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우리뿐이잖아요”
10월 24-31일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을 맞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10월 19일 ’2021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데이’ 행사를 열고 전국 어린이·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디어 환경을 위한 어린이·청소년 선언문’을 발표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효율적이면서도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모아 본 이번 행사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야 하고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 말하는 어른들은 많다. 그런데 정작 이 시대를 그 어떤 성인들보다 오래 살아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청사진에 반영하기란 너무나 힘이 든다. 이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올해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데이 행사는 반드시 어린이·청소년의 목소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행사를 만들겠다고 연초부터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려면 우선 어린이·청소년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야 했다. 전국 방방곡곡의 어린이·청소년들을 이 코로나19 시대에 어떻게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중, 화제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게더타운으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본 두 명의 연세대학교 학생의 도움을 받아 유네스코 본부 전경을 가상의 공간으로 옮겨왔고, 그 안에 학생들이 미디어 환경에 대한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꾸몄다. 그 결과 3일간 전국 86개 학교에서 무려 6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접속해 수많은 의견을 남겨 주었다. 우리가 만든 공간에 이렇게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와 주다니 ‘회사 다닐 맛’이 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모인 의견을 11명의 어린이·청소년으로 구성된 ‘청소년 위원회’와 함께 검토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디어 환경을 위한 어린이·청소년 선언문’을 완성했다. 원래는 이 청소년 위원회 친구들이 행사장에서 선언문을 큰 목소리로 낭독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녹화를 하는 형식에 그쳐야 해서 아쉬웠다.
그리고 마침내 ‘2021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데이’ 행사가 열렸다. 필자는 행사 실무와 함께 사회까지 맡게 되어 힘이 들긴 했지만, 발표자들의 내용을 더 자세히 공부하며 듣고, 질의응답도 함께 진행하는 등 행사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계보경 부장이 2007년부터 꾸준히 진행해 온 ‘어린이·청소년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측정 틀 개발 연구’를 소개했다. 이어 부산 주강초등학교의 이성철 교사는 특히 코로나19 이후 교실 깊숙히 들어온 디지털 기반 수업 사례를 소개하며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초청한 뉴욕주립대학교의 앤지 정 교수가 팬데믹 시작 이후 미국에서 일어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테러에 저항하는 ‘#StopAsianHate’(아시안 혐오를 멈추라) 운동을 소개하고, 그 안에 담긴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세 번째 세션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유아 미디어 교육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서강대 조재희 교수가 학부모 및 유치원 교사와 함께 토크 콘서트로 꾸몄다. 이들은 아이들의 미디어 사용 사례와 고충을 공유하고, 누리과정을 고려해 개발된 유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실천해 본 경험담을 나누는 등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네 번째 세션에서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이선민 선임연구원이 온라인 상에서 어린이들의 프라이버시가 너무 쉽게 침해받고 있는 현실을 소개하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섯 번째 세션에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함께 ‘세계시민을 위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과정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김아미 경인교육대학교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 객원연구원이 6명의 학생연구진과 함께 무대에 올라 편안하게 대담을 진행했다. 학생 패널들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미디어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느꼈던 점, 평소에 부모님과 미디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들려주었다.
끝으로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선언문 낭독 영상이 상영됐다. 치열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선언문을 어린이들이 한 문단씩 돌아가며 읽는 이 영상을 현장에서 직접 시청했을 때의 그 여운이 아직까지 가시질 않는다. 올바른 미디어 사용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조목조목 약속하고 요구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앞으로의 세상은 자신들이 바꾸어 가겠노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고, 어린이·청소년의 목소리로 이런 내용을 듣는 것은 너무나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동시에 다음 세대는 분명 우리 세대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이 영상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니, 독자 여러분도 꼭 한번 봐 주시길 바란다.
나는 약자의 편에 서는 행위의 영향력을 믿는다. 특히 현대사회에서의 안전한 생활에 필수적인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에서 약자들의 손을 잡고 하한선을 끌어 올리는 노력은 너무나 절실하다. 이번 행사 생중계 영상의 조회수가 3천 회를 넘긴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이번 행사에서 그치지 않고,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약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디어 환경을 위한 어린이·청소년 선언문 전문
박다혜 커뮤니케이션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