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백년시민대학 ‘시민이 직접 만드는 학습살롱’
경기도 오산시는 평생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 모두가 두루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교육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습니다. 그 결과 ‘시민이 직접 만드는 학습살롱’을 만들어 2019년 유네스코 ESD 공식프로젝트로 인증받았습니다. 누구나 평생교육의 디자이너이자 기획자, 참여자가 될 수 있는 학습살롱의 내용과 활동을 소개합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시민이 직접 만드는 학습살롱’은 동·서양의 문학, 역사, 철학 등의 평생교육 강좌를 통해 나 자신은 물론, 내 가족과 내가 속해있는 집단, 나아가 이 사회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학습살롱은 매 교육 마지막 시간에 해당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 시민활동가(이하 학습살롱플래너)와 학습자, 강사가 함께 성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학습자들은 학습살롱을 통해 ‘앎, 관심, 기회, 만남, 재미(즐거움), 자신감, 실천, 성찰(탐구), 가족과의 추억, 오산에 대한 이해’를 얻고, 학습살롱플래너와 강사에게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한다는 자부심을 을 주는 동시에 일자리 제공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학습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2019년 4분기에 운영한 ‘나의 인생 사건으로 써보는 에세이’라는 과정에 참가한 한 학습자는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는 강사님의 격려에 용기를 얻어 청년기에 작성해 둔 일기를 책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며, “아들과 딸이 함께 퇴고도 하고, 책 표지 디자인도 하면서 가족관계가 좋아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59세 남성 학습자는 “퇴근 후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방법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학습살롱을 알게 되었고 그 매력에 빠졌다”고 말하며 “지인들과 학습경험을 나누며, 자신감과 꿈이 생겼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지역의 숨은 보물 활용하기
‘학습살롱플래너 3년이면, 동네 사람 다 안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학습살롱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학습살롱플래너는 지역사회 내에 전문자격증이 없어도 그 분야에 노하우와 지혜가 있거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숨은 보물같은 분들입니다. 학습살롱플래너를 발굴하고자 하는 노력 덕분에 우리 이웃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지혜, 재능을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의대 보낸 오산 맘에게 듣는 자녀 양육 비결’이라는 교육과정을 통해 평범한 엄마의 아이 양육 노하우를 공유하는 기회를 만들었고, 옆집 딸이 알고 보니 프랑스어 전문통역사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프랑스 여행 준비! 프랑스어 기초회화와 음식문화’ 강좌를 통해 그 재능을 시민들과 나누도록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한 베트남,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4명을 학습살롱 강사로 발탁, 각각 베트남어와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와 그 문화를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학습살롱은 2019년까지 오산시의 공유학습공간인 ‘징검다리교실’을 활용해 대면 강좌로 운영됐습니다. 오산시는 평생학습관을 만드는 대신 오산시 전 지역의 공공기관과 민간시설의 유휴공간을 징검다리교실로 지정하고 6개동 주민자치센터를 특성화캠퍼스로 지정하여 시민들이 ‘우리 집 앞 10분 거리’에서 교육장소 걱정 없이 학습할 수 있도록 ‘하나로(路)통합학습연계망’을 마련했고, 이 프로젝트 또한 2020년 ESD공식프로젝트로 인증받은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유휴공간의 활용을 극대화 하였으며, 지역의 소규모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사업장인 카페, 꽃집, 학원 등을 학습장소로 활용함으로써 학습살롱에 참여하는 수강생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직·간접적으로 사업장 홍보와 매출증대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내 삶의 기획자
연간 300개의 강좌(분기별 75개 내외)가 운영되는 ‘시민이 직접 만드는 학습살롱’은 2017년 9월부터 현재까지 103명의 학습살롱플래너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참여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시민활동가인 학습살롱플래너에게 학습살롱은 어떤 의미일까요? 2018년부터 현재까지 활동해 오고 있는 한 플래너는 “모두 함께 매 분기마다 운영할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회의를 하면서 설득의 기술과 발표 능력이 향상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2020년에 활동했던 한 플래너는 “결혼을 하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오산으로 와서 전업주부로 10년을 살다가 우연히 학습살롱 교육과정에 참가했다”며 “학습살롱플래너로 활동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또 다른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올해 처음 활동을 시작한 77세의 플래너는 “오산백년시민대학의 50세 이상 시니어 장기교육과정의 수강생이었던 내가 이제는 학습살롱플래너로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19로 대면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오산시는 올해부터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교육으로 운영 방법을 확대했고, 그 결과 기존에 평생교육에 참여하지 못했던 시민들로부터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시민이 직접 만드는 학습살롱’은 앞으로도 유네스코 ESD 공식프로젝트로서 모든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학습을 기획하고 참여하는 학습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그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최고운 오산시청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운영팀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및 훈련 활동을 증진하고 다양한 한국형 ESD 실천사례를 발굴하고자 2011년부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 인증제’를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매년 유네스코 ESD한국위원회 위원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ESD 공식프로젝트’로 선정된 모범적인 프로그램들을 지면으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