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성초등학교의 유네스코 활동
한국 사회에서도 ‘다문화’는 이제 먼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진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공부를 하게 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네스코학교 활동을 통해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확산시키고 있는 서울문성초등학교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의 학교 후원 사업에 참여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서울문성초등학교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울시 금천구에 있는 서울문성초등학교는 총 20개 학급 386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학교 내 다문화학생 비율이 43.6%에 이르는 점이 특별한데요, 그렇다 보니 다문화교육과 세계시민교육에 중점을 두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를 열어 배우며(배움) 너를 담아 채워(채움) 함께 가는 우리(나눔)”, 즉 ‘배움-채움-나눔’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이해와 공감, 행동하는 역량을 갖춘 세계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지난 3년간 한위의 교육 후원 사업에 꾸준히 참여해 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후원을 시작하게 됐나요?
2019년 2학기에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께서 유네스코학교를 소개해주셨습니다. 하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는 것도 힘들어 관련 행사를 추진하지 못했습니다. 학교 규모가 크지 않아서 2020년 후반기부터는 등교가 가능하게 되었고, 2021년부터는 거의 모든 교육 행사를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네스코학교 네트워크에서 추천한 ‘한 권의 기부’ 행사 관련 설명을 참조해 우리 학교 상황에 맞는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이후 매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기념하며 ‘500원의 행복 & 한 권의 기부’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활동 참여 내용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학생들이 집에서 안 보는 책 2권을 기증하면 유네스코 로고 모양의 부채와 소정의 상품을 증정했습니다.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작년에는 ‘실천하는 세계시민어린이 미션 스티커판’을 활용했고, 올해에는 ‘실천하는 세계시민어린이 여권북’에 나눔활동 관련 미션을 넣었습니다. 학교 방송 시간에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브릿지 사업 소개 영상을 보여주며 학생들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려주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지구 건너편의 친구들에게 자신이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소개를 직접 써 보면서 단순히 기부금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가 함께 교육을 받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세계시민의 일원임을 느끼게 해 준 활동이었습니다.
특별한 소감을 밝힌 학생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전 세계에 글을 모르는 아동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사실에 학생들이 많이 놀랐습니다. 배움이 모두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것인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실감한 학생이 많았고, 그 친구들도 얼른 교육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캠페인 참가 후에는 기부금을 받는 친구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각자 여권북에 적어보도록 했고, 학생들은 “글을 안다면 넌 똑똑해질 거야”, “글을 알게 된다면 넌 꿈을 이룰 수 있을거야”, “글을 읽을 수 있다면 넌 부자가 될거야”, “글을 안다면 세상을 더 아름답게 살 수 있을거야” 등의 글을 남겼습니다. 우리 친구들의 응원이 그들에게 꼭 가 닿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후원을 통해 교육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어떤 희망을 전달하고 싶으신지요?
학생들과 독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고만녜』라는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시절에 북간도로 이주한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불과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도 이름도 없고 글도 모른 채 살아야 했던 여성들이 많았다는 사실에 학생들이 깜짝 놀랐던 것이 기억납니다. 비록 기부금의 액수는 크지 않지만 문성 친구들의 정성이 교육에서 소외된 친구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어 행복한 삶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임여진 서울문성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