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과 교육의 전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인류의 교육시스템이 하루빨리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50여 년에 걸쳐 펴낸 세 개의 보고서를 통해 한 발 앞서 교육의 변혁을 이야기해 온 유네스코는 앞으로의 교육 변혁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이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ESD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영 공주대 교수로부터 새 시대의 교육이 끊임없이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 보았다.
존재(being)와 생성(becoming)은 서로에게 기대어 있다. 지속가능성은 존재와 생성을 통일할 때 생겨난다. 국가에서 기업이나 학교,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는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항상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병행해야 한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교육에 관한 토론을 선도해 온 유네스코가 지금까지 발간한 3개의 기념비적인 보고서를 요약하면 ‘존재를 위한 학습(leaning to be)에서 거듭나기를 위한 학습(learning to become)’으로의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두 개의 학습 역시 서로에게 기대어 있고, 함께 묶어서 지속가능성 교육(education for sustainability)이라고 부를 수 있다.
1972년에 발간된 일명 ‘포르 보고서’(『존재하기 위한 학습 – 교육 세계의 오늘과 내일』)는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과 학습사회(learning society)라는 개념과 용어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바로 그 해에 로마클럽이 MIT에 의뢰해 ‘성장의 한계 보고서’를 발간하고, 스톨홀름에서 유엔 최초로 인간환경회의가 열린 것은 반갑고 흥미로운 우연이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나 1996년에 발간된 ‘들로르 보고서’(『학습: 내재된 보물』)는 교육의 4개 기둥을 제시했는데, 존재하기 위한 학습(leaning to be), 알기 위한 학습(learning to know), 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do), 더불어 살기 위한 학습(learning to live together)이 바로 그것이다. 같은 해에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열린 세계환경교육회의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교육에 관한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2021년 11월에 발간된 세 번째 보고서인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은 앞의 두 보고서의 철학과 정신을 이으면서, 지속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이 심각해진 현재 상황에서 교육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중요한 제안을 담고 있다.
지금 교육의 변혁을 이야기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재 인류는 지속불가능성의 위기와 불확실성의 위기를 함께 겪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지속불가능성의 핵심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환경위기이고, 불확실성의 핵심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문명의 확산이다. 이 두 가지 위기에 적절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인류는 재난과 갈등으로 인해 지속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문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변혁해야 하는 대상이 바로 교육이다.
최소한 지난 100년 동안 자본주의 산업문명 속에서 교육은 개인의 성공과 출세, 국가 경쟁력, 경제 발전의 도구로 취급되었다. 결국 교육은 주로 표준화된 시험에 의해 정당화되는 경쟁과 서열화를 통해 개인들이 확보할 수 있는 화폐의 총량을 결정해 주는 사회적 필터링의 과정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관리하고 이용했던 우물처럼, 이제 지구는 유일하고 유한한 삶의 터전으로서 전 인류가 비인간 생명들과 함께 소유하고 이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공유재(common goods)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우물에 관한 다양한 규칙(사회계약)을 만들고 다음 세대에게 가르치듯이, 이제 인류는 책임감을 가지고 지구라는 공동재를 함께 이용하고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만들고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발전교육의 핵심이다.
볼리비아와 콜롬비아 등 안데스 산맥 주변에 형성된 잉카 문명 국가들이 ‘파차마마(어머니 지구)’를 모든 존재의 근원이자 전부라고 믿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가듯, 이제 우리도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최상위 사회계약이라 할 수 있는 헌법을 바꾸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다. 비인간 존재와 미래 세대까지를 생각하면서 세계시민, 생태시민, 민주시민을 결합한 지구생태시민으로서 거듭나기 위한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전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미래교육의 핵심축에서 생태전환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이 빠짐으로써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출발점이 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OECD 교육 2030 보고서에서도, 유네스코의 ESD 2030 로드맵에서도 모두 강조하고 있는 단어가 바로 변혁(transforming)이고, 강조하는 역량이 바로 변혁적 역량이다. 존재와 생성의 역동적이고 상호의존적인 관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세계와 인류의 삶을 지속가능하도록 회복하기 위해서는 생성, 변혁, 관계, ‘OO되기’가 교육의 핵심 형질이 되어야 한다. 우주가 자기창조력을 통해 자기 안에 이렇게 다양하고 역동적인 세계를 만들어왔듯이, 우주의 일부로서 우리는 오직 학습을 통해서 자기창조력을 실현하여 지구생태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무엇에 대해, 무엇을 향해, 무엇을 위해 학습하고 있는가?
이재영
공주대학교 교수, ESD한국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