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지역, 문화, 이데올로기 상의 분리를 경험한 주체들이 고도로 비대칭적 권력관계의 맥락에서 서로 만나고 충돌하고 싸우는 사회적 공간(social space)을 ‘접촉지대’라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한국 사회는 서로 다른 역사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배제와 포섭, 충돌과 소통, 갈등과 공존의 역동성을 이루며, 그 속에서 새로운 관계와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하나의 거대한 접촉지대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특정 국가나 민족, 인종을 차별하거나, 이주자가 한국 문화에 동화되기를 바라고, 이주민을 한국의 관점에서 구경거리로 만드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유네스코 헌장」은 “서로의 풍습과 생활에 대한 무지는 인류 역사를 통하여 세계 국민들 사이에 의혹과 불신을 초래한 공통적인 원인이며, 무지와 편견이 인간과 인종에 대한 불평등이라는 교의를 퍼뜨려 전쟁을 발생시켰다”고 제1,2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진단했다. 그리고 이러한 실수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1978년 ‘인종과 인종적 편견에 관한 선언’을 채택하며, 어떤 인종이나 종족도 다른 집단에 비해 우월하거나 열등할 수 없고 보편적 인권을 지닌 모든 사람은 인종적 특성을 이유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상대에 대한 무지와 편견은 두려움과 오해를 낳는다. 한국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주민과 소수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자칫 그들을 경계의 대상 또는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섣불리 누군가를 판단하고 도우려 하기보다는, 과연 우리 자신이 외국에 나가 소수자가 되었을 때 어떤 시선을 받게 될지 자문해본다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김명신 과학청년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