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세계인권도시포럼 개최
지난달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광주광역시는 유네스코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 OHCHR)와 공동으로 제10회 세계인권도시포럼을 개최했다. UN 인권기구, 국내외 도시 관계자, 인권단체 등 인권보호 주체 간의 협력을 도모하고 인권에 대한 여러 주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번 포럼의 이모저모를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이 전한다.
예로부터 의향의 고장으로 불려왔던 광주는 학생독립운동을 통해 일제 강점기 시절 불의에 맞서 저항하면서 민족의 자존심을 지켰고, 시민들이 국가폭력에 맞서 무릎을 꿇기를 거부했던 5.18 민주화 운동은 80년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는 2011년부터 세계인권도시포럼을 개최해 왔으며, 제가 소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광주국제교류센터는 2014년부터 이 포럼을 주관해 오고 있습니다.
10회 째를 맞은 올해 포럼은 특히 아시아태평양차별반대도시연합(Asia-Pacific Coalition of Cities Against Discrimination, APCAD)과 함께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습니다. 작년 9월 5일, 유네스코 방콕 사무소의 수 바이즈(Sue Vize) 자문관으로부터 아시아태평양차별반대도시연합의 의장도시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저는 그간 세계인권도시포럼이 일구어 온 노력이 열매를 맺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유네스코 포용 및 지속가능 국제도시연합(International Coalition of Inclusive and Sustainable Cities, ICCAR) 글로벌 운영위원회에 참석해서 발표도 하고 이를 계기로 유네스코와 세계인권도시포럼 공동주최를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당초 제10회 세계인권도시포럼은 5.18 40주년을 맞아 5월에 성대하게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10월로 연기되어 온라인 중심의 비대면 회의로 치러졌습니다. 처음으로 공동주최 기관으로 참여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유네스코 대표들의 기조발제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비록 비대면 형식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있었음에도 76개 국가, 236개 도시에서 2767명의 국내외 참가자들이 함께하여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APCAD 활성화를 위한 광주의 역할 및 포용사회를 위한 10대 행동계획을 다룬 APCAD 워크숍과 ICCAR 각 지역 연합의 활동을 중점적으로 논의한 ICCAR 글로벌 운영위원회가 열리는 등, 포럼을 통해 유네스코와 의미 있는 협력이 이뤄졌다는 점도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APCAD 워크숍에서는 수 바이즈 유네스코 방콕사무소 인문사회과학 자문관이 APCAD의 설립 목적 및 역사와 함께 포용도시 역량강화, 양성평등 협치, 포용도시 사례발굴, 문화 다양성 신장, 차별철폐와 기회균등, APCAD 정보공유와 협력강화 등 10대 행동계획을 설명했습니다. 저 역시 광주광역시 인권교류정책자문관으로서 운영위원회 구성 등 체제 정비, 유네스코의 사업 활용 절차 마련, 회원 도시 간 교류 활성화 및 협력 확대, 아태지역 내 인권도시 운동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APCAD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 파당시(市) 헨드리 셉타(Hendri Septa) 시장대행은 파당시의 소수자 계층 보호정책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 주었고, 도시 교류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었습니다.
유럽, 아랍, 아시아, 아프리카, 카리브지역, 미국, 캐나다 등 7개 지역연합으로 나눠져 있는 ICCAR 글로벌운영위원회에서는 특히 유럽차별철폐연합(ECCAR)의 활동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ECCAR은 회원도시들로부터 회비를 받아 행정지원 담당 인력을 고용하고 지원사업에도 활용한다는 점에서 타 도시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토론에서는 광주광역시가 두 가지 제안을 하여 호응을 받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다음 세계인권도시포럼에서 글로벌운영위원회를 갖자는 제안이었고, 또 하나는 회원 도시간 협력을 활성화하고, 도시연합의 경영기법을 공유하기 위해서 ECCAR와 같은 지역 연합 운영위원회에 타 지역 대표를 초청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 확인했듯, 광주시와 APCAD, ICCAR 간 본격적인 협력이 이루어진 지 1년 남짓에 불과함에도 여러 분야에 걸쳐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훨씬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와 세계유산사업 등에서 모든 일을 당사자 중심으로 이끌어 가는 유네스코의 운영 전략도 인상깊었습니다. 앞으로 세계인권도시포럼이 방대한 자원과 네트워크를 가진 유네스코 및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함께 생산적인 협력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