라질에서 온 렌 실바(Rene Silva)는 영화 ‘Bigger than Us’ 트레일러를 통해 전 세계 청년들이 각자의 신념에 따라 기후변화, 교육, 인권, 식량 안보 등의 주제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에 같은 청년으로서 건강한 자극과 감명을 받을 수 있었다. 가브리엘라 라모스 유네스코 인문사회과학 사무총장보는 청년 활동가들과의 패널 토론에서 1999년부터 지속된 청년 포럼에 대한 유네스코의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포럼이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포럼의 결과가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일 수 있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청년 장관(Youth Minister)’ 질의응답 세션과 ‘세븐틴 세션’이었다. 질의응답 세션에서 청년들은 날카로운 질문과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 대답을 회피하며 대본만 읽으려는 몇몇 장관들에게 직접 답변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눈치보지 않고 ‘직진’하는 청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열띤 논쟁의 순간도 잠시, 이어서 열린 세븐틴 세션에서 전 세계 청년들은 가수로서의 꿈과 노력, 음악과 문화의 힘 등 다양한 주제로 감동적인 연설을 들려준 세븐틴과 함께 노래를 열창하며 다시 하나가 된 열정을 마음껏 분출했다.
청년의 이야기는 계속돼야 한다 — 최은율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세븐틴의 공연을 뒤로하고, 청년들은 포럼 마지막 날 채택하기로 한 권고안(Global Recommendation)의 문구를 다듬는 데 힘을 쏟았다. 우리는 특히 환경 인권 관련 섹션에서 ‘기후 아파르트헤이트(Climate Apartheid)’라는 문구 사용 여부를 두고 격렬하게 논쟁했다. “청년이기에 이런 파격적인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이라며 “기후 변화로 말미암은 구조적인 차별이 늘어남에 따라 분명히 대응을 요구해야 할 사항”이라 주장하는 코트디부아르 청년도 있었고, “특정 지역의 인종적인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스위스 청년의 반박도 있었다. 결국 청년들의 용기와 대담함을 보여주면서도 좀 더 적합한 표현으로 ‘다른 형태의 차별’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힘찬 박수와 함께 최종 권고안이 전원 찬성으로 채택된 뒤, 가브리엘라 라모스 유네스코 인문사회과학 사무총장보와 시모나-미렐라 미쿨레스쿠 제42차 유네스코 총회 의장의 연설을 끝으로 포럼은 막을 내렸다. 마지막 공식 일정은 네트워킹 세션으로, 유네스코와 청년들이 참여하고 직접 운영하는 다양한 단체가 자신들 자유롭게 소개하며 청년포럼에 참가자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는 자리였다. 특히 제11차 유네스코 청년포럼 결과를 바탕으로 설립된 단체인 글로벌 유스 커뮤니티(GYC),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년들의 행동에 힘을 실어주는 유네스코 청년기후행동네트워크(YoU – CAN)의 소개가 인상적이었고, 청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그 목소리가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단체들 간의 협업이나 정보 공유가 중요함을 느꼈다.
포럼 시작 전까지만 해도 여러 가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던 나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진지한 토론을 이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우리 모두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똑같은 청년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커다란 세계의 일부분으로 보기 쉬우며,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 속에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청년들이 함께 갖고 있는 고민이었다. 이러한 고민은 기후 변화 같은 중대하고도 본질적인 주제를 다룰 때 더욱 깊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 나아가는 것에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노력한다는 것이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보다 정의롭고 공평한 기후 변화 대응책을 위해, 우리 청년들의 외침은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