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세종 스리랑카 프로젝트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제정한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수상한 기관들과 함께 지난해부터 스리랑카, 요르단, 우루과이, 파키스탄 등 4개국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그중 2015년 세종대왕 문해상을 수상한 스리랑카 국립교육원의 ‘오픈 스쿨’(Open School) 사업 현장 소식을 전합니다.
오픈 스쿨 사업은 스리랑카 국립교육원이 지난 2007년부터 학교 교육에서 소외된 아동·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모어 및 기초문해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해부터 브릿지 세종 사업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스리랑카 전역에 위치한 학습센터 20여 곳에서 2천여 명의 학생들에게 교육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돕고 있습니다.
스리랑카 최대 도시 콜롬보의 북동부 감파하 지역에 위치한 아문유쿰부라(Amunukumbura) 센터는 장애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복지시설로, 기초문해교육과 직업훈련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곳입니다. 브릿지 세종 스리랑카 프로젝트를 통해 2021년 11월부터 이곳에서 새롭게 오픈 스쿨이 열렸습니다. 국립
교육원 은퇴 후 오픈 스쿨 강사로 일하고 있는 프레마쿠마라(N. Premakumara, 64세)씨는 “오픈 스쿨은 아이들이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면서 이름도 쓸 줄 모르던 학생들이 글과 산수를 배우고, 본인의 흥미에 따라 직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무척 즐겁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곳에서 문해 교육을 받은 모듀샨(W.K. Modushan, 24세) 씨는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된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가 내 이름으로 된 작은 공예 공방을 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아문유쿰부라를 떠나 콜롬보 동쪽으로 두 시간 반 남짓 차를 달리면 고산지대에 위치한 산업도시인 해톤에 닿습니다. 이곳에 있는 톤다만(Thondaman) 직업훈련센터에서는 원래 200여 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으로 주력 산업인 관광업이 붕괴되면서 경제가 속절없이 무너진 스리랑카는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린 상태입니다. 톤다만 센터 역시 이러한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당장 급식을 줄 수 없어 많은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만 했습니다. 현재 센터에 남아있는 60여 명의 학생 중 한 명인 로산(M. Roshan, 21세) 씨는 엔지니어를 꿈꾸는 청년으로, 요즘 한국어 공부에 부쩍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졸업 후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나 오토바이 정비업계에서 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스리랑카 전역에는 배움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자 하는 청년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톤다만 센터에서 장부를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는 중등교육 담당 강사 샨무가바디부(A. Shanmugavadivoo, 60세) 씨는 더 많은 학생들이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한국의 지원과 관심을 특별히 요청합니다. 아이들과 청소년, 청년들에게 지금은 너무나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들의 꿈마저 여기서 멈추지는 않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리랑카가 경제위기를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학교에 다닐 수 없는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비형식 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급등하는 물가와 유가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학교 밖 교육도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브릿지 세종 스리랑카 프로젝트를 통해 위기에 처한 스리랑카의 교육 현장에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그리하여 미래에 대한 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여러분의 더 큰 관심과 응원을 요청합니다.
김지현 브릿지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