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초등학교 유네스코 활동 및 후원
2009년 유네스코학교네트워크에 가입한 용연초등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이 각기 다양한 활동을 계획해 유네스코의 이념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 활동 내역과 후원 이야기를 교내 유네스코학교 담당 교사가 전합니다.
필자는 3년 전 본교에 부임한 이후 유네스코학교에 대해 알게 되었고, 우리 학교의 유네스코 활동이 세계시민을 육성하는 교육적 효과가 적지 않다는 데 공감하며 올해 유네스코학교 업무의 담당을 자원했습니다. 우리 학교의 유네스코 활동은 크게 3가지로 구분지어 볼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유네스코 동아리 활동입니다. 학생들은 학년 말에 열리는 동아리 축제 때 유네스코 부스를 운영해 또래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학부모회 주최로 6월에 열리는 나눔장터입니다. 학생이 주축이 된 유네스코 동아리는 이때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갖춘 물품들을 판매하며 참여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학교 차원에서 교육과정의 일부로 유네스코학교의 날에 배정한 창의적 체험학습 시간입니다. 1차시로 잡혀 있는 이 시간은 보통 세계 문해의 날이나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이 있는 10월에 배정해 전교생이 함께하는 행사로 구성합니다. 다만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을 축소하거나 미뤄야 했기에 안타깝게도 개최하지 못했습니다.
올해도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교내 유네스코학교 활동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동아리는 구성하되 신청자를 2개 학급으로 한정지었고, 학부모회 주최 나눔장터는 아직은 무리라 판단하여 계획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대신 유네스코학교의 날에는 유네스코 동아리 학생들이 지구를 생각하며 만든 텀블러와 고체주방비누를 팔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네스코학교의 날 행사는 학급 단위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고민과 준비 끝에 지난 10월 20일에 열린 유네스코학교의 날 행사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창의적 체험활동 1시간을 할애해 세계 문해의 날을 기념하여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유네스코학교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을 시청하고 세계 문해의 날을 주제로 한 영상이나 영화를 감상한 뒤 비문해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지구촌에는 아직도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몰라 이름 대신 지장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그 불편함을 떠올리며 지장나무에 응원의 메시지도 적어 보았습니다. 유네스코 동아리 학생들은 직접 제작한 UCC 영상인 ‘변화가 필요해요’를 상영하며 학급별로 유네스코 ‘Dream 드림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저학년 학생들은 저금통 기부와 함께 한 권의 책 기부 행사를 했고, 다른 학생들은 기부받은 책 중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천 원을 기부하며 구입했습니다.
고학년 학생들은 저금통 기부와 함께 유네스코 동아리에서 만든 텀블러와 친환경 고체주방비누를 판매해 수익금을 모았습니다. 판매하는 품목을 정할때도 우리가 좋은 뜻에서 파는 물건이 최대한 쓰레기를 덜 만들고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심해서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텀블러는 구입 희망자가 너무 많아 학급당 판매개수를 제한해 판매할 정도였지만 주방비누는 판매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학생들은 주방세제를 주로 사용할 일이 없다 보니 생각만큼 잘 팔리지 않아, 결국 행사가 끝난 뒤 남은 주방비누는 기부금이 많이 모인 학급에 선물로 나눠 주었습니다. 지구 환경을 보호한다는 행사를 하면서 오히려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 싫어 저금통도 학급당 1개만 신청했습니다.
학생들이 주인이 되어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은 교직원으로서 더없이 뿌듯한 일입니다. 우리 학교에 처음 오는 선생님들과 후배들에게 ‘유네스코학교는 이런 곳이야’라고 알려줄 수 있는 학교문화가 잘 만들어져 있는 저희 용연초등학교가 그래서 더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문화가 살아있기에 유네스코학교는 지속적으로 그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해 전 나눔장터를 토요일이 아닌 평일에 아이들이 있는 시간으로 변경하고자 했을 때 학부모회에서는 맞벌이 부모가 행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며 무척 아쉬워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그 아쉬움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제 비로소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교사가 주체가 된 행사가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이 만들어 가는 행사이기에, 설령 운영에 실수가 있더라도 구성원들은 마음을 다해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유네스코학교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평화라는 유네스코의 이념을 실천하고 경험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안지혜 용연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