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차 인간과 생물권(MAB)사업 국제조정이사회
제34차 인간과 생물권(MAB)사업 국제조정이사회가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파리 현지와 온라인으로 병행해 열렸다.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진행될 MAB 50주년 기념활동을 돌아보고 생물권보전지역 및 청년네트워크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한국이 아태지역 대표로 부의장으로 선출되기도 한 이번 이사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인간과 생물권(Man and the Biosphere, MAB) 사업1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제조정이사회는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s)2의 신규 지정과 관리방안 수립, 점검 등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파리에서는 처음으로 대면 및 비대면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열린 제34차 국제조정이사회에는 오프라인으로 참가한 34개 이사국 70여 명을 포함해 전 세계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환경부,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MAB한국위원회,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이 현장 및 온라인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이번 국제조정이사회에서는 11개 생물권보전지역의 신규 승인과 기존 지역 2곳의 확장 안건을 처리했다. 이로써 전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은 총 133개국의 738곳이 됐으며, 우리나라에는 ▲설악산 ▲제주도 ▲신안다도해 ▲광릉숲 ▲고창 ▲순천 ▲강원생태평화 ▲연천임진강 ▲완도의 총 9곳이 있다.
한편 한국은 이사회 첫날인 6월 13일에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부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이로써 한국은 의장국인 나이지리아 및 다른 부의장국(포르투갈, 우크라이나, 엘살바도르, 모로코)들과 함께 의장단으로 구성되어 앞으로 2년간 활동한다. MAB한국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앞으로 유네스코 회원국과 유기적으로 교류·협력하고, 국제보호지역 관리역량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MAB 청년활동의 중요성과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번 이사회가 중점을 둔 부분 중 하나였다. 사무국은 여성 6명을 포함한 7명의 MAB 청년과학자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한편, 독일이 주최한 ‘생물권보전지역 관련 청년 및 교육 연구 컨퍼런스’ 결과 공유 부대행사에서 청년 과학자의 참여 및 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기도 했다. 사무국은 2017년과 2019년에 개최된 MAB 청년포럼의 연장선상에서 비공식 MAB 청년 네트워크 활동의 평가 및 발전 방안의 하나로 ‘MAB 주제 네트워크’의 추진을 제안했고, 동 네트워크의 활동평가 등을 위한 개방형 워킹그룹(open-ended working group)을 설립키로 한 독일의 제안에 한국 등 19개 이사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사무국은 또한 생물권보전지역들이 사막화, 생태관광, 지속가능발전교육(ESD)등 공통의 주제를 중심으로 한 주제 네트워크(Thematic Network 2.0)를 신설할 것도 제안했는데, 다수의 이사국들은 해당 제안을 환영하면서도 사무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서 관료주의적 성격이 많이 보이는 점을 우려하며 보다 융통성이 보장되는 방향으로의 수정을 요청했다. 한국 대표단은 사무국에서 제안한 본 네트워크 가이드라인을 최종 마무리하고 제35차 이사회에서 보고할 ‘특별(Ad Hoc) 워킹그룹’에 세계섬연안생물권보전지역네트워크(WNICBR) 공동사무국인 제주도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4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매년 11월 3일을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의 날로 제정하는 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에 오는 11월 처음으로 맞이할 세계생물권보전지역의 날을 앞두고 이사국들은 작년부터 성공적으로 진행해 온 MAB 50주년 기념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선례로 삼아 해당 기념일 관련 행사들을 준비해 볼 것을 요청했다. 한국과 독일을 포함한 이사국들은 이번이 첫 번째 기념일인 만큼 특정 주제를 선정하기보다는 생물권보전지역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이사국들은 이를 받아들이는 한편 차기 기념일의 주제를 내년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사회 4일차인 6월 16일에는 MAB 프로그램 및 생물권보전지역의 명칭 변경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 제33차 이사회에서 성평등과 관련한 명칭 사용 및 언어 트렌드의 변화 등을 감안해 명칭 변경을 논의할 것을 요청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이사국들은 이번 사무국의 제안을 검토한 뒤 ▲제35차 MAB 이사회에서 실무 문건(Working document)을 제시하고 ▲2025년에 열릴 제4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공식 명칭 채택의 절차를 거치기로 결정했다. MAB한국위원회 심숙경 부위원장은 “각국의 문화, 언어적 특성 등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충분한 의견수렴과 논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오래 전부터 ‘보전지역’이라는 명칭이 생물권보전지역의 개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 이와 관련한 국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국제 논의 과정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사회의 마무리를 앞두고 중국은 2025년 제5차 세계생물권보전지역총회(World Congress of Biosphere Reserves)의 유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 대다수 이사국들의 지지발언이 이어지면서 세계생물권보전지역총회는 1983년 벨라루스의 민스크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다섯 회차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개최하게 됐다. 명칭 변경 의제에서부터 프로그램의 활동과 가시성 확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할 내년도 이사회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1 인간과 환경의 조화로운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1971년 출범한 유네스코 정부간 프로그램으로 생물다양성 보전, 자원의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이용, 그리고 인간의 복지를 추구한다.
2 세계적으로 뛰어난 생태계를 가진 지역을 대상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하며,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조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한다.
최연수 과학청년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