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유엔 해양과학 10개년 계획
제31차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 총회가 6월 7일부터 17일까지 열렸습니다. IOC 중기전략과 사업계획 초안 논의, IOC 역량강화와 해양 소양 증진 논의, IOC 집행이사국 선출 등으로 구성된 이번 총회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유엔 해양과학 10개년 계획’의 실행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며 바다를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특별한 다짐을 재확인했습니다.
깨끗한 바다 속에서 한 여성이 가오리 옆에서 유영하고 있다. 유엔 해양과학 10개년은 ‘우리가 희망하는 바다를 위해 필요한 해양과학’이라는 비전 아래 사람과 바다를 연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해양과학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0년 후에는 깨끗한 바다,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바다, 생산적인 바다, 예측 가능한 바다, 안전한 바다, 접근 가능한 바다, 영감을 주며 우리와 함께하는 바다를 만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합치자는 뜻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유엔 해양과학 10개년 계획’(UN Decade of Ocean Scienc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유엔 해양과학 10개년)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전 세계가 힘을 모아 바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위기에 대응하여 해양과학에 기반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국제사회의 이니셔티브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바다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유엔 전 회원국 및 NGO 등이 전 지구적 해양탐사 및 공동연구, 역량강화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를 주도하고 있는 유네스코 IOC는 이들 사업에 10년간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바다의 고통이 이제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바다의 위기는 곧 지구 전체의 위기입니다. 바다의 생태계가 무너져내리면 우리 인류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기에, 바다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은 시급하고도 절실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바다가 겪고 있는 고통을 구체적으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바다 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많고, 플라스틱 사용을 조금 줄이는 정도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에 유네스코는 바다 및 바다 생태계, 그리고 바다가 직면한 위협의 수준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지속가능한 바다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라 보고 있습니다. 올 1월에 정식 출범한 유엔 해양과학 10개년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유네스코 IOC와 유엔 여러 기구, NGO 등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전지구적 위기에 해양과학에 기반한 공동 대응을 하기로 약속한 가운데, IOC는 유엔 해양과학 10개년의 발의부터 실행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 IOC 총회에서 미국, 인도, 케냐 등의 회원국들은 유엔 해양과학 10개년 참여 촉구를 위한 결의문을 한 목소리로 발표하는 등 10개년 계획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준비단계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미국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유엔 해양과학 10개년과 관련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한국은 노르웨이 등IOC 회원국들과 함께 유엔 해양과학 10개년의 준비단계(2018-20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신탁기금을 통해 재정을 지원하고 인적 자원을 제공하는 등, 10개년 계획의 실천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발판을 닦았습니다. 집행기획위원회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윤호 부원장을 진출시키기도 했고, 올해부터 해양 10개년 연대(Ocean Decade Alliance)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해양수산부 구도형 해양개발과장은 “글로벌 연대가 필요한 탄소중립·기후변화·해양오염 등 문제를 해결하는 국제 공동연구를 지원하고, 유엔 해양과학 10개년 사업의 공식 후원체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동아시아나 태평양 전역에서 해양플라스틱 실태를 정밀하게 모니터링하여 저감책을 모색하는 공동 연구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간 IOC 집행이사국으로 활동하는 등 해양과학 국제협력 분야에서 활발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번 IOC 총회에서도 영국, 미국, 일본, 중국과 함께 향후 2년간 활동할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된 만큼, 유엔 해양과학 10개년을 비롯한 전 세계 해양과학의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기구의 10년 단위 계획이나 전략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관련국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빚어낼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약속이 구호로 끝나지 않고 행동이나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해 특히 중요한 것은 바로 시민들의 힘입니다. 그 때문에 해양, 물, 오픈 사이언스 등 유네스코 과학 분야에서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과학이 더는 과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시민들과 공유하고 협력해야 대응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푸른 바다를 만들기 위한 10년의 여정에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씩 힘을 보태보는 건 어떨까요? 플라스틱 빨대나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는 일상적인 노력에서부터 아이들과 바다의 오염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 보는 일 등, 바다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저 역시 올 여름에 만약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져서 마스크를 쓰고 해변에 갈 수 있다면, 먼저 백사장의 쓰레기를 줍는 일부터 시작해 봐야겠습니다.
임시연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