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20주년 국제회의 및 서울비전의 의미
2003년 제32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협약」이 채택된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협약 채택 20주년을 맞아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 및 이 자리에서 선포한 서울비전의 내용을 살펴보고, 향후 무형유산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본다.
7월 25-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협약(Convention for the Safeguarding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채택 20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회원국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각국 대사를 포함한 국외 전문가 23명이 패널로 참석했고, 200명으로 예상했던 참석 희망자가 400명을 넘으면서 주관단체는 행사장 좌석을 늘리고 명찰과 리플릿을 추가 배포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파리에서는 싱취 유네스코 부사무총장, 에르네스토 오토네 문화사무총장보, 팀 커티스 협약 사무국장과 박상미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대사 등이,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박진 외교부장관과 최응천 문화재청장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과 유인촌 대통령비서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이 참석해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한국의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협약 채택 20주년 기념행사의 중심은 글로벌 전문가회의였다. 세션 별로 6명씩 총 24명의 전문가들은 ▲무형유산과 지속가능한 삶 ▲무형유산과 자연 ▲무형유산과 양질의 교육 ▲디지털 환경 속 무형유산 등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고, 그 내용을 종합해 협약 20년의 성과와 미래방향을 담은 서울비전(Seoul Vision)을 마련했다. 서울비전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를 위해 살아있는 유산의 힘 발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무형유산은 이를 실천·전달하는 공동체에 생계와 일자리를 제공하고, 학습공간 파괴 등 글로벌 교육위기에 대응할 자원이 될 수 있으며, 무형문화유산과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증오발언 및 인종주의 등에 대항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울비전은 2013년 중국 청두에서 천명한 청두선언의 실천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해당 과제들을 보다 명확화·구체화하였으며, AI 등 디지털 환경에서 무형문화유산의 역할과 방법을 새로 조명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 앞으로 최소 10년간 무형문화유산의 보호·보존·활용에 있어 협약을 지원하는 국제 지침으로 작용할 것이며, 협약 30주년의 비전 선언에 그 성과 및 평가가 담길 것이다. 이에 향후 10년에 걸쳐 서울비전과 관련해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을 몇 가지로 요약하고자 한다.
첫째, 서울비전의 적극적인 홍보이다. EBS가 유튜브를 통해 전 일정을 생중계하고 협약 사무국장 인터뷰와 특집기사를 내보내는 등 이번 행사는 홍보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고, 이제 행사 이후의 홍보에 집중할 때다. 서울비전을 유네스코 관련 기관 누리집에 게시하고 대륙별 유네스코 무형유산센터 및 각국 정부 등에 배포해야 하며, 유네스코 총회 및 정부간위원회 현장에서 리플릿을 배포하고 유네스코 국제회의 책자 등에 게재하는 등 적극적 홍보를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울비전이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지침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서울비전 실천 프로그램의 개발과 이행이다.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는 지금껏 협약 이행을 위해 유네스코 본부와 협력하여 무형문화유산의 지속가능발전 프로그램, 초중등·고등교육기관 네트워크 구축 및 시범사업 등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앞으로 이들 사업을 고도화하고, 자연유산과 디지털 관련 무형문화유산 과제 수행을 담을 프로그램을 개발·이행해야 한다. 자연유산과 관련해서는 자연유산에 인간의 정신이 담긴 무형문화유산 교육을 가미하여 자연유산과 무형문화유산이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형성되어 간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 등 디지털 환경과 관련해서는 혐오와 차별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무형문화유산의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술이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이다.
끝으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신탁기금의 신설이다. 2023년 8월 현재 대한민국은 유네스코 의무기여금에서 전 회원국 중 8위, 자발적 기여금에서 5위에 이르는 등 유네스코에 큰 재정적 기여를 하고 있지만 무형문화유산 분야의 신탁기금은 아직 없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강국으로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무형문화유산신탁기금 설치를 통해 서울비전을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실천하고,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김지성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ICHCAP)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