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관 서신 | 유네스코 ‘모두를 위한 정보 사업’(IFAP) 정부간위원회 참가 후기
유네스코는 정보 접근성 확대와 보존, 정보 윤리, 정보 문해 등의 분야에서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개도국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2011년부터 ‘모두를 위한 정보 사업’(IFAP)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 IFAP 사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맡는 정부간위원회에서 4년 임기의 위원국 활동을 처음으로 맡았고,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된 제8차 정부간위원회에 참석했습니다. 그 첫 인상을 여러분께 전합니다.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지식사회 구현의 핵심 조건입니다. 이에 유네스코는 정보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할 방법을 찾기 위해 ‘모두를 위한 정보 사업’(Information for All Programme, IFAP)을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사업은 정보사회의 윤리적·법적·사회적 문제에 관한 국제적인 성찰과 논의를 장려하고, 정보의 구성과 디지털화 및 보존을 통한 공공영역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아울러 커뮤니케이션, 정보, 정보학 분야의 교육 훈련과 성인교육, 평생학습을 지원하고,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문해교육을 통해 지역에서 원주민들의 지식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과 정보학 영역의 국제표준과 모범사례의 활용을 장려하고 있으며, 지역적·국제적 차원에서의 정보와 지식 네트워크 활동도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IFAP은 ▲개발을 위한 정보 ▲정보 문해 ▲정보 보존 ▲정보 윤리 ▲정보 접근성 확대 ▲사이버공간에서의 다언어 사용 증진 등 6개 우선순위 분야의 전문가들로 워킹그룹을 구성해 독립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회원국의 자발적 기여로 만들어진 별도의 특별기금이나 신탁기금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역량 강화도 지원하고 있는데, 정보 문해 관련 교사훈련 워크숍 개최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가능케 하는 특별기금의 잔액은 12만 달러에 불과하며 정기적인 공여국은 중국이 유일한 상황으로, IFAP은 상당히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사회는 정보가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사실을 새삼 체감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정보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위원회에서 특히 중요한 논점으로 떠오른 주제는 각종 소셜미디어(SNS) 채널을 통해 확산되는 허위 정보와 더불어 저개발국과 선진국 간 불평등한 정보 접근의 문제였습니다. 러시아는 서구 언론이 자국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으며 유네스코가 러시아 언론과의 협력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지적하기도 했고, 태국 역시 서구 언론이 동남아 국가들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고 발언했습니다. 벨기에는 SNS에 난무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허위 정보를 언급하며 유네스코의 강력한 대응을 요청했습니다.
한편, IFAP은 미디어와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필요한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인 미디어·정보 리터러시(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MIL)의 중요성에도 더욱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배경에서 유네스코는 내년에 채택될 유네스코의 8년 단위 중기전략(41C/4, 2022-2029년)에서 MIL에 대한 우선순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번 회의 중 터키가 지적한 바와 같이 MIL이 IFAP의 관할 영역인지, 아니면 역시 별도의 정부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국제커뮤니케이션개발사업(International Programme for the Development of Communication, IPDC)에서 다루어야 할 영역인지 등 거버넌스에 대한 부분도 명확히 정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그간 전문가 위주로 운영돼 온 사업에 대한 반성적인 고찰도 이어졌습니다. 사실 지난 20년간 운영된 국제사업으로서 IFAP의 가시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러한 낮은 인지도와 존재감은 자연스럽게 신규 공여국을 찾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부분의 IFAP 위원국들은 민간 기업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넷 플랫폼들과 여러 SNS 기업들과의 협력은 IFAP이 사업 현장의 문제들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실효성 있는 사업을 널리 알리고 새 공여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도 유리할 것입니다. 더불어 파브리지오 드루몬드(Fabrizio Hochschild-Drummond) 유엔 사무총장 특별고문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디지털 협력에 관한 유엔 차원의 공동 목표에도 IFAP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전 지구적 차원의 노력에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이제 막 시작한 IFAP 위원국 활동을 통해 정보 접근과 윤리, MIL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아직 6개 주제별 워킹그룹에서 활동할 국내 전문가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IFAP 사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한국이 IFAP의 변화와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김지현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