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차 유네스코 총회 현장 이모저모
팬데믹 상황에서 75번째 생일을 맞이한 유네스코는 지난 10월에 열린 집행이사회와 이번 제41차 유네스코 총회를 대면으로 개최했습니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회원국 대표와 여러 관계자들로 활기가 넘쳤던 파리 유네스코 본부 현장의 분위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제41차 총회를 맞아 유네스코 본부의 국기 게양대에 193개 회원국의 깃발이 나부끼는 가운데, 창립 75주년을 기념한 라이트쇼까지 펼쳐져 참가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대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창립 기념식 당일에는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에 UNESCO라는 글자를 라이트쇼로 새길 정도로 유네스코 본부는 축제 분위기가 가득했습니다. 전 세계 정상 26명과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석한 기념식에서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Renaud Capuçon)과 피아니스트 기욤 벨롬(Guillaume Bellom)이 무대에 올라 축하 공연을 펼쳤고, 특히 아프가니스탄의 가수이자 여성인권활동가인 아리아나 사예드(Aryana Sayeed)가 무대에 올라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오랜 기간 각국의 동료들과 온라인 회의를 통해서만 교류해 왔던 참석자들은 기념식에서뿐만 아니라 11월 9일부터 24일까지 회의 기간 내내 직접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며 특별한 기쁨과 흥분을 나눴고, 그 온기는 마스크 너머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네스코는 총회 기간 동안 대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나라들과 회의장 인원수 제한으로 직접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창립 기념식을 비롯한 총회 회의들을 실시간 영상으로 송출하기도 했습니다. 창립 75주년을 맞아 대중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웹사이트 개편도 감행했습니다. 가독성이 좋아진 세련된 디자인의 웹사이트에서는 창립 75주년 기념 동영상은 물론 창립 기념 유네스코 역사를 되돌아보는 사진 전시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각국에서 보내온 유네스코를 통해 변화한 회원국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축하 영상들을 통해 그간 유네스코가 평화라는 목적지를 향해 차곡차곡 밟아 온 길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회의 기간 동안 열린 ‘유네스코 어드벤처’라는 제목의 특별 전시와 부대행사에서는 1945년 11월 16일 창립된 유네스코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전시된 빛바랜 사진들에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전쟁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약속하며 유네스코를 창립한 원년 회원국들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창립 75주년을 맞아 회원국들은 사람의 마음속에 평화의 방벽을 쌓아올리자는 유네스코 헌장 전문을 되새기며 새로운 유네스코를 만드는 데 마음 깊이 합의했습니다.
유네스코 사무국은 금번 총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의 기쁨을 안은 오드레 아줄레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전의 유네스코를 향해 달려가려 합니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늘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왔듯, 유네스코는 포스트 코로나 세계에 필요한 교육의 미래에 대해 논하고, 오픈 사이언스와 인공지능 윤리 기준을 만들어내고, 인종차별과 혐오 발언에 대항할 기제를 고안하고, 인간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유네스코 사무국은 이번 창립 75주년 기념식과 41차 총회 준비를 위해 밤낮없이 일했습니다. 대면회의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주말도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낸 사무국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팬데믹 상황으로 국가 간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고, 사람들 간의 상호 불신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으며,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국제사회는 협력과 연대를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오드레 아줄레 사무총장의 취임식에서 각 지역그룹 회원국 대표들이 새로운 모습의 유네스코를 이끌어나갈 사무총장에게 더없이 큰 격려와 축하를 아끼지 않은 것도 모두 유네스코의 가치와 정신이 지금이야말로 힘을 발휘할 때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시대에 창립 75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과 시작을 꿈꾸는 유네스코. 회원국과 사무국이 합심하여 상호 이해와 소통, 협력의 정신을 전 세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평화의 방벽을 쌓아올리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임시연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