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세계지질공원 청년포럼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세대는 역시 청년이다.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전남 순천 생물권보전지역과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일대에서 진행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세계지질공원 청년포럼’에 참가하면서, 지속가능발전이 청년들에게 ‘내가 아닌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고민해 보았다.
문화재보존과학을 전공하며 지리학을 복수전공으로 삼고, 지질학을 기초로 석조문화유산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실에 소속된 학부생인 내게 이번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세계지질공원 청년포럼’(이하 청년포럼)은 꼭 맞는 행사처럼 느껴졌다. 그런 기대를 품고 11월 1일 오전, 순천역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순천만 에코촌 유스호스텔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청년포럼 첫째 날 일정은 조도순 MAB 한국위원회 공동위원장의 강연과 함께 시작됐다. 조 위원장과 오혜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선임전문관의 강연을 통해 생물권보전지역을 포함한 유네스코의 다양한 국제보호지역 제도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학습한 데 이어, 저녁에는 김경원 순천만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이 경관을 이해하는 방법과 순천만의 생물다양성 및 생물권보전지역의 보호 활동에 대한 강연을 했다. 마침 이번 학기에 경관생태지리학 과목을 수강하면서 경관을 이해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강연을 통해 실제 현장에 맞는 이론을 새로 학습함으로써 다음 날 현장답사에 필요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둘째 날에는 봉화산 죽도봉과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를 답사하면서 순천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구역과 완충구역, 협력구역들이 어떻게 보전·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답사를 통해 이들 지역이 단순히 보고 끝나는 관광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어떻게 제공할지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순천만습지에서는 지역의 갈대빗자루 명맥을 잇는 김진두 장인의 지도를 받아 갈대빗자루 만들기 체험을 했다. 갈대로 빗자루를 만드는 과정도 신기했지만, 보호지역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갈대를 채집한다는 말에서 생태계 보호와 활용을 조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셋째 날에는 순천시를 떠나 광주광역시 북구의 무등산 생태탐방원으로 이동했다. 현장답사에 앞서 허민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지질환경전공 교수의 강연을 들으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제도의 기본 내용과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지질학적 가치를 알아보았다. 이후 화순군의 서유리 공룡화석지와 화순적벽 현장답사를 진행했고, 일정 중간에는 이서면 야사마을의 이서커뮤니티센터에서 ‘적벽한우버거’ 만들기도 체험해 보았다. 각 지역의 관광 자원과 지역별 가치를 조화롭게 활용하는 사례를 보면서 지속가능발전에 있어 지역 주민들이 참여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매 답사 이후, 그리고 마지막날 조별발표 시간을 통해 청년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아본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청년들은 SNS 홍보나 서포터즈 활동 등의 기본적인 아이디어 외에도 캐릭터 홍보 방안, 청년의 시각에서 분석한 보완방안, 지속가능발전에 있어 청년의 역할 등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면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및 세계지질공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청년포럼 참가를 준비하며 포럼 지역의 구체적인 지도 제작 및 지질도를 학습했고, 현장답사를 통해 해당 지역의 지질학적·경관생태학적 가치를 파악해 보면서 전공과 관련된 측면에서 매우 큰 학습 효과를 얻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포럼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지속가능발전에 청년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 사회에서 청년층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그러한 목소리를 내면서 실제 활동에 참여하는 청년의 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하겠지’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청년들의 무관심에 있다. 청년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정보 흡수력도 빠르고 다양한 생각과 응용을 할 수 있는 세대이기에, 일단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그 관심이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청년 세대의 관심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를 고민하는 것은 지속가능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청년들이 지금의 기성세대로부터 이 사회를 이어받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고, 청년들이 이때를 대비할 수 있도록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은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관심에서 시작해서 세상에 지속가능발전의 목표를 알리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지속가능발전을 이끌어나갈 주역인 세계시민이 되는 것.’ 그것이 이번 청년포럼 참가자들에게 남겨진 과제이자 교훈이 아닐까.
조승근
공주대학교 문화재보존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