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는 청년들이 많다. 유네스코가 어떤 인재를 찾고 있으며, 이를 꿈꾸는 한국 청년들이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유네스코에 진출한 한국인으로서는 최고위직(D-2)을 맡고 있는 권홍석 인사국장에게 들어보았다.
Q 여러 변화를 맞는 시기, 유네스코의 인사시스템은
유네스코는 작년 총회에서 2017년부터 2022년까지를 포괄하는 새 인사정책을 승인했다. 그 내용은 두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탤런트 매니지먼트(talent management), 즉, 어떻게 하면 유네스코의 현 직원들과 새로운 직원들이 호흡을 맞춰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지에 관한 것이다. 그러한 틀 안에서 고용, 파트너십, 학습, 평가, 근무지 이동 등 다섯 개 분야에서 인사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직원들의 평가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네스코 같은 공공 업무 비중이 높은 기관들은 업무 성과를 명료하게 지표화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아서 형식적인 평가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스태프와 매니저 간 소통을 강화해 더 원활한 피드백을 주고받도록 하는 등, 직원들의 인사 고과를 평가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유네스코 구성원들의 면면은
유네스코에는 정규 직원 2,156명, 비정규 직원 2,100 명 정도가 근무한다. 정규직원 중 여성 직원의 비율은 51%며, 국장급 이상 직책의 여성 비율도 53%에 달해 유엔기구 중에서도 성별 균형이 가장 잘 잡혀있는 곳이다. 전임 보코바 사무총장 때부터 특히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장려하고 있다. 직원 평균 나이는 47세 정도 이며, 이직률도 6.3%로 낮은 편이다. 이는 이동 근무가 많지 않은 점,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유일한 유엔기구라는 점, 근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 진출과 관련해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유네스코뿐만 아니라 ‘유엔기구’ 하면 흔히 특정 전문분야 근무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의 교육·과학·문화 분야, WHO의 의료 분야, 유엔사무국의 PKO(평화유지활동)나 인권 분야 등이다. 하지만 국제기구 채용은 행정 및 관리 분야에서 더 많은 기회가 나올 수 있다. 모든 국제기구가 행정과 관리 분야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취업 기회를 엿볼 때 행정‧관리 분야도 잘 살펴보고, 이 분야에서 관련 커리어를 쌓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Q 유네스코의 직원 채용 경로와 절차는
참고로, 국제기구나 해외 NGO 근무를 희망하는 이라면, 모든 국제기구 및 NGO의 공석 현황을 볼 수 있는 impactpool.org라는 웹사이트를 활용할 만하다. 유네스코는 웹사이트를 통해 채용 과정을 진행한다. 다만 상세한 내용은 곧 개편이 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웹사이트를 통해 이력서(CV)와 커버레터를 접수받은 뒤 서류 심사 통과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후 채용을 결정한다. P-3나 P-4 직급 채용 시 한 자리에 700-1,000명 가량이 지원하고, 기본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이 중 절반을 먼저 거른다. 이후 인사국에서 기본 자격 요건(requirement qualification)과 우대 요건(desirable qualification)을 검토해 30명 정도로 후보를 압축하고, 매니저와 함께 그 중에서 선정한 최종 5‒1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채용 응시자 수에서 볼 수 있듯, 기본 자격 요건을 채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볼 수 있다.
Q 채용 과정에서 구체적인 팁이 있다면
우선, 이력서와 커버레터가 매우 중요하다.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잘 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채용 직위에 대해 상세하게 공부해야 한다. 그 자리가 요구하는 자격과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춰 명확한 내용을 담지 않으면 통과 확률이 낮다. 커버레터는 1페이지 이내로, 불가피하다면 1.5페이지가 상한 분량이라고 보면 된다. 내용은 자신의 주요 성취를 중심으로 추려야 한다. 예컨대 채용 공고가 ‘ABC’를 요구한다면, 내가 가진 ‘ABC’를 명확하게 보여주어야만 한다. 이력서 역시 짧고 명확하게, 요구하는 능력에 맞춰 기존에 해본 업무와 성취, 학력과 언어능력 등을 써넣는다.
채용 인터뷰는 다른 유엔기구들과 마찬가지로 역량 중심 인터뷰(competency-based interview)로 진행된다. 특정 상황을 가정(hypothetical situation)한 질문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설명과 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나온다. 예를 들어 팀워크와 관련된 질문이라면, “과거에 팀을 이뤄 일을 했는데, 그 때 별로 팀워크가 좋지 않았던 상황을 예로 들어보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상황(context), 행동(action), 결과(result), 즉 ‘C.A.R.’을 기본 구성요소로 해서 답변해야 한다. 그 때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땠는지(가정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내가 한 행동은 무엇이었는지, 그 결과로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는 지를 답해야 하며, 특히 ‘우리’(we)가 아니라 ‘나’(I)를 주어로 해서 설명하도록 유념해야 한다. 가끔 채용 과정에서 필기시험을 볼 때도 있다. 시험은 온라인으로 시간과 날짜를 정해 진행되는데, 예를 들어 이메일 첨부 파일을 여는 시점부터 정해진 시간 안에 기입 및 제출을 완료하는 형식이다. 맞고 틀리고를 평가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얼마나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달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