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등재
조선 왕실은 왕비나 세자, 세자빈의 책봉 등 중요한 행사 때마다 왕실의 권위와 신성성을 나타내고자 어보와 어책을 만들었습니다. 어보는 왕실의 의례용 도장이고, 어책은 왕실의 의식 때 후대를 위해 족자나 두루마리, 죽편 등에 기록해 전달하는 교서(왕이 내리는 문서)입니다. 가령 왕세자를 책봉할 때 그 징표로 국왕이 어보와 어책을 내림으로써 왕권의 계승자로서 정통성을 인정받도록 했던 것이지요.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등재된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은 어보 331점과 어책 338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금·은·옥에 아름다운 명칭을 새긴 ‘어보’, 오색 비단에 책임을 다할 것을 훈계하고 깨우쳐주는 글을 적은 ‘교명’, 옥이나 대나무에 책봉하거나 아름다운 명칭을 수여하는 글을 새긴 ‘옥책’과 ‘죽책’, 금동판에 책봉하는 내용을 새긴 ‘금책’ 등이 포함돼 있지요. 원래 책보(어보와 어책)는 궁중 의식에 쓰기 위해 제작됐지만, 사료로서의 중요성도 큽니다. 책보에 쓰인 보문과 문구의 내용, 작자, 문장의 형식, 글씨체, 재료와 장식물 등이 매우 다양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의 시대적 변천상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기록유산으로서 한국의 책보만이 지니고 있는 매우 독특한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