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교육 국제 컨퍼런스
이제는 일상화된 무인계산대에서 햄버거를 주문할 때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든다. 이것은 우리를 편리하게 만든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점원의 일을 대신 하면서 기업의 원가 절감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인가. “인공지능은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앞당길 수 있는 큰 기회일 수 있지만, 모든 기술적 진보는 새로운 불균형을 초래하기에 우리는 그것을 예측해야 한다”는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말처럼,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유네스코는 지난 5월 중국 정부와 공동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논하는 ‘인공지능과 교육 국제 컨퍼런스’(International Confere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Education)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100여 개국 50여 명의 장관급 인사들과 유엔 기구, 학계, 시민사회, 민간기업 관계자 등 500여 명이 베이징에 모였다. 이번 회의는, 지난 3월 유네스코 본부에서 진행된 ‘2019 모바일 러닝 주간’(2019 Mobile Learning Week)에 이루어진 유네스코 교육 분야의 인공지능 논의를 발전시키고 회원국 공동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두었다.
전체회의와 분과회의를 통틀어 가장 자주 나온 표현 중 하나는 ‘더 나은’이었다. 그만큼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교육을 만들 수도 있다는, 그래야만 한다는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개인 맞춤 교육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외지역의 학생이나 장기입원 아동과 같은 학교 밖 아이들에게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줄 수 있다. 개인 맞춤 교육은 인공지능이 학습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개별화된 학습의 길을 제시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획일적인 교육을 탈피해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포용성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용성 논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 교육에서도, 교사와 상호작용이 어려운 자폐아동의 인지 발달 측정에 컴퓨터 게임이 활용되기도 한다.
교사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출석 확인부터 시험 채점에 이르기까지 관리 업무는 인공지능이 맡고, 교사는 인공지능이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인간은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길을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장점이 잘 발휘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인종, 장애인 차별 등을 야기할 수 있는 데이터 편향(bias), 일부 기업의 데이터 독식, 인공지능기술 격차 등은 그러한 신뢰를 가로막는 요소로 지적됐다. 유네스코는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윤리와 국제사회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회원국들 또한 유네스코가 이에 주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인공지능 윤리와 같은 규제가 인공지능을 더 활성화시킬 수 있음을 깨닫는 지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일상화될 미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려보는 것이 아닐까. 그 점에서 이번 회의의 분과세션에서 소개된 1950년대의 그림 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면 상단의 그림은《파퓰러 매카닉스》(Popular Mechanics)라는 잡지의 ‘향후 50년 이내에 마주할 기적들’(Miracles You’ll See in the Next 50 Years)이라는 기사에 실린 것이다. 당시로서는 ‘신기술’이었던 방수 기술의 활용법을 예측한 이 그림에서 가정 주부는 모든 집기가 방수 처리된 집 안에서 호스로 물청소를 하고 있다. 당시 우리 머릿속에서 방수라는 신기술이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했던 미래는 지금의 관점에서는 이처럼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앞둔 현재의 교육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청사진을 먼저 그리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구닥다리 교육을 위해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우를 범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공재이자 우리 삶을 향상시켜 주는 올바른 기술이 되도록, 인공지능과 교육의 미래를 그리는 일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현정 교육팀 전문관