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넘어 인권과 평화에 공감하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교육부 및 일본 문부과학성과 협력해 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와 공동으로 7월 17일부터 10월 16일까지 ‘2021 한일교직원 온라인 한일교사대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음에도 상대국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소중한 교류의 장을 열었던 행사에 참여한 선생님의 후기를 전한다.
평소 교직 생활을 하며 국제교류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올해부터 유네스코 학교 업무를 맡으면서 국제교류의 장을 더욱 넓힐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던 차에, 유네스코학교에서 추진하는 한일교사 교류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약 3개월간 계획돼 있는 프로그램 운영 기간 동안 내가 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 주제는 ‘인권, 정의, 평화’였다. 마침 5학년 1학기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우리 학급 학생들과 인권에 관한 내용을 이미 다뤘기 때문이다. 1학기에는 초등학생으로서 인권을 실천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면, 2학기에는 시야를 넓혀 세계시민으로서 인권을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같은 주제를 선택한 선생님들끼리 그룹이 정해졌는데, ‘인권, 정의, 평화’와 관련된 초등학교 그룹은 G그룹이었다. 여기에는 일본의 오와다 초등학교, 한국의 광주교대부설초등학교, 서울사대부설초등학교가 있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의 선생님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통역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공동 수업 내용을 의논했다. 프로젝트 주제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했다. 다양한 인권 침해 상황 중에서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세계적 맥락을 ‘인권, 정의, 평화’에 대입했다. 초등학생의 시선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라는 점에서 양국의 교사들이 동의했다.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학생들의 서먹함을 줄여 줄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도 갖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2차시에 걸쳐 수업을 하기로 하고 의견을 제시한 일본 교사가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1차 수업을, 한국 교사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인권보호 방법을 생각해 보는 2차 수업을 계획했다. 초반에는 수업 흐름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달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문 통역가의 도움과 양국 교사들의 열린 마음 덕에 서로를 이해하며 수업안을 조금씩 고쳐 나갔다. 1차시에서는 각국의 문화 요소를 소개하기 위한 자료를 제작했는데, 일본 학생들은 현재 관심거리와 음식, 건물, 애니메이션 등을 소개하기로 했고, 한국 학생들은 케이팝과 전통 음식, 전통 악기, 전통 가옥, 한복, 역사 문화유산 등을 소개하기로 했다. 2차시에서는 패들렛(공동 작업용 온라인 메모장)에 인권침해사례 뉴스를 써 넣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동영상이나 그림으로 그려 탑재하기로 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은 실시간으로 줌을 통해 진행했다. 1차시에는 일본 학생들을 위해 교실 뒤편에 일본어 인사로 플래카드를 걸었다. 수업에 접속한 일본 학생들은 교실 뒤편의 플래카드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외국인 친구를 낯설어했던 한국 학생들의 분위기도 한순간에 부드러워졌다. 각자 준비한 소개 자료를 공유하고 퀴즈를 푸는 과정에서 양국 학생들은 더욱 친해졌다. 특히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한국의 케이팝을 소개할 때 서로 환호하며 거리감은 제로가 되었다. 1차시를 마무리하면서 ‘인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낱말을 서로 공유해 ‘인권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2차시는 1차시 수업 후 느낀 점을 서로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패들렛에 탑재했던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 인권침해사례 기사를 함께 살펴보고 궁금한 점이나 생각한 점을 묻고 대답했다. 그리고 인권 보호 방법에 관한 동영상이나 그림을 살펴보고,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쓰고 발표했다. 희망자들은 수업 이후에도 실천 방법들을 SNS에 올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하기로 했고, 마지막으로 다시 만나 다른 활동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수업을 마쳤다.
사후 협의에서 양국 교사들은 수업을 진행하며 느낀 점, 학생들의 피드백,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교사들은 양국 학생들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언어와 역사적인 배경이 달라 서로에게 낯선 느낌이 있었지만 온라인 공동 수업을 통해 서로를 친근하게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인권’과 ‘인권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양국 학생들이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일본 친구들의 결과물을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고, 앞으로도 다른 주제로 일본 친구들과 활동을 이어 나갔으면 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편견은 어디에나 있다. 어쩌면 편견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편견일 수도 있다. 이러한 편견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뿌리 깊은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생길 수도 있고, 물리적 거리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편견을 없애는 데는 계기가 필요하며, 한일교사교류 프로그램 온라인 공동 수업이 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인권, 정의, 평화’를 다루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서로의 언어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인권과 평화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하며, 보호 방법을 공유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편견을 서서히 지워갈 수 있었다. 물론 이 한 번의 기회로 편견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이런 교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계획하여 진행해 나간다면,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고 나아가 세계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염수경 광주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