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2단계 동티모르 사업 현장모니터링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브릿지 2단계 동티모르 사업을 통해 동티모르의 비문해 성인, 학교 밖 아동과 청소년 등의 교육소외계층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브릿지팀은 지난 7월 21일부터 29일까지 동티모르의 딜리, 에르메라, 보보나루의 현장을 방문해 그간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하고, 현지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담당자의 눈에 비친 배움의 현장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7월 21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진 브릿지 2단계 동티모르 사업 담당팀의 출장은 여러모로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사업은 2020년부터 시작되었지만, 팬데믹 때문에 사업 착수 3년만에야 처음 현장을 가 보게 되었으니까요. 출장단은 싱가포르와 호주를 경유하는 멀고 먼 여정과 예상치 못한 항공 연착 끝에 장장 70여 시간 만에 동티모르 딜리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년간 브릿지 2단계 동티모르 사업으로 동티모르에서는 4개 지역학습센터가 새로 지어졌고, 현재 6개 지역학습센터가 복원되는 중입니다. 각 센터에서는 교육의 기회를 잃어버린 학습자들을 위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문해교육, 학교 밖 교육과정을 이수해 공립학교를 졸업한 것과 동일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학력인정교육, 그리고 컴퓨터와 재봉, 외국어 수업 등의 생활기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9개 주의 10개 지역학습센터를 모두 방문하고 싶었지만, 여러 여건상 이번에는 복원이 완료된 3개 센터와 현재 복원이 진행 중인 1개 센터만 방문했습니다. 각 센터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습자들과 교·강사 및 관리자들을 만나 그간의 사업 성과와 현황을 듣고, 더 나은 학습 기회를 위한 도전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첫 방문지였던 보보나루 주(州)의 쿠다울룬 센터와 아투아벤 센터 학습자들은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선정된 동티모르의 전통 직조방식으로 만들어진 타이즈(Tais)를 목에 걸어주며 따뜻한 환대를 표했습니다. 이들은 센터를 통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 것에 큰 만족감을 표했고, 문해력을 익힌 것에 그치지 않고 브릿지 2단계 동티모르 사업이 제공하는 학력인정 프로그램에 참여해 계속해서 교육의 기회를 누리고 싶다는 꿈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쿠디울룬 센터의 한 학습자는 “처음에는 연필 잡는 방법도 몰랐지만 이제는 이름을 스스로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며 “비록 나이는 많지만 앞으로 학력인정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배움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투아벤 센터의 교사는 자신의 학습자들에 대해 “성인 학습자가 많다보니 생계로 인해 수업에 결석하게 되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하면서도 “조금씩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는 학습자들을 볼 때 가장 보람있고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출장팀은 이어서 오는 9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에르메라 주의 하똘리아 지역학습센터도 찾았습니다. 좁고 높은 산길을 한참 올라 도달한 하똘리아 센터는 차곡차곡 필요한 일을 진행해 나가면서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출장길에 동행한 현지의 브릿지 2단계 동티모르 사업 담당자는 “이미 많은 학습자들이 인근 학교 교실을 빌려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려주며 “현재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공립학교 교실을 빌려 쓰지만, 센터가 완공되면 더욱 알찬 수업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습니다.
저는 사업 담당자로서 방문하는 센터마다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뻤습니다. 아투아벤 센터의 재봉 교육 프로그램 학습자들은 재봉 기술을 넘어 마케팅과 유통 교육의 필요성까지 생각하고 있었고, 딜리 주의 마눌레우 센터 학습자들은 컴퓨터 교육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모든 센터에서 한국어 교육을 원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간 브릿지 사업이 사회경제적이고 문화적인 이유로 교육의 기회에서 벗어난 교육소외계층에게 ‘배움의 두 번째 기회’를 준다고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곳 사업 현장을 살펴보니, 이 사업은 비단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학습자들의 삶에 새로운 꿈을 잇는 다리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다리는 많은 학습자들을 세 번째, 네 번째 기회로도 연결시켜 줄 것입니다.
브릿지 2단계 동티모르 사업을 통해 달라진 것은 어쩌면 단 하나, 지역학습센터가 없던 곳에 센터가 생기고 교육 프로그램이 들어왔다는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 하나의 변화가 바다 건너 먼 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동티모르와 대한민국 정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그리고 무엇보다 후원자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변화입니다. 동티모르에서의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꿈꿔 보면서, 이 사업을 향한 여러분의 든든한 지원과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김계신
브릿지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