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신]
2010년 1월 12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한 리히터 규모 강도 7.0의 지진은 순식간에 50만 명의 사상자와 180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고 30여만 채의 가옥, 1300여 개 교육 시설 및 50여 개 의료 시설을 파괴시키는 등 온 도시를 초토시켰다. 현대사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기록될 아이티 대지진 직후 피해 복구와 구호를 위해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지원이 이루어졌고 유네스코도 회원국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쳤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지원한 미화 40만 달러 규모의 ‘아이티 중등학교 재건사업’은 유네스코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등 삼자간의 협약을 바탕으로 2011년 9월에 시작됐다. 1년 내의 완공을 목표로 시작되었으나 2010년 중순부터 2013년 말까지 8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콜레라, 정치적 혼란과 폭동, 총리 부재로 인한 행정 공백 때문에 사업의 중단과 지연이 반복되었고 2014년 9월 비로소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아이티 남부 라크멜시 외곽에 세워진 헤르메 바야드 중등학교 준공식에는 조셉 램버트 아이티 대통령 특별자문과 위핀 라비 아이티 의회 부대표, 아도니스 노에 자크멜 시장을 비롯하여 다수의 아이티 정부 고위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준공식에 참석한 300여 명의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은 타는 듯한 더위도 아랑곳 않고 3시간이 넘게 진행된 행사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간이 막사에서 체계적인 교과과정도, 교재도 없이 교육받던 학생들에게는 새롭게 지어진 학교 시설을 보고 그 곳에서 공부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겨운 일이었으리라.
그런데 준공식에 참석한 교육부 관계자가 향후 급식시설 설치와 부식 지원을 약속하자 학생들은 행사장이 들썩이도록 환호했다.
대지진이 일어난 지 4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이티는 여전히 그날의 상처를 곳곳에 안고 있었다. 하지만 국가의 재건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여러 주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국가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인 양질의 인력양성을 위해 아이티 교육부는 올해 4월부터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함께 교육시스템 및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전략 수립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물론 여전히 교육정책과 시스템의 부재, 학교시설의 불비함, 교사 역량의 부족, 교육 콘텐츠와 교보재의 불비함 등 교육 전반에서의 개선이 절실하고 외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티의 부모들은 자신의 끼니를 건너가며 모은 돈으로라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한다”는 폴 고미스 유네스코 아이티사무소장의 말처럼 교육에 대한 이들의 갈망은 언젠가 스스로 자립하는 길로 이들을 이끌어 가리라 믿는다. 끝으로 이번에 설립된 헤르메 바야드 중등학교가 학생들 개개인의 성장은 물론 아이티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길 희망해본다.
전진성 국제협력조정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