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
전주 하면 음식, 음식 하면 전주가 떠오른다. 전주에는 전주비빔밥과 콩나물국밥, 오모가리탕이 있고, 갓 지은 밥에 구이, 탕, 찜, 나물, 편육, 전골 등을 올린 한정식도 있다. 김치 맛은 또 얼마나 깊고 진한지. 오랜 세월 그 맛을 이어온 전주는 2012년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선정되어 한식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알고 먹을수록 더 맛있는 전주로 미식 여행을 떠나보자.
역사를 이어온 오색 빛깔 전주의 맛
전주는 예로부터 물과 평야가 어우러져 풍족한 식재료를 얻을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조선왕조 전주 이씨 본관으로 양반 가문의 전통 음식이 전수되어 오면서 음식문화가 발달한 맛의 고장으로 이름나 있다. 뜨겁게 데운 유기그릇에 콩나물, 도라지, 당근, 시금치 등을 둥글게 돌려 담고, 중앙에 육회와 달걀 노른자를 살포시 올린 뒤 은행과 잣, 깨소금을 뿌린 ‘전주비빔밥’은 전주의 상징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음식이다. ‘전주비빔밥은 조선조 때 감영(監營) 내의 관찰사, 농약패의 판관 등이 입맛으로 즐겼고 성(城) 내외의 양가에서는 큰 잔치나 귀한 손님을 모실 때 외에는 입 사치로 다루지 아니하였다’라는 『전주야사』의 기록으로 보아 비빔밥은 고관이 즐기던 음식으로 추정된다. 백문이 불여일식. 그 맛이 궁금하다면 전주에 있는 유서 깊은 식당을 찾으면 된다. 전주에는 업력이 40-70년에 달하는 비빔밥 전문 식당이 즐비하다.
황포묵, 표고버섯, 콩나물, 고사리 등으로 표현한 오방색이 한 그릇에 담긴 전주비빔밥을 보노라면 눈이 즐겁다. 특히 황포묵은 오직 전주비빔밥에만 올리는 고명이다. 녹두로 묵을 쑬 때 치자를 넣어 노랗게 물들인 황포묵은 ‘전주10미’(전주와 완주 일대에서 나는 10가지 식재료) 중 하나로 그 탱글탱글한 식감이 일품이다. 화려한 부재료 아래, 사골육수를 붓고 지은 밥은 숫가락으로 비벼도 으깨지지 않고 알알이 밥맛이 살아 있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전주비빔밥 축제’도 전주비빔밥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음식축제다. 지난해에는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답게 ‘월드비빔위크’로 변신해 ‘비빔김밥’, ‘비빔돈가스롤’과 같은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였고, 전주 향교 만화루에서 특별한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인생맛찬’과 같은 특별한 프로그램도 열렸다.
뚝배기에 담긴 넉넉한 인심과 풍류
비빔밥처럼 ‘전주’가 붙는 또 하나의 음식은 ‘전주 콩나물 국밥’이다. 전주비빔밥이 궁중에서 전래된 음식이라면, 전주 콩나물 국밥은 시장통에서 생겨난 음식이다. 서민들의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던 음식이 이제 전주 여행자들의 든든한 아침과 해장을 책임지는 메뉴가 됐다.
전주 콩나물국밥의 주연은 단연 전주 콩나물이다. 쥐눈이콩으로 잔뿌리 없게 키워 5-6cm쯤 되었을 때 뽑는 것이 고소하고 연한 콩나물 맛의 비결이다. 전주 콩나물 국밥 만드는 법은 단출하다. 콩나물을 밥과 함께 뚝배기에 잔뜩 담고 육수를 붓는다. 그 위에 신김치와 대파, 깨소금,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올려 끓이는데 뚝배기에 팔팔 끓이면 ‘직화식’, 끓이지 않고 토렴식으로 밥을 말아서 내면 ‘남부시장식’이라고 한다. 남부시장식 콩나물 국밥을 주문하면 김과 수란 그릇이 함께 나온다. 수란에 뜨끈한 국물을 몇 숟가락 떠 넣고 바스락바스락 김을 부숴 넣고 닥닥 저어 먹으면 전주식 애피타이저가 된다. 토렴한 국물 온도가 적당해 짭조름한 김을 올려 먹기도 좋다. 무엇보다 한술 뜨는 순간 속이 확 풀린다. 그 맛에 후루룩 떠 먹다 보면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한벽당 옆 전주천변 버드나무 아래 앉아 맛보는 오모가리탕도 전주에서 만나는 별미이자 풍류다. 오모가리는 ‘뚝배기’란 뜻의 사투리로, 뚝배기에 끓인 민물매운탕을 오모가리탕이라 부른다. 전주천 상류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뚝배기에 담고 양념과 시래기와 들깨를 올려 팔팔 끓이면, 민물고기에 양념이 잘 밴 오모가리탕이 완성된다. 특히, 흐르는 맑은 물의 모래 속을 헤엄치며 사는 모래무지로 끓인 오모가리탕은 국물 맛이 깊다.
전주 여행자 노트
한식창의센터 | 한식창의센터 한식자료실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가 되기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전주 10미를 시작으로 향토 음식과 시절 음식을 진짜 같은 모형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전주한옥마을 | 700여채의 한옥이 늘어선 길을 따라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과 전주소리문화관, 전주부채문화관 등 다양한 전통문화 시설이 늘어선 한옥촌이다.
전주 김치문화관 | 새우젓, 황석어젓, 조기젓, 가자미젓 등 김치에 넣는 젓갈만 20여종이 넘는 전주 김치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생강김치, 유자전복김치, 산갓김치 등 모형으로 보는 김치가 다채롭다.
글, 사진 우지경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