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스리랑카 프로젝트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14년부터 스리랑카 국립교육원과 함께 브릿지 스리랑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열린학교 프로그램’(Open School Programme)으로 2015년도 세종문해상을 수상하며 꾸준히 교육소외계층을 위한 비형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온 스리랑카 국립교육원과 함께하는 브릿지 스리랑카 프로젝트의 도전은 팬데믹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의 여러 국가에서 펼쳐지는 브릿지 사업은 비형식교육을 통한 교육 접근성 확대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각 국가의 배경에 따라 사업의 특징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브릿지 스리랑카 프로젝트의 경우 눈여겨볼 부분은 그 대상자의 선정입니다. 사업의 수혜자가 되는 이들은 학교 중도탈락자, 장애인, 교정시설 재소자, 전쟁 고아 등 다양한 그룹의 교육소외인구로, 이들의 교육권 보장을 통해 포용적 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브릿지 스리랑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리랑카에서 학교 밖으로 내몰린 교육소외계층 발생의 원인은 스리랑카의 역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민족 국가인 스리랑카는 오랫동안 민족 간 갈등과 내전으로 고통받아왔고, 이러한 역사와 분열 때문에 누구나 안정적으로 공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습니다. 무슬림 가정의 경우 일반교육보다 종교교육을 선호해 학령기 아동들이 학교 대신 종교기관으로 진학하는 것을 장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로 인해 교육이 중단되는 현상이 목격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이들에게는 대안적 평생교육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브릿지 스리랑카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되는 열린학교 프로그램은 그러한 대안적 교육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다년간 진행되어 온 국가 규모의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현재 19개 지역에서 26개 센터를 운영하며 기초문해수업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학교 밖 아동 및 15세 이상 중퇴자들은 센터에서 기초문해, 수리 및 초·중등 수준의 독해와 수학 등을 배우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교사 훈련 등 중장기적 전략도 함께 실행합니다. 지난해에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등학교 중퇴자들을 위한 보조교재와 더불어 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초문해교육 강사를 위한 수업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강사 역량강화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수혜자 개인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내일을 꿈꾸게 되며, 사회적으로는 공동체의 정의와 화합을 증진하고 평생교육의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나아가 국제사회가 교육 분야에서 추구하는 의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됩니다.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기회 증진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 4번(SDG4), 그리고 이 목표 안에 녹아 있는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정신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할 것’(Leave no one behind)입니다. 브릿지 스리랑카 프로젝트는 장애, 중퇴와 수감 등의 장벽으로 배움과 단절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돕습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육 기회를 마련하려는 스리랑카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개최되었던 2021 브릿지 컨퍼런스에서, 스리랑카 국립교육원의 사라와무뚜 두나이 씨는 기반시설 부족과 제한적인 학습 시간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열린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삶을 변화시킨 학습자들의 모습을 열정적으로 소개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모국어 글자를 배우게 된 일화를 비롯해 학습자들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이루어낸 성취는 많은 이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더 많은 학습센터를 짓고 교육과정을 발전시켜 더 많은 이들과 배움의 기회를 나누고 싶다는 두나이 씨의 소망처럼, 앞으로도 교육의 등불이 스리랑카의 가장 어두운 곳까지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승혜
브릿지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