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MAB) 프로그램 50주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MAB한국위원회는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의 후원을 받아 2021년 11월 3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유네스코 MAB 50주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MAB, 삶을 얘기하다’라는 주제로 MAB 50주년을 축하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면서, 자연 보전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MAB 활용 방안 및 추진 과제를 논의했다.
제주 속담 중에 ‘동네 심방 안 알아준다’라는 말이 있다. 가깝고 익숙한 것의 가치를 모른다는 표현인데, 제주 사람들이 외지인들만큼도 제주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지겹거나 지루하거나 귀찮은 감정들을 가져 제주도로부터 ‘탈출’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비단 제주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는 주변에 있는 존재들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쉽게 간과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자연은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예다. 자연이 있기에 인간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해서 우리는 지구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공존해야 한다는 점을 종종 잊는다.
이미 반 세기 전에 유네스코는 이를 자각했다. 환경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관심이 높아지던 1968년, 유네스코가 주최한 ‘생물권 자원의 합리적인 이용과 보전의 과학적 기초에 관한 정부간 전문가 회의’에서 생물권(biosphere)이라는 용어가 국제사회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1971년 유네스코 총회의 승인을 얻어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Man and the Biosphere Programme, MAB)이 시작되었고, 이듬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유엔 인간환경회의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추진됐다. MAB는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 지정 및 관리를 통해 인간과 환경 간 균형 있는 관계를 촉진·개선하기 위한 과학적 토대를 구축하는 정부간 과학 사업이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이전까지의 보호지역들과 달리 인간의 활동과 생활도 환경의 일부로 보고, ‘자연 환경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MAB 30주년(2001) 및 40주년(2011) 기념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한 바 있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MAB한국위원회는 이번 50주년 기념 심포지엄도 함께 열어 한국사회에 미친 MAB의 기여와 영향을 조명했다. 이번 MAB 50주년의 기념 표어인 ‘It’s about Life’(우리 삶에 관한 이야기)를 반영해 ‘MAB, 삶을 얘기하다’라는 주제로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의 날’인 11월 3일에 맞춰 열린 이번 행사에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국내 MAB 관계자 30여 명만 대면으로 참석했다.
심포지엄에 앞서 개최된 기념식에서는 국내외 MAB 관계자들의 축하 메시지 영상이 상영됐고, 국내외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발전에 공헌한 최청일 전 MAB 국제조정이사회 의장과 김귀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공로패를 받았다. 이어서 MAB한국위원회 주최로 열린 ‘MAB 출범 50주년 기념 생물권보전지역 사진 및 활동수기 공모전’ 시상식에서는 대상 및 최우수상(각 2명씩) 수상자가 여러 수상자들을 대표해 상을 받았다.
심포지엄의 첫 순서인 기조강연에서는 ‘MAB 50주년 역사와 한국의 기여’라는 주제로 한춘리 전 유네스코 MAB 사무국장의 발표가 녹화 영상으로 상영됐다. 한 전 국장은 ‘삶, 생물다양성, 사람들’을 함께 다루는 MAB가 ‘생물학적 다양성’과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두 주제에 기반을 두고 자연 보전의 측면에서 최초로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에 동등한 중요성을 부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동북아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EABRN), MAB 국제조정이사회(MAB-ICC), 제주 국제보호지역 연구훈련센터 등을 통해 한국이 그간 MAB사업에 기여한 바를 높이 평가했다.
이후 주제발표는 ‘생물권보전지역과 나’, ‘MAB 50년, 그리고 또다른 50년’이라는 주제를 토대로 2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신안다도해, 제주도, 연천의 생물권보전지역 관계자들이 각자가 속한 생물권보전지역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소감을 술회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인공지능(AI), 기후변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및 생물다양성프레임워크(GBF) 등의 주제를 토대로 향후 한국의 생물권보전지역 및 관련 네트워크의 적절한 운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조언이 제시됐다. 끝으로 5명의 국내 관계자들이 모여 앞선 발표 내용을 토대로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성경에서는 안식년(7년)이 7번 행해지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첫 해인 50년을 ‘희년’(jubilee)이라고 해서 ‘새로운 출발점’으로 특별히 기념하기도 한다. MAB의 50주년 역시 지난 50년 간의 성과와 가능성을 되돌아보는 의미를 갖는 동시에, 향후 MAB의 지속가능한 50년을 위한 새로운 도약점이라 할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그리고 지구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된 오늘날, MAB는 우리 곁에서 함께 성장하면서 보다 희망적인 다음 50년을 향해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갈 것이다.
오혜재 과학청년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