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기백기 인터뷰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이동현 문화팀 선임전문관
이번달 청.기.백.기(청년 기자단의 백 가지 기록)에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팀에서 세계기록유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동현 선임전문관을 만나 기록유산의 의의와 유네스코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문화팀에서 기록유산 분야 일을 맡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에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서를 직접 작성하지는 않지만 등재 준비과정부터 등재 이후 관리 및 활용에 대한 자문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관여하고 있습니다. 외부 요청이 있을 경우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서 내용을 검토해 자문을 하기도 하고, 등재 이후에도 이 유산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활동, 학술대회 등을 개최하여 대중과의 소통 창구로서 기능합니다. 타 기관과 협력해 개발도상국을 위한 유산 등재 및 관리 지원에 힘쓰기도 하는데, 그 예로 문화재청과 협력해서 진행하고 있는 ‘세계기록유산 역량강화 워크숍’이 있습니다. 이 분야 노하우가 부족한 유네스코 회원국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기록물을 발굴하고 등재할 수 있도록 등재 절차와 최신 이슈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기록물 분야 국제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워크숍 참가국에서 제출한 등재신청서를 검토하고 수정·보완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절차가 4년만에 재개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1992년에 시작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신규 등재 심사가 지난 2017년부터 잠정 중단됐었습니다. 당시 명목상의 이유는 25주년을 맞아 사업의 효과 및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검토의 시간을 갖자는 것이었으나, 사실 그 이면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2015년에 중국이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고, 2017년에는 한국 등 8개국 15개 단체가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위안부의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등재 신청을 했는데, 여기에 일본이 강하게 반발했어요. 결국 ‘위안부의 목소리’는 ‘대화를 통한 권고’라는 명목으로 아직까지 등재가 보류돼 있습니다. 제국주의의 역사를 가진 당사국이 자국의 부끄러운 과거가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을 본 다른 국가에서도 기록유산 제도를 개편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제도 개편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새로운 등재가 잠정 중단되었죠. 이 논의가 2021년 4월에 마무리되어 올해 다시 등재 신청이 시작된 것입니다. 참고로 이번 회기 우리나라의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 등재 후보로는 「동학농민운동 기록물」과 「4.19 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올라가 있습니다. 현재 등재소위원회(RSC)의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RSC의 등재권고 내용을 국제자문위원회(IAC)에서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라가면, 아마 내년 하반기 중에 최종 등재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 밖에도 우리나라는 「삼국유사」와 「내방가사」,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으로 등재 신청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나요?
세계기록유산 목록은 해당 유산의 가치와 의미가 영향력을 끼치는 지리적 범주에 따라 국제목록, 지역목록, 국가목록으로 구분됩니다. 유네스코 기록유산 일반지침에 따르면 국제 목록같은 경우에는 2년마다 국가별로 최대 2건의 등재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고, 지역목록같은 경우에도 특별한 개수 제한은 없으나 이를 준용한다고 나와있습니다. 다만 이번 등재 신청은 4년간 중단되었던 등재 신청이 재개된 경우이기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에서 국가별로 3건까지 등재 신청을 받기로 결정하여 대한민국도 총 3건의 기록유산을 등재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세 기록물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를 신청한 것들입니다. 이들은 소정의 국내 심사를 거쳤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MOWCAP)의 심사를 거쳐 올해 11월 개최 예정인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등재 여부가 결정됩니다. 세 기록물 모두 가치 있고, 기록물이 갖고 있는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면밀히 연구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 사업을 진행하고, 우리가 기록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회가 남기는 모든 기록물은 우리 발전의 자취이자 앞으로 인류를 위한 유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세계기록유산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안네의 일기」는 공적인 기록물에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모두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기록물입니다. 기록물은 보는 관점에 따라 소중한 기록일 수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의 치부일 수도 있으나, 그 자체만으로 인류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고 후세에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세계기록유산 제도의 의의도 여기에 있는것이지요. 또한 세계기록유산 같은 제도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앞서 이야기한 위안부 기록물처럼 2744건에 달하는 관련 기록물을 한 데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해 후대에 전승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서지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