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서해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지난 5월에 개최된 제216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던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전북 서해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2017년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시작으로,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위한 6년 동안의 여정과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많은 성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던 고창과 부안의 모든 분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2015년부터 시작된 유네스코의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국제적 가치를 지닌 지질유산과 경관 등을 보호, 교육, 연구활동 등의 방법으로 현명하게 활용하면서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추구하는 제도다. 최근에는 날로 심각해져가는 기후변화, 해수면 상승 등 지구환경 변화에 대한 교육과 실천 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23년 6월 현재 전 세계 48개국 195개소의 세계지질공원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14개국 15개소의 지질공원이 2024년도 신규 인증을 위해 심의를 앞두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25년 이후 인증을 목표로 경북 동해안, 충북 단양, 인천(백령·대청) 등의 지질공원이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2010년), 청송(2017년), 무등산(2018년), 한탄강(2020년)에 이어 국내 5번째 세계지질공원이 된 전북 서해안 세계지질공원의 인증 범위는 고창과 부안의 행정구역 전체(총 면적 1,892.5㎢)이며, 고창 병바위와 움직이는 섬(쉐니어), 부안의 채석강과 적벽강 등 32개소의 지질명소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채석강 등의 지질명소는 다수의 국제저명학술지(SCI 등)에 국제적 가치가 보고되어 왔으며, 현재까지도 활발한 연구활동이 여러 곳에서 수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유산 등의 유네스코 프로그램과 람사르습지 등의 국제보호지역도 인증·운영하고 있다.
전북 서해안은 유네스코와 국내(환경부) 관련 규정에 따라 2019년 12월 세계지질공원 인증 추진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2020년 11월 신청서와 제반 서류 등을 유네스코에 송부하는 신청 절차를 마치고 인증 심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로 인하여 2021년에 예정된 현장실사가 부득이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약 1년여의 지체 끝에 2022년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2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한 현장실사가 있었고, 이를 무사히 수검한 뒤 마침내 지난 5월에 최종 인증에 성공했다.
대중들 사이에서는 유네스코의 명칭 하에 운영되고 있는 여러 국제 지정 지역은 학술·경관적 가치를 포함해 해당 분야에서의 우수성이 이미 입증되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유네스코 지정 지역에 대한 국내·외 여행객들의 인지도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전북 서해안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지질을 비롯한 지역 내 자연유산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입증받음과 동시에, 앞으로 소중한 자연유산을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잠재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한 잠재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민·관·연 모두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국·내외 방문객 증가에 따른 지역 주민 소득의 증가 등의 경제적 효과 부분을 들 수 있다. 아마도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환영받을 만한 인증 효과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네스코라는 브랜드의 인지도에 따른 방문객 증가 현상은 단기적 혹은 점진적으로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무엇보다도 이번 인증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자연유산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주민들이 직접 인식’하고, ‘주민이 자발적으로 현명한 활용을 추구’하며, 이를 통해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이라는 기회를 발판 삼아 현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활용 가능한 이른바 ‘사람과 자연이 함께 지속 번영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앞으로의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전북 서해안 세계지질공원 관계자를 비롯한 지역 내 모든 구성원들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최승현 전라북도 기후환경정책과 주무관(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