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교사대화 아웃리치 프로그램
국내 군 단위 도서·산간지역 소재 유네스코학교 교사 3명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일본 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 주최로 열린 ‘2021 한국교직원 일본방문 및 아웃리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방문 대신 온라인으로 열린 이번 교류 행사에 참가한 교사의 후기를 소개한다.
나는 지금까지 새로운 학교에 부임할 때마다 해당 학교가 유네스코학교로 지정을 받도록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이전에 안동동부초등학교에서도 그랬고, 현재 근무 중인 와룡초등학교에서도 동료 교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유네스코학교 지정을 추진해 2018년 2학기에 그 결실을 맺은 바 있다. 우리 학교가 유네스코학교에 가입하던 해, 나는 가입 추진 과정에서 함께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교무부장님을 유네스코 한일교사대화 프로그램에 추천하기도 했다. 비록 선발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 다음을 기약했고, 2020년에는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한일교사대화 및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의 선발 소식을 접하고 직접 신청하게 되었다.
아웃리치 프로그램은 특별히 시골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일간 교류를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다. 한일 양국 교사 수십 여 명이 교류하는 한일교사대화 프로그램과 달리, 아웃리치 프로그램 참가자는 모두 8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조용히 있으면 금방 표가 날 수밖에 없을 터, 이에 말을 많이 하긴 해야겠는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프로그램 시작 전에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드디어 시작된 첫날에는 참가 선생님들의 소개 및 교육활동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점점 귀에 들어왔고, 또 다른 지역 선생님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한편, 우리 학교의 교육활동을 소개하면서 차츰 서로 간의 공통분모를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지역적 차이는 있을지언정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교육을 바라보는 열정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세 차례 열린 회의 중 마지막 회의 때는 다 마쳤다는 안도감보다는 이제 마지막이라는 데서 오는 아쉬움이 훨씬 컸다.
일본 선생님의 발표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학교가 속한 지역의 문제를 교육과정에 적절히 반영해 아이들과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점이었다. ‘하치조’라는 지역을 하나의 학문으로 만들어낸 오오바 선생님의 말씀에서 ‘지역의 모든 것이 교육과정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뭔가를 하는 것이 참 힘들다”던 타니 선생님의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그 지역의 마스코트를 아이들과 만들고, 이후 중앙정부 관리의 도움을 받아 발전시켜 나갔다는 설명은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는 것이 언제나 쉽지 않았던 내게도 적지않은 격려가 됐다. 한 섬에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친 나오코 선생님의 사례 역시 비록 학교급은 다르지만 그간 나름대로 세계시민교육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해 온 나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우리나라 선생님들과의 활동 공유도 빼놓을 수 없다. 학교 근처에 있는 DMZ를 활용하여 평화와 생명교육을 펼치는 고영남 선생님과 합천 가야초등학교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꾸준히 실천하는 이종명 선생님까지, 우리는 이번 교류를 통해 각자 지역에서 쌓아온 교육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선생님들과의 교류를 통해 뭔가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되었다는 점도 이번 프로그램이 내게 준 큰 선물이었다. 내가 사는 지역,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 대해 한 번 더 돌아보고,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더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이 소중한 기회를 마련하고 행사 운영에 애써주신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이수연 전문관과 일본 유네스코 아시아문화센터의 신도 유미 부장, 그리고 다까마쓰 아야노 선생님, 뎀마 미까 선생님, 이토 다에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김양모 와룡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