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세계회의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세계회의’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각국 교육부장관들을 비롯한 28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실행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보았다.
독일 출신 지질과학자이자 우주비행사로 우주정거장에서 무려 1년 넘게 생활한 바 있는 알렉산더 거스트(Alexander Gerst)는 처음에는 우주에서 볼 지구의 모습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지구와 우주를 공부했고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수없이 봐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에서 지구를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 부서질 것같은 한없이 소중한 지구의 존재에 할 말을 잃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돌아갈 수 있는 지구가 있음에 감사하며, 인류가 우주여행 등 끝없는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지구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모두의 보금자리이자 꿈의 원천인 지구는 지금 많이 아프다. 사실 지구가 아프다는 말을 들어 온 지는 꽤 됐고, 기후변화나 환경보호 이야기도 많이 들어 왔다. 그래서 당장 지구 멸망이 올 것 같진 않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1년 남짓한 기간만에 340만 명이 목숨을 잃고 당연하게 여겼던 가족 모임과 여행도 이제는 먼 이야기가 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어쩌면 코로나19는 오랜시간에 걸쳐 지병을 얻은 지구의 고름이 터진 것은 아닐까.
이번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ESD) 세계회의는 이와 같은 지구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교육 분야의 ‘응급처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알렉산더 거스트를 비롯, 전 세계 교육부장관과 교육감, 교사, 학생, 기업가, 활동가 등 28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지금 당장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긴급한 조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도구는 교육이며, 지구를 위해 우리는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를린에서 열린 이 회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참여 및 진행 인력 100여 명을 제외하고 모두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먼저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회의의 의미와 목표를 전달하며 개회를 알렸고, 기후변화 대응의 이정표인 ‘파리 선언문’의 작성 위원이었던 프랑스의 로랑 파비우스, 알렉산더 거스트, 그리고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학생 판디타 라자의 기조발언이 이어졌다. 라자 학생은 자신이 참여한 유네스코의 ‘트래시핵’(#TrashHack) 캠페인에 참여한 친구들의 발언을 낭독하며,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해 ESD를 이행할 것을 호소했다.
이어서 스테파니아 지아니니 유네스코 교육 사무총장보의 사회로 전체회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제프리 삭스 교수와 안드레아스 슈레이처 OECD 교육기술국장, 수잔 호프굿 국제교원노조 총연맹장, 고이치 하기우다 일본 교육기술청장관 등을 비롯한 교육계의 저명 인사들이 ESD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유네스코는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도구로서 ESD를 강조하는 ‘ESD for 2030’을 소개했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ESD를 이행하기 위해 각국과 국제기구, 민간이 예산을 확보해야 하며, 개발도상국들이 원격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누구도 ESD에서 뒤쳐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순서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는 70개국의 교육부 장·차관들이 유네스코의 ‘ESD for 2030’ 사업을 환영하고, 전 지구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개인의 회복력을 기르기 위한 ES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ESD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킨 국가도 상당수 있었고, 대부분의 국가가 ESD를 촉진하기 위해 교육부와 환경부 간 연계, 통합적 접근, 전학교적 접근을 실행하고 있거나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라운드테이블 이후 진행된 병렬세션에서는 관련 분야 전문가와 학생들이 ‘ESD를 위한 지구적 과제 대응’이라는 대주제를 4가지 소주제(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녹색순환경제, 자연과 사람)로 나누어 논의했고, 우리나라의 최재천 이화여대 생태과학교수가 생물다양성 그룹에서 발표를 했다.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ESD이행을 위한 5가지 우선순위분야(정책개발, 학습환경변혁, 교사역량강화, 청년, 지역수준의 실천 가속화)의 병렬세션이 진행되었다. 이 중 지역수준의 실천 가속화 그룹에는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장과 박은경 통영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이사장이 참여해 각 지역에서 진행중인 ESD 사례를 발표하고, 세계 곳곳에서 모인 지역의 ESD 선구자들과 함께 지역 차원의 ESD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마지막 날, 세계회의는 아르젠 왈스 네덜란드 와게닝겐대 교수의 전체회의 요약과 ‘베를린 선언문’ 채택과 함께 마무리됐다. 왈스 교수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 ▲전 지구(whole earth) ▲전 공동체(whole community) ▲전 학교(whole school) ▲전 뇌*(whole brain) ▲전 체계(whole system)의 다섯 가지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은 베를린 선언문은 갈수록 개인이나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전 지구적 과제가 증가하는 현실을 상기시키며, 교육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개인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강력한 촉진제임을 강조했다. 이 회의의 후속조치로 유네스코는 6월 초까지 ESD 이행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논의하는 대륙별 회의를 개최하며,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아시아-태평양 지역회의에 참여한 뒤 교육부를 비롯한 국내 관계자들과 ESD 이행을 위한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조아 교육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