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관이 만난 사람: 제주특별자치도 김양보 국장
올해 4월부터 프랑스 파리의 주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에 파견되어 근무를 시작한 임시연 주재관이 앞으로 주재관 서신을 통해 소식을 전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유네스코 사무국의 생태지구과학국 파견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김양보 국장을 만나 보았다.
— 먼저 유네스코 생태지구과학국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유네스코 생태지구과학국은 유네스코 과학 분야 중 지구과학, 생태보전, 인간과생물권(MAB) 등의 사업·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예를 들면 오는 12월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공원총회를 기획·추진하거나, 세계적 난제인 지구온난화나 생물다양성 보전 문제 대응 기제를 만드는 등 다양한 층위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제주도에서 파견된 환경 전문가로 누구보다 업무를 즐겁게 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어떤 계기로 파리행을 결정하시게 되었는지요?
제가 사무국 파견을 결심한 건 우리 제주와 유네스코, 그리고 저의 특별한 인연에서 비롯됐습니다. 1997년 공직에 들어온 이래 줄곧 국제환경협력 쪽에 몸담으면서 제주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구획이나 세계섬연안생물권네트워크의 전신인 제주 이니셔티브 협약 체결 등 유네스코와 관련된 일을 오래 했습니다. 2009년에는 MAB 국제조정이사회의 제주 개최를 주도하기도 했는데, 당시 유네스코 사무국 측 담당자였던 미구엘 클뤼스너-고트(Miguel Clüsener-Godt, 현 생태지구과학국장)와 파리에서 다시 함께 일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 파견을 통해 이루고 싶은 특별한 포부도 있으실 것 같아요.
저는 제주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의 보물섬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많은 일들이 시범적으로 시행되는 장소이기도 하고요. 제주도청은 유네스코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저를 이곳에 파견했는데,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목표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바를 실현하는 이상적인 도시를 제주에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데 필요한 장기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유네스코의 다소 추상적인 목표를 제주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실현하는 것이지요. 둘째, 2022년 출범을 앞두고 있는 유네스코 카테고리2센터인 ‘글로벌국제보호지역연구훈련센터’가 제대로 구축되어 활발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제 공직생활이 10년 남짓 남았는데, 그때까지 이 센터를 카테고리1센터로 발전시키고픈 장기적인 바람도 갖고 있습니다.
—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타지 근무를 시작하셨기에 힘든 점이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봉쇄와 통금을 반복하는 파리에서 가족이 머무를 집을 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등 정착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업무 매뉴얼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저도 동료들도 많이 당황했지요. 비대면으로 ‘국제협력’이 과연 제대로 될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유네스코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력을 발휘하는 국제기구라는 걸 느끼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교육이 본격화되자 지역 격차에 대응해 다양한 방식의 교재를 발굴·보급하기도 했고, 전 세계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웨비나를 개최해 코로나19의 대응 방안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저도 그 모든 과정에 동참하며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 코로나19 시기 유네스코 사무국의 근무 일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한국 출신의 저를 비롯해 독일, 러시아, 브라질, 스페인, 콜롬비아, 페루,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는 MAB 프로그램 정책팀은 주4회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팀원들이 사무실로 주1회 교차 출근하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는 팀프로그램으로 주간회의를 하고 금요일 오전에는 각자 집에서 커피잔을 들고 화상으로나마 티타임을 가집니다. 온라인 팀회의를 할 때 모니터 너머로 아이들이 노는 모습, 거실의 책이라든가 커튼의 색깔 등 일상의 모습을 공유하며 한층 동료들과 가까워진 느낌도 듭니다. MAB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국적이 다른 구성원들의 개성이 모니터 너머 일상 속에 묻어나는 걸 보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제기구의 다양성이 여과없이 드러나는구나 싶어 인상적입니다.
— 끝으로 MAB를 포함한 생태과학 분야 올해 사업의 주안점과 한국이 앞으로 더욱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가 MAB 프로그램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해 제인 구달 박사님을 명예대사로 위촉하기도 했고, 9월에는 처음으로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서 MAB 국제조정이사회와 부대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부대행사에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주관으로 우리나라가 ‘생물권보전지역과 평화’를 주제로 워크숍도 기획하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한국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유네스코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만 자연과학, 특히 생태환경 분야 국제환경협력에서는 10대 경제강국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생태 분야는 기후변화와 함께 미래 국제협력의 핵심 이슈이자 우리 삶의 근간이기에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위한 노력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동참을 기대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임시연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